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뭐길래] 17년차 출판 마케터가 추천하는 책 – 양현범 편
당신이 읽는 책이 궁금해요 (63)
주 업무가 서점을 살피는 일이라 매장에 나갈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책을 한 두 권씩 삽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인문, 사회학 분야의 책이 많이 나오다 보니 해당 분야의 트렌드를 살피기 위해 볼 때가 많습니다. (2020. 02. 06)
<채널예스>가 미니 인터뷰 코너 ‘책이 뭐길래’를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책을 꾸준하게 읽는 독자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드립니다. 자신의 책 취향을 가볍게 밝힐 수 있는 분들을 찾아갑니다.
양현범 씨는 사계절출판사에서 청소년, 성인, 전자책 분야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17년차 마케터다.
취미이자 특기는 랩. 최근에는 <사계절출판사 로드버라이티 - 독자를 찾아서> ttps://www.youtube.com/user/sakyejulbook) 유튜브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독자를 찾아서>는 사계절의 열혈 독자를 찾아가 인터뷰하는 방송이다. 마케터 두 명이 섭외부터 기획, 진행, 촬영, 편집까지 모두 맡아 진행하고 있다. “대단한 독자들을 만나다 보니 제작의 어려움보다 기쁨이 더 크다”고 말하는 양현범 마케터. 사계절출판사의 팬이라면, 사계절 마케터 ‘여름이’(양현범)와 ‘겨울이’(촬영 담당)를 찾아주시라.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들을 소개해주세요.
『공부머리 독서법』 을 추천하고 싶어요. 재작년에 대학 동문의 장례식장에서 출판사를 차린다는 대학 선배 커플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단군 이래 경기가 좋은 적이 없는 출판 시장에 뛰어드신다고 하니 한편으로 걱정을 했었는데, 선배의 책이 베스트셀러 1위를 꿰차고 내려올 기미가 안 보이더라고요. 저자인 선배와 각별한 사이는 아니지만, 꼭 읽어봐야지 하다가 연말이 돼서야 밀린 숙제를 했습니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독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12년의 노하우와 다양한 예를 들며 선배의 성격처럼 우직하고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입시 공부에 독서가 뒷전으로 밀리는 교육 풍토에 일침을 가하며, 독서(정독)를 통해 정보처리 능력을 높이면 점점 공부할 것이 많아지는 학생들의 공부머리가 트인다는 내용입니다. 막연히 좋게 생각했던 독서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책을 읽혀야 되는지 노하우가 가득한 책입니다. 학생과 부모님을 대상으로 쓰여졌으나, 제게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출판사에서 이런 저런 원고를 보다 보면, 일정에 쫓겨 되지도 않는 속독을 하다보니 원고의 중요한 포인트를 놓일 때가 더러 있기도 하고, 그 동안의 독서법을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녀의 성적으로 고민이 많은 학부모는 물론 독서를 체계적으로 하고 싶은 성인 독자에게도 일독을 권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수십 만부가 팔렸다고 하니 출판계의 미래가 밝아지지 않았을까요?
『대한민국 독서사』 도 최근에 읽고 좋았던 책입니다. 연말에 각종 지표와 더불어 성과를 살펴볼 때면, 숫자로 자기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마케터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읽어보면 다 좋은 책인데, 좋은 책 팔기가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중 도서전에서 발견한 책입니다.
이 책은 70년간의 독서사를 정리한 책으로 대한민국에서 어떤 책이 어떻게 팔렸는지를 각종 사료를 들어 시대적 맥락과 책을 연결지어 설명합니다. 해방부터 최근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책들의 면모를 살펴보고 이 책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출판 업계의 풍경도 자연스레 녹아있어 출판인이 문화사에서 어떤 몫을 해왔는지와 책밥 먹는 이들의 생활사를 유추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개인적으로 1990년대 말, 20대 초반에 뒤늦게 이문열 작가의 책에 빠졌었는데, 그런 저를 당시 대학 선배들이 못마땅해 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문열을 읽는 것에 대해 논쟁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선배들이 말에 수긍하게 되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좋아했던 작품들이 멀어져 버려 아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독서사를 살펴보고 독서사로 각 세대를 살펴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김찬호 박사님의 『유머니즘』 도 소개하고 싶어요. 최근 워크샵으로 갔다 온 강화도의 동네책방 ‘책방 시점’에서 산 책입니다.(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깔끔하고 예쁜 건물에 강아지와 길고양이를 두루 챙기는 넉넉한 곳이었습니다. 특히 다락방이 정말 예쁩니다!) 진열된 책 중에서 『유머니즘』 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자의 전작인 『모멸감』 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고, 유튜브 사계절TV ‘독자를 찾아서’의 진행으로 고민이 많았던 터라 망설이 없이 구매했습니다.
저자는 유머가 일상적으로 어떤 맥락과 환경에서 작동하는지를 세세히 밝힙니다. 유머나 위트가 개인의 능력이나 스킬로 여겼었는데, 그 보다는 구성원의 상태를 살피면서 이에 공감하는 감각이 발달해야 유머가 나온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개인이 말주변이 아무리 좋아도 억압적인 분위기나 누군가가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유머가 있을 수 없고, 주변에 대한 세밀한 인식과 공감에서 유머는 출발한다고 밝힙니다. 사회 생활을 오래할수록 대인 관계에서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관계를 살피는 노력이 유머로 발현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인문학이 내걸 수 있는 최고의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주 업무가 서점을 살피는 일이라 매장에 나갈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책을 한 두 권씩 삽니다. 아무래도 회사에서 인문, 사회학 분야의 책이 많이 나오다 보니 해당 분야의 트렌드를 살피기 위해 볼 때가 많습니다.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요즘 들어 감정적으로 치우처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가 더러 있습니다. 이럴 때 감정을 살펴주는 책을 읽으면 감정을 추스르거나 주변을 살펴보는데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실제로 이런 책들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소설가 천명관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암울한 상황을 고루하지 않고 위트 있게 풀어내는 데에 탁월하신 것 같습니다. 『고령화 가족』 ,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령화 가족천명관 저 | 문학동네
세련되지도 쿨하지도 않은 이들 가족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통해 무조건적인 사랑의 보금자리도 아닌, 인생을 얽매는 족쇄도 아닌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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