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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수의 반문 –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대한 최선의 답
해보기 전까진 정답을 알 수 없는 미지로 매일 출근하는 우리의 얼굴
수많은 사람들은 SBS <스토브리그> 속 드림즈의 백승수(남궁민) 단장을 보며 일은 저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 말한다.
‘일을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13년을 일해왔지만 여전히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건지 나는 그 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들 알까? 대부분의 우리는 당장 하루하루 앞에 놓인 일들을 처리하는 것도 바빠서 자신이 일을 제대로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일하고, 더 깊게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쓰러지듯 잠든다. 일을 일처럼 잘하는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수많은 사람들은 SBS <스토브리그> 속 드림즈의 백승수(남궁민) 단장을 보며 일은 저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 말한다. 사적인 감정이나 인연, 감상적인 태도는 모두 접어두고, 잘 관측된 데이터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런데 과연 백승수가 그렇기만 할까? 물론 백승수는 드림즈 구단 내에 존재하던 파벌 싸움을 종식하고, 능력에 따라 사람을 기용하고, 모두가 낡은 관습을 벗고 새롭게 일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드림즈 구단 사람들이 백승수의 합리성과 과감함을 닮아가는 동안, 백승수 또한 사람은 머리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란 사실을 드림즈로부터 새삼 배운다. 임동규(조한선)를 내보낼 때 오랜 팬들의 반발보다는 팀 리빌딩의 합리성을 먼저 이야기하던 백승수는, 장진우(홍기준)의 은퇴를 말릴 때엔 “이대로 은퇴하면 야구를 웃으며 추억할 수 없게 된다”고 설득하고, PF와의 인수협상 테이블쯤 와서는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PF 창업주 이제훈(이제훈)의 개인적인 인연과 꿈에 호소하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일을 잘’ 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백승수도 드림즈에게 배운 셈이다. 그랬으니 드림즈를 떠나던 날, 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텅빈 구장 관중석에 홀로 앉아 한참 마른 세수를 하며 복잡한 마음을 달랬던 거겠지.
다시, ‘일을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옛 드림즈 구단 직원들처럼 정에 휩쓸리고 관습에 젖어서도 안될 일이겠지만, 드림즈에 처음 부임했을 때의 백승수처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무심해도 안될 것이다. 아마 드림즈와 백승수가 함께 이뤄낸 정반합의 어딘가에 답이 있을테지만, 정반합이라는 게 늘 그렇듯 어느 지점이 가장 이상적인 합인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작품의 마지막 대사도 아마 그런 이유로 적힌 것이리라. 백승수에게 다른 스포츠팀 단장 자리를 주선해 준 권경민(오정세)은 전화로 묻는다. “백단장, 자신 있어요? 야구도 이제 겨우 익숙해졌는데, 다른 종목을요?” 백승수는 답한다. “글쎄요. 해봐야 알겠지만, 뭐, 열심히는 할 겁니다.” 전화를 끊은 백승수는 카메라 너머 우리를 바라보며 묻는다. “다들, 그렇지 않습니까?” 해보기 전까진 정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삶 속으로, 백승수는 다들 그렇듯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걸어 들어간다. 매일의 일터로 나가는 우리가 매일 그렇듯.
TV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땡땡'이란 이름으로 <채널예스>에서 첫 칼럼인 '땡땡의 요주의 인물'을 연재했고, <텐아시아>와 <한겨레>, <시사인> 등에 글을 썼습니다. 고향에 돌아오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