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함익>으로 서울시극단과 함께 무대 서는 배우 오종혁

연기적인 스펙트럼이 넓은 오종혁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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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좋은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많이 배우고, 그분들 흉내 내면서 저도 모르게 얻는 게 있고. 그 운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2019.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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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초연됐던 서울시극단의  <함익> 이 4월 1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재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김은성 극작, 김광보 연출의 창작극  <함익> 은 극중 <햄릿> 공연 지도를 맡은 연극과 교수 함익과 복학생 연우를 통해 생각과 욕망은 많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이 시대 수많은 햄릿들을 자극하는데요. 초연 때부터 연우 역에 객원배우를 투입해 더 화제가 됐던 작품이죠. 이번 무대에서는 오종혁, 조상웅 씨가 서울시극단과 호흡을 맞출 예정인데요. 특히 오종혁과 서울시극단, 쉽게 그려지는 조합은 아니죠? 그러고 보니 오종혁 씨의 경우 참여해온 작품과 캐릭터가 유독 다채롭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 비결이 무엇인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오종혁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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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은 제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김광보 연출님, 그리고 극단 작업이라는 점이 무척 끌렸거든요.

 

라이선스와 창작, 대극장과 소극장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에 참여해온 오종혁 씨지만 <함익>은 여느 작품과도 결이 다른 만큼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했습니다. 극단 작품이라는 점이 끌렸다는데, 그 점이 가장 부담스럽기도 했다는군요.


극단 작품에 객원 배우로 참여해본 게 처음이거든요. ‘내가 이 안에서 잘 융화될 수 있을까, 기에 안 눌릴까’ 걱정했어요. 서울시극단이라는 미지의 공간이라 처음에는 무척 긴장했는데, 다들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셨어요. 한편으로 놀란 건 연수단원들까지도 실력이 굉장하더라고요. 발성, 딕션, 표현력 등 모든 자질이 뛰어나서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느꼈죠. 그래서 누가 되지 않도록,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초반에 좀 어색하고 민망할 때 같은 입장에 있는 조상웅 씨가 큰 힘이 됐겠네요(웃음)?


맞아요, 이 안에서 겉돌지 않기 위해서 많이 의지했죠(웃음). 사실 조상웅 배우와도 이번에 처음 작업하는데, 오다가다 많이 봤고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공연을 직접 관람한 적도 있고, 이미 그 실력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던 배우라서 옆에서 많이 훔쳐보고 있습니다.

 

연우라는 한 인물을 연기하지만, 두 분은 딱 봐도 많이 달라 보입니다(웃음). 기존에 했던 작품도 거의 겹치지 않잖아요.


리딩부터 많이 다르더라고요. 굉장히 섬세한 친구예요. 미세한 온도까지도 다 조절하더라고요. 아직은 감정을 확장하는 단계고 많은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된 모습은 알 수 없지만, 인물을 받아들이고 연습하는 방법도 다른 것 같아요. 저희가 일부러 초연 때 윤나무 배우가 했던 영상도 보지 않고 있는데, 아마 세 배우의 연우가 모두 다른 모습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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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익> 은 현대판 <햄릿>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고전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주인공이 놓인 상황이 <햄릿>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떤 결핍을 통해 꼬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소해가는 모습, 원론적인 것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에서 답을 찾으려는 모습이 두 작품의 비슷한 맥락이면서 또 차이점인 것 같아요. 함익 교수가 이 모든 것을 끌고 가야 하는데, 함익을 자극하는 게 연우죠.

 

<함익> 에서 가장 변수, 그래서 중요한 인물이 연우인데, 캐릭터는 어떻게 잡아가고 있나요?


연습할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함익이 안고 있는 결핍을 연우를 통해 해소하려고 하고,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본인이 못 하는 일을 연우를 통해 이루려고 하는데, 그 정도로 매력 있는 인물이겠죠. 그래서 연우는 학생이지만 학생답지 않은 면모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면을 좀 더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배우들도 실제로 작업하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요? 배우로 인해 작품에 색다른 시각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맞아요. 저는 연우 같은 성격이 아니고, 무대 위의 배우도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과 성격이 다를 수도 있죠. 하지만 배우로 인해 관객이 공감하고, 특히 어떤 메시지가 있는 작품은 마음의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가는데, 실제로 관객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이 있어요. 연우는 그런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따로 의식하고 행동한 것도 아니지만, 자신의 모습을 통해 누군가 변화할 수 있는 이유, 그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는 배우들과 비슷할 것 같아요.

 

문득 궁금해졌는데, 배우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좀 편해지셨나요?


여전히 편하지 않아요. 저 또한 떳떳한 배우,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아직 먼 것 같아요. 작품마다 두렵고, ‘이만큼 하면 되겠다’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갈피를 못 잡아서 제작진을 마지막까지 고생하게 만드는 배우거든요. 특히  <함익> 처럼 재연에 참여하게 되면 기존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그와 흡사하게 가기도 힘들고,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면 관객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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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요(웃음)? 가수로 시작해서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에 서고 있는 남자 중에서는 연기적인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것 같은데요.


무식해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무모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작품의 깊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하고 싶다고 붙잡아놓고, 막상 연습 들어가면 힘에 부쳐서 후회하는 거죠. 그 과정을 반복했던 것 같아요. 가수 출신이지만 노래를 잘 못하는 배우이고, 연기도 뮤지컬을 통해 처음 접했는데, 두 번째 뮤지컬에서 제가 소화할 수 없는 깊이의 작품을 만나는 바람에 많이 혼났거든요. 그러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계속 쫓아다닌 것 같아요. 다행히 항상 좋은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많이 배우고, 그분들 흉내 내면서 저도 모르게 얻는 게 있고. 그 운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뮤지컬 <그날들>도 공연 중인데, <그날들>은 유독 여러 차례 참여하셨잖아요.


이번이 5번째예요. 남자들은 군대 전후의 삶이 다르다고 하는데, 전역 후 처음 접한 작품이라 개인적으로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전역 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참여했고,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또 함께 하는 식구들과 그동안 쌓아온 신뢰도 있고, 그래서 뭔가 충전하기 위해 돌아가는 작품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오종혁 씨는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쫓아다녔을까요?
지금의 그를 만든 원동력은 무엇인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자기검열이 까다로운 거 아닌가요? 만족감을 느끼기는 하는지요?


저는 객관적이고 다행히 자아도취에 빠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는 내내 부족함을 느끼고, 공연이 막을 내렸을 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더 표현하고 싶은 역할을 찾아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만족감은 느끼지 못하는데, 순간순간의 희열이 굉장히 크죠. 실수가 많고 대단한 장면이 아니더라도 어느 순간 소름이 끼칠 때가 있거든요. 공연이 끝나고 인사할 때도 관객들이 공감해주시면 뿌듯함을 느끼고요.

 

배우로서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면 힘들 것 같은데요.


작년에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연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던 해였는데, 제가 온 길,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3개월 정도 쉬었어요.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에너지만 충전했어요(웃음). 10년이라는 시간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을 중간 점검처럼 하게 되지 않았을까. 20년 되는 해에나 다시 고민해보려고요.

 

그럼 20년 뒤에는 배우로서 어떤 것들이 해결되기를 바라나요?


항상 속 썩이고 모자라서 끌어주는 대로 따라가는 배우였는데,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후배들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저한테 의지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는데, 그게 무서워요. 멋진 선배이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제가 누군가에게 길을 제시하면 안 될 것 같거든요.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 바람은 있는데, 언제 ‘꽤 괜찮은 배우다’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20년 후에도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 제가 어디까지 왔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10년째 저를 봐오셨으니까 20년째에도 저를 보신다면 그때 알려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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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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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제:
    • 장르: 연극
    •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등급: 14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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