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카밀라 카베요, 대중은 라틴 사운드를 원한다

카밀라 카베요 <Romanc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Romance>는 영민한 시작으로 이목을 사로잡으며 기대감을 한껏 올려놓았으나 뒤로 갈수록 다시 평범한 결과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 (2020. 02. 19)

800x0.jpg

 


라틴 팝 스타를 향한 카밀라 카베요의 원대한 항해가 위기에 처했다. 최근 십 대 시절 SNS에 남긴 인종차별 발언이 화제가 되고 다베이비(DaBaby)와 부른 「My oh my」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논란의 도마 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성공적인 솔로 데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온 그의 이미지와 커리어에 동시다발적으로 받은 큰 타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말한 몇 가지 논란을 감안하더라도 <Romance> 는 충분히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Havana」의 메가 히트를 중앙에 두고 다소 평이한 곡으로 주변을 메운 전작 <Camila>에서 훨씬 다채롭게 힘을 실은 변화가 서두에 드러난다. 첫 트랙인 「Shameless」는 강렬한 예시로, 간결한 기타 스트링으로 가벼운 긴장을 유도한 뒤 고음으로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이른바 예열의 단계를 완벽히 수행한다.

 

이어지는 곡들은 몰입에 가속을 붙인다.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도입부에 삽입한 「Living proof」로 진부함을 벗어나거나,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의 「All night long (All night)」을 레게톤으로 둔갑한 「Liar」로 본인의 라틴 캐릭터를 그려내기도 한다. 게다가 앨범 이름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 더욱 강화된 사랑 표현과 확신에 찬 당돌한 노랫말은 그가 매튜 허시(Matthew Hussey)와의 이별과 숀 멘데스(Shawn Mendes)와의 만남을 토대로 써 내려간 생생한 로맨스의 기록을 엿보게 하는 흥미로운 도구다.

 

다만 「Dream of you」의 불안한 고음 처리를 시작으로 작품은 집중력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평범한 어쿠스틱 「This love」을 지나 무난의 극치를 달리는 「First man」까지.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특기인 카멜레온 같은 음색과 농밀한 라틴의 향취가 전무한, 한 마디로 카밀라 카베요의 정체성과는 무관한 곡들이 쏟아져 나온다. 딱히 존재 이유를 느끼기 힘든 짐 같은 트랙들이다.

 

<Romance> 는 영민한 시작으로 이목을 사로잡으며 기대감을 한껏 올려놓았으나 뒤로 갈수록 다시 평범한 결과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다. 성숙을 요구한 <Camila> 이후로도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마무리가 바로 화근이다.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Havana」와 「Senorita」가 대중이 원하는 라틴 사운드를 충족시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인이 가진 쿠바의 피를 좀 더 활용하려는 작전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논란을 딛고 반성하는 태도. 항해를 재개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건 오만과 욕심을 덜어낸 선체다.

 

 

 

 

 

Camila Cabello (카밀라 카베요) - 2집 RomanceCamila Cabello, Shawn Mendes 노래 | Syco Music / Epic Records
사랑에 빠진 느낌을 사운드로 표현하고 싶었고 때문에 앨범 제목을 오래 전부터 '로맨스'라고 생각해왔다 덧붙였는데, 앨범 제목처럼 이는 '로맨스'의 다양한 면면을 화려하게 추적해나가고 있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Camila Cabello>17,100원(19% + 1%)

여성 아티스트 최초 10억 스트리밍 기록 “Havana”로 전세계 차트를 점령한 글로벌 팝스타 카밀라 카베요 Camila Cabello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 정규 2집 Romance 바로 지금, 전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에 위치한 열정의 디바 카밀라 카베요는 성공적인..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끝나지 않는 오월을 향한 간절한 노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 간의 광주, 그리고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철저한 노력으로 담아낸 역작. 열다섯 살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그 당시 고통받았지만, 역사에서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꺼내 보이면서 그 시대를 증언한다.

고통 속에서도 타오르는, 어떤 사랑에 대하여

[2024 노벨문학상 수상] 2023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작이자 가장 최근작. 말해지지 않는 지난 시간들이 수십 년을 건너 한 외딴집에서 되살아난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지극한 사랑”이 불꽃처럼 뜨겁게 피어오른다. 작가의 바람처럼 이 작품은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다.

전세계가 주목한 한강의 대표작

[2024 노벨문학상 수상]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이자 한강 소설가의 대표작. 보이지 않는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 상상력으로 표현해낸 섬세한 문장과 파격적인 내용이 큰 울림을 만들어낸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나무가 되고자 한 여성의 이야기.

더럽혀지지 않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소설가의 아름답고 고요한 문체가 돋보이는, 한 편의 시와 같은 작품.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그 사이를 넘나드는 소설이다. ‘흰’이라는 한 글자에서 시작한 소설은 모든 애도의 시간을 문장들로 표현해냈다. 한강만이 표현할 수 있는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