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엄지혜의 돌봄의 말들
내 어머니가 희생과 인내의 표상으로 기억되지 않아서, 행복한 여성으로 기억되어서 난 너무 좋다.
(박혜란 지음,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 148쪽)
한 독자께서 “어떤 엄마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마음속에 준비된 대답은 “부담스럽지 않은 엄마”였는데 기대하는 답변이 아닐까 봐 망설여졌다. 이래저래 다른 이야기를 보태다 결국은 말했다. “부담스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어요. 늙어서도 ‘우리 엄마는 알아서 잘 놀고, 알아서 재밌게 사니까 저는 걱정 없어요. 부담 없어요’라는 말을 자식에게서 듣고 싶어요.”
오래 사는 일에 큰 욕망이 없지만, 밥벌이를 오랫동안 하고 싶다는 욕망은 크다. 10년 이상 국민연금을 냈으니 노년이 되면 쥐꼬리만한 연금은 나오겠지만 최소 100만 원은 스스로 버는 노인이 되고 싶다.
2017년 겨울, 여성학자 박혜란을 인터뷰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들이 내 일에 돈을 쓰는 거. 본능적으로 마음이 걸린다”는 말이었다. 박혜란은 “자식들이 잘 살아주면 얼마나 고맙나? 그러다 부모에게 호의를 베풀면 과분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에겐 너무나 낯설고 새로운 개념의 말이었다.
“우리 자식이요. 이걸 사줬어요.”
“아니 우리 자식이 글쎄 해외 여행을 보내준다고 하지 뭐예요.”
“아이고, 괜찮다는데 자꾸만 용돈을 보내주네요. 하하하.”
보통의 부모가 하고 싶은 자랑의 말들이다. 나 역시 나의 부모가 이런 말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적당히 노력한다. 동시에 아직 초등학생도 되지 않은 아들을 생각하며 ‘효도 받고 싶은 욕망 버리기’ 연습을 한다. 아들이 비혼주의자가 되지 않는다면 결혼을 하겠지? 딩크족이 아니라면 아빠가 되겠지? 자신도 늙어 가며 서서히 나이든 부모를 걱정하겠지?
자식이 찾아오지 않아도 불러주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은 노년을 보내고 싶다. “우리 엄마, 아빠는 두 분이서 너무 잘 노시니까 저는 걱정이 별로 없어요. 저희 가족이나 잘 먹고 잘 살래요”라는 말을 자식에게서 듣고 싶다. 그리고 가끔 내가 번 돈으로 기막히게 맛있는 밥을 만들어주기보단 사주고 싶다.
모든 아이는 특별하다박혜란 저 | 나무를심는사람들
그 어렵다는 스카이 대학을 나와도 앞으로는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다 빼앗길 거라는 암울한 전망에 불안해하는 부모들이 요즘 그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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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보다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 아이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세 아들을 뮤지션, 건축가, 드라마 감독으로 키운 엄마 박혜란이 자신의 육아 이야기와 강연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아이 키우기에 대해 말한다. 앞으로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친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