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을 움직이는 힘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 연재
시스템 내의 구성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면 그 연결과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2019. 04. 26)
복잡계 과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세상엔 ‘까다로운’ 시스템과 ‘복잡한’ 시스템이 있다고요. 조금 더 풀어서 말하면 우리는 지난 1차 산업혁명에서부터 3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세상을 까다로운 세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해왔어요. 더 어려운 학문, 더 정밀한 기술, 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면서 역사를 발전시켜온 셈이에요. 반면에 우리가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만들어갈 세상은 이제까지의 까다로운 세상을 복잡한 세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될 거예요.
도대체 까다로운 것은 뭐고 복잡한 것은 뭘까요?
이 둘을 비교할 때 자주 드는 예가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항공기를 만든다고 생각해봅시다. 항공기를 설계하고 조립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에요.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로서, 많은 경험과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일단 우리가 어렵게라도 항공기 만드는 법을 터득하면, 그때부터는 예측에 따라 항공기를 설계할 수 있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반복적으로 똑같이 항공기를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제트엔진이나 인공심장도 마찬가지예요. 이들은 모두 대단히 까다롭게 만들어지지만, 우리는 기술로 그 과정과 결과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어요. 이런 분야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사용해온 쪼갠 다음 조립하는 방식이 놀라울 만큼 잘 통해왔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시스템은 다릅니다. 우리가 오늘의 일기예보가 맞았다고 해서 내일의 일기예보도 정확할 거라 믿을 수 없는 것처럼, 이 시스템은 예측하고 이해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복잡계 과학자이자 마이애미대학 물리학과 교수인 닐 존슨은 복잡성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피자 만들기는 까다로운 일이지만 복잡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만일 피자를 만들면서 동시에 자동차 타이어 교체와 세금 정산을 해야 하고, 각각의 업무는 다른 두 업무의 진전 상황에 따라 밟아야 하는 절차가 달라진다고 해보세요. 이때 비로소 복잡성이 발생합니다.”
조금 어려운가요? 이 말은 시스템 내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는 복잡하지 않더라도, 그 구성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미치면 전체 시스템이 복잡해진다는 뜻이에요. 시스템 내의 구성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면 그 연결과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경우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세상이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연결되어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복잡해진 세상을 살아가는 모범답안을 우리가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 이 두 가지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예전처럼 사고하는 습관을 ‘멈추는’ 겁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방향을 바꾸려면 일단 멈춰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당연시하는 것들을 비로소 의심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동안 우리는 까다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방법을 익혀왔지만, 앞으로는 이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실천하려 하면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MIT 미디어랩 소장인 조이 이토는 이렇게 충고합니다.
“사람들의 정신적 습관 중 고질적인 문제는 한결같습니다. 일단 우리는 우리의 이해 능력을 뛰어넘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어서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버려야 해요.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예전에는 그저 바보짓이었다면, 세상의 복잡성 지수가 몇 배나 증가한 지금은 아예 부질없는 짓입니다.”
해당 분야의 연구자가 아닌 이상, 우리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으려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개별 기술을 분석하고 이해한 후 그것을 적절히 조합해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려는 거죠. 그러나 복잡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제 이런 전략은 쓸모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새로 나온 기술부터 모두 이해하겠다는 생각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정작 우리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개별 기술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입체적인 구조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사고 습관을 송두리째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러나 방향을 안다면 변화할 준비는 된 것입니다. 자, 우리 함께 까다로운 세상에 머물러 있던 사고 습관을 과감히 내던져볼까요?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만들어봅시다. 복잡한 세상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생각의 패턴을요.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손승현 저 | 더난출판사
읽기 쉽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동시에 무수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간간이 등장하는 삽화와 배경음악은 자칫 따분할 수 있는 경영서를 끝까지 읽게 하는 당의정 구실을 톡톡히 한다.
관련태그: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 시스템, 상호작용, 까다로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로스쿨을 마친 뒤 제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현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TMT(Technology, Media and Telecom) 팀에서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구글, 우버, 넷플릭스, 애플,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에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
<손승현> 저12,600원(10% + 5%)
“어느새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방송국 PD, 문과 출신의 로펌 변호사가 첨단 기술 기업에 법률 자문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테크놀로지나 디지털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던 그녀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따라잡아야 했다. 세계 유수 석학들의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