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뭐길래] 판매지수가 낮은 책도 챙겨 봅니다 - 정지혜 편
당신이 읽는 책이 궁금해요 (30)
처음 들어본 저자 이름, 작은 출판사, 낮은 판매지수, 오래된 출간일. 그런데 책이 너무 좋을 때, 흙 속에 묻혀 있던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신이 나요. (2019. 06. 20)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저자인 정지혜 씨는 요즘 서울과 군산을 오가며 ‘사적인서점’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군산의 시간여행자 거리에 있는 서점 '마리서사'를 안식년을 갖기로 한 대표 대신 2020말까지 서점을 운영하게 됐기 때문이다. ‘마리서사’는 관광지에 자리한 덕분에 여행하다 들르는 손님이 70%, 동네 주민들이 30%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오는 어린이 손님부터 청소년, 머리가 희끗한 노인에 이르기까지 손님 구성이 굉장히 다양하다.
정지혜 ‘사적인서점’ 대표는 “서울에서 손님을 만날 때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책과 사람을 연결하고 싶은 마음으로 ‘여행자를 위한 책 처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물론 두 번째 책도 열심히 쓰는 중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최근에 좋게 읽은 책을 소개해주세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요리후지 분페이의 신간 『브러시에 낀 먼지를 떼어낸다는 것은』 입니다. 그저께 홍대 땡스북스에서 사온 책이에요.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은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1, 2』 와 『연의 편지』 입니다. 둘 다 만화책이네요.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브러시에 낀 먼지를 떼어낸다는 것은』 은 '직업적 권태 탈출기'라는 부제를 보고 구입했습니다. 책 뒤표지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도 되는 걸까요. 그림과 언어로 찾아가는 분페이의 일 휴식기"라는 카피가 '이거 내 얘기인데?' 싶었거든요. 이전에 요리후지 분페이가 자신의 직업론에 대해 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을 재밌게 읽기도 했고요. 저는 '일'에 대해 고민이 많은 편인데,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쓴 책도 읽지만 그보다는 아예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아요. 예를 들어서 빵집 주인이 쓴 책을 읽을 때는 '빵집'의 자리에 '서점'을 놓고, '빵'의 자리에 '책'을 넣어 읽는 거죠. 어떤 분야든 고정관념이나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생각이 유연해져서 좋아요.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는 75세 할머니와 17세 여고생이 BL 만화 덕질을 함께 하며 우정을 쌓아 나가는 이야기예요. 최근에 2권이 나왔어요. 저도 작년 가을에 덕통사고를 크게 당해서 신나게 덕질하는 중이거든요. 하하. BL 친구라는 설정도 특이한데, 나이 차이가 58살이라니. 궁금해서 읽어 봤다가 푹 빠졌어요. 덕질을 하면서 제가 느끼는 감정들이 책 안에 다 담겨 있더라고요. 열정을 바쳐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연의 편지』 는 신간을 검토하면서 판매지수가 굉장히 높길래 호기심에 미리보기로 몇 페이지 살펴봤다가 바로 구입했어요. 왕따인 친구를 돕다 자신도 곤경에 빠진 주인공이 결국 전학을 가게 되고, 새 학교에 간 첫날 책상 밑에 있던 편지를 발견한 뒤 편지의 발신인과 다음 편지를 추적해가며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만화인데요. 부록으로 책 속에 등장하는 '0번째 편지'가 함께 왔는데, 마치 책 속의 편지를 받은 것 같아 뭉클하더라고요. 마리서사에는 근처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자주 오는 편이라, 그 친구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마음에 드는 책을 사는 기준과 지금 읽을 책을 고르는 기준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에 드는 책을 살 때는 직감을 따라가요. 표지, 제목, 카피, 목차 중에 마음에 들어오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다면 덜컥 집어 들죠. 까다롭게 고르지 않아요. 일단 쟁여 놓고요. 물론 그렇게 골랐다가 실망하거나 실패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게 제 인생을 망치는 것도 아니잖아요?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3분의 1 정도까지 읽다가 별로면 과감하게 덮고 다른 책을 읽어요. 세상에 읽고 싶은 책은 차고 넘치니까요. 그 당시엔 별로라고 생각했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봤을 때 좋았던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제 주변의 눈 밝은 이들이 읽고 좋았다고 얘기한 책이나 좋아하는 저자의 신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는 편이에요. 그렇게 사놓은 책들 중에서 그날그날의 기분이나 상황, 고민에 따라 읽을 책을 골라요.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처음 들어본 저자 이름, 작은 출판사, 낮은 판매지수, 오래된 출간일. 그런데 책이 너무 좋을 때, 흙 속에 묻혀 있던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신이 나요. 이 보물을 혼자만 알고 있는 게 너무 아까워서, 세상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 막 흥분돼요. (좀 변태 같나요? 흐흐) 아무래도 책을 소개하는 파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유명 저자나 대형 출판사, 판매지수가 높거나 이제 막 나온 신간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잖아요. 제 도움이 없어도 알아서 잘 팔릴 테고요.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 그러니까 서점인이 그 책에 갖는 애정이 책의 운명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때, 그런 책을 만날 때 특별히 반가워요.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우선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 3권을 기다리고 있고요. 『나의 두 사람』 을 쓴 김달님 작가님의 다음 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정지혜 저 | 유유
정지혜 대표가 편집자를 거쳐 서점원이 되고, 서점원에서 특별한 콘셉트의 책방 주인이 되기까지 겪은 온갖 시행착오와 서점을 운영하며 고군분투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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