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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Surl), 1998년생 동갑내기 청춘의 이야기
설(Surl) 『Aren’t You?』
익숙함을 바탕으로 개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인데 약간의 기시감은 있어도 긍정적이다. (2019. 02. 13)
거친 질감으로 질주하는 「9지하철」은 근래 최고의 오프닝 트랙이다. 간단한 대칭 구조를 설계한 다음 디테일의 변주를 통해 퇴근길 지옥철을 실감 나게 묘사해나가는 솜씨가 근사한데, 투박하게 내뱉는듯한 메시지도 높은 흡인력을 가졌다. 건조한 베이스 리프로 ‘살과 살이 부딪치는’ 열차 속을 버티다 ‘문이 열리면서’ 에너지를 분출해내고, 리드미컬한 컷팅으로 신경질적인 심리 변화를 그려나가다 무력한 코러스로 종착지를 기다린다.
1998년생 동갑내기 4인조 밴드 설(SURL)의 시각은 꾸밈없이 젊다. 그 세대가 향유했던 얼터너티브 록과 블루스, 브릿팝의 영향을 숨기지 않는 이들은 과장 없는 시각으로 개성을 만들어나간다. 무기력한 로파이(Lo-Fi) 테마를 받치는 에너지와 캐치한 멜로디 제조 능력으로 클리셰의 함정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 인상 깊다.
제목과 스타일, 메시지 모두에서 존 메이어의 초기 커리어를 연상케 하는 「The lights behind you」는 튼튼한 연주력이 빛난다. 타이틀 「눈」은 브릿팝의 감성을 팝적인 파워 코드로 풀어내며 익숙함을 확보한다. 뉴웨이브 트랙 「Candy」는 언뜻 <22>의 혁오와 겹쳐 보이지만 잔향 가득하고 선명하지 않은 사운드가 다르다.
밴드는 슈게이징 드림팝의 짙은 소리 안개를 의도하면서 명료한 설호승의 목소리로 멜로디 역시 놓지 않는다. 둔탁한 드럼 인트로와 대비되는 하늘하늘한 기타 리프, 힘찬 코러스를 교차해서 달려 나가는 「Like feathers」가 그 증명이다. 익숙함을 바탕으로 개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인데 약간의 기시감은 있어도 긍정적이다. 복잡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아 좋은 청춘의 이야기(說).
관련태그: surl, 설, Aren’t You,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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