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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 힙한 뮤지션에서 진정성 있는 뮤지션으로
혁오 <사랑으로>
청춘들의 스타가 되어 함께 나이 들어가던 그들이 시야를 넓혀 청춘이 살아갈 세상을 노래한다. 잠시 멈춰서서 바라본 혼란의 시대, 이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사랑이다. (2020. 02. 26)
혁오는 하나, 둘 나이를 세어가는 것을 멈췄다. 동시대의 청춘들이 혁오를 동경할 수 있었던 건,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더라도 맘껏 비틀대기를 노래하던 그들의 음악에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춘들의 스타가 되어 함께 나이 들어가던 그들이 이제는 시야를 넓혀 청춘이 살아갈 세상을 노래한다. 잠시 멈춰서서 바라본 혼란의 시대, 이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사랑이다.
그들은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 대중성 대신 메시지를 택했다. 「Help」는 보사노바 리듬에 서정적인 선율을 지녔지만 다이내믹 없이 분위기가 유지되고, 「New born」의 8분이 넘어가는 긴 러닝타임 또한 혁오가 대중성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감각적인 로파이 사운드로 대중의 소구력을 이끈다. 데뷔 초부터 그들을 수식한 힙(hip)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 다만 대중성 아닌 메시지에 집중했건만, 전작 <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 에 이어 한글 가사의 부재로 그 전달이 어렵다는 점이 모순으로 작용한다.
전곡이 타이틀 곡이다. 그들의 말마따나 수록곡을 개별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앨범 내내 비슷한 톤이 유지되며 수록곡간의 이질감이 없다. 「Hey sun」은 경쾌한 드럼 리듬을 시작으로 일렉기타의 클린톤(효과를 거치지 않고 나오는 맑은소리)을 사용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리드미컬한 베이스 리프 위에 오혁의 스캣이 얹어진 「Silverhair express」는 플루트와 다양한 효과음을 사용해 색다른 편곡을 선보인다.
앨범의 절정은 앞서 언급한 9분에 달하는 「New born」이다. 간주에서부터 서서히 고조되다가 난해한 일렉기타와 몽환적인 효과음으로 슈게이징을 연상시키며, ‘당신은 어둠 속에서 휘파람을 불고 있어요 / 그러니 내려와서 살펴봐요 / 우리가 있는 여기 원점으로 다시 오세요’라는 가사로 앨범의 주제인 사랑을 주지시킨다. 「Flat dog」는 원코드(하나의 코드)로 진행된다는 점과 멜로디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비틀스의 「Come together」가 떠오른다.
자신들의 예술적 능력을 적극 활용해,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원하는 마음을 <사랑으로> 에 담아냈다. 더이상 그들이 단순히 ‘힙한 뮤지션’이 아닌 ‘진정성 있는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증거다. 나이를 세어가는 것을 멈췄을 뿐, 여전히 우리네 이야기를 노래한다. 다시 <25>로 돌아올지언정, 그들의 음악은 사라지지 않고 여기에 있다. 혁오가 한철 지나가는 ‘힙스터 밴드’로만 남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이 앨범으로 덮어두는 것이 좋겠다.
혁오 (HYUKOH) - 사랑으로혁오 밴드 | Stone Music Entertainment /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이번 앨범 작업은 다분히 과정지향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멤버 모두가 사운드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라 자부하는 이번 앨범은 데뷔 6년차 밴드 혁오가 보여주는 음악적 대화와 그 과정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