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노명우의 니은서점 이야기
안 오시면 외로워지는 존재
니은서점의 단골손님
니은서점의 단골손님을 분류해보자면, 첫 번째로 멀리서 오시는 손님과 동네 손님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2019. 03. 12)
먹어야 한다. 먹지 않으면 인간의 생명은 위험해진다. 그러니 인간이라면 먹어야 한다.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직접 해 먹거나, 그게 싫으면 사먹어야 한다. 하루 3끼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일주일이면 21끼, 한 달을 30일로 계산하면 90끼, 1년 365일이면 1,095끼나 먹는다. 1년 1,095끼 중 절반만 사먹어도 우리는 1년에 547.5번이나 식당에 간다.
물론 식당은 정말 많다. 경쟁도 치열하다. 그래도 음식 맛이 좋고 내 놓는 음식의 가성비도 나쁘지 않으면 단골손님을 금방 확보할 수 있다. 우연히 들렸던 손님이 단골손님이 되는데 필요한 최소 시간도 그다지 길지 않다. 니은서점 건너편에 있는 핫도그 파는 집만 봐도 그렇다. 서점보다 늦게 오픈을 했는데도 늘 손님으로 북적인다. 역시 사람은 책보다 핫도그에 더 쉽게 끌린다. 핫도그 집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문 연지 반년을 넘다보니 니은서점에도 단골손님이 생겼다.
조미미 씨가 부른 아주 옛 노래 <단골손님>에 의하면 “오시면 단골손님, 안 오시면 남인데”라고 했다. 조미미 씨의 의견을 존중하여 2018년 9월 서점 오픈 이래 지난 반년 동안 서점에 단 한번 온 손님은 그냥 손님, 두 번 이상 방문한 손님을 단골손님으로 분류했다. 어느 봄 날, 미세먼지 농도 탓에 거리를 오가는 사람도 왠지 줄어든 것 같은 그 날, 그래도 북적이는 핫도그 가게를 내다보며 단골손님의 얼굴을 한 명씩 떠올려봤다. 여러분에게 니은서점의 단골손님을 소개하려 한다.
니은서점의 단골손님을 분류해보자면, 첫 번째로 멀리서 오시는 손님과 동네 손님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서점에서 가장 먼 거리에 사시는 단골손님은 목포 분이었는데, 제주도 애월에서 오신 분에 의해 이 기록이 깨졌다.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로 범위를 넓히면, 가장 먼 곳에서 오시는 단골 손님은 런던에 살고 있다. 이 손님은 서울에 자주 오신다. 서울에 오셨다가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기 전, 빈 배낭을 메고 나타나신다. 그리고 책을 ‘한 배낭’ 사신다. 오실 땐 빈 배낭 하지만 가실 때는 꽉찬 배낭의 주인은 예상과 달리 소프라노 가수이시다.
서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사시는 단골손님은 뒷집 할머니시다. 따님과 함께 오셨다가 단골이 되셨고, 이제는 저자초청 북토크에도 오시는 분이다. 이 할머니는 니은서점 최단거리 거주 단골손님이자 최고령자 단골손님이라는 2개의 타이틀을 소유하고 계신다. 서점에서 30미터 거리에 있는 옷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뒷집 할머니에게 최단거리 단골손님 타이틀을 안타깝게 빼앗기셨다. 그래도 옷집 아주머니는 새로운 타이틀을 획득하셨다. 주문 후 최단 시간 책수령 타이틀이다. 자주 책 주문을 하시는데 주문하신 책이 도착했다고 문자로 알려드리면 통상 10분을 넘기지 않고 책방에 들려 찾아가신다. 철가방보다 빠른 속도다.
니은서점에는 책을 열심히 읽는 독자 단골손님도 있고 책을 열심히 쓰는 저자 단골손님도 있다. 단골손님끼리는 서로 친해지기도 한다. 서점에서 자주 마주치며 안면을 튼 독자 단골손님끼리 연락처를 주고받을 때 마스터 북텐더는 기분이 좋아진다. 니은서점이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 남모를 뿌듯함도 느낀다.
서점의 입장에서 작가가 단골손님이 되면 그야말로 영광이다. 『음악 이전의 책』 , 『풀밭 위의 돼지』 등을 발표한 소설가 김태용씨, 『여행의 사고』 로 유명한 사회학자 윤여일씨, 201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작가 지혜 씨, 2018년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가 『체공녀 강주룡』 의 소설가 박서련 씨, 『내가 싸우듯이』 의 소설가 정지돈 씨, 『한국, 남자』 의 사회학자 최태섭 씨, 『18세상』 의 사회학자 김성윤 씨는 두 번 이상 이런저런 이유로 니은서점에 오셨으니 니은서점은 일방적으로 그 분들을 단골손님으로 모시는 영광을 차지하고 싶다.
동네 주민이면서 단골손님이었던 분이 책을 출간하면 서점의 경사라 아니할 수 없다. 독자 단골손님이었던 정현정씨는 쓱 하니 『혼자 살기 시작했습니다』 를 출간했는데, 그 책의 223쪽에는 니은서점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벽돌 책도 마다하지 않고 구매하시던 동네주민 오희진 씨는 『어쩌면 이상한 몸』 에 저자로 참여했고, 니은서점 첫 번째 책 읽기 모임의 손님이셨던 동네주민 구보라 씨는 리뷰전문잡지 『오글리』 에 글을 실었고, 문학동네 신인상의 수상작가이자 동네 터줏대감인 장혜령 씨는 최근 『사랑의 단상』 을 출간하셨다.
단골손님으로 분류되었다고 얻을 수 있는 특전은 없다. 단 한 가지 “차를 팔지 않고 오로지 책만 파는 서점”인 니은서점은 단골손님에게는 차를 대접한다. 단골손님이니까. 조미미의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안 오시면 외로워지는 아아아~~~ 단골손님. 그 이름은 단골손님”
체공녀 강주룡박서련 저 | 한겨레출판
간도와 평양을 오가는 광활한 상상력에 ‘강주룡’이라는 매혹적인 인물을 불러낸 이 강렬한 이야기는 지금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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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론이 이론을 낳고 이론에 대한 해석에 또 다른 해석이 덧칠되면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가는 폐쇄적인 학문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연구 동기를 찾는 사회학을 지향한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인생극장』 등을 썼다.
<박서련> 저11,700원(10% + 5%)
한겨레문학상의 스물세 번째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이 출간되었다. 『체공녀 강주룡』은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 전기 소설이다.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심사 당시 “거침없이 나아가되 쓸데없이 비장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