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겨울의 얼굴

『예술가들이 사랑한 날씨』 연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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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자이크 이미지들은 결국 영국의 기후, 영국의 비탈진 언덕들, 영국의 창백한 회색빛 하늘 아래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19.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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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노어 로마 빌라’는 1811년 농부 조지 터퍼가 밭을 갈다가 발견했다. 터퍼가 밭을 가는 도중 쟁기가 단단한 것에 부딪쳤는데 이것이 옛날 어느 로마인의 여름 식당에서 물소리를 내며 솟아났던 분수 가장자리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은 터퍼의 한참 아래 후손이 그곳의 주인이다. 바닥은 조지아 양식으로 지붕을 한 오두막 덕분에 지금까지 잘 보존이 되어있다. 바닥을 보호하려고 터퍼가 그 위에 오두막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있는 모자이크는 메두사를 중심으로 가니메데(제우스가 신들의 술시중을 하게 하려고 데려간 트로이의 미소년)를 데려가고 있는 독수리 한 마리와 모의 전투에서 삼지창을 휘두르며 검투사 놀이를 하고 있는 통통한 어린 천사들이 있는 아주 인상적인 그림이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는 빌라의 서쪽 구석에 있는 원형으로 된 모자이크 바닥이다. 원래는 각 모퉁이가 사계절 중 한 계절씩을 표현하고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겨울의 모습만 남아있다. 겨울은 두건 달린 옷을 입고 흰색 타일을 배경으로 작고 파리하며 쓸쓸해 보이는 모습이다. 짙은 눈썹과 움푹 들어간 두 눈 때문에 왠지 우울하고 애수가 어려 있다. 모직 망토로 휩싸인 곳에서 튀어나온 앙상한 가지를 손으로 붙들고 있다.

 


서섹스 빅노어 로마 빌라 모자이크의 ‘두건을 쓴 얼굴의 겨울’

 

이 모자이크가 당시 영국 남부의 1월이 어땠는지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때는 1월을 ‘야누아리우스(Ianuarius)’로 불렀고 음울한 오후를 밝혀줄 유일한 빛은 접시 모양의 기름 램프뿐이었다. ‘사계절’은 로마 제국 전역에서 달력, 마루, 그림에 사용되는 인기 있는 장식 모티프였다. 당시 표준으로 활용된 사계절의 기본 이미지는 젊고 생식력이 왕성한 젊은 봄, 풍요로운 여름, 황금빛 수확의 가을, 춥고 나이든 겨울의 모습이었다. 그림은 일 년이 네 번으로 나뉘어 순환하는 양식화된 특성을 재현했고 인간 삶의 단계들도 그런 식으로 나타냈다. 이런 이미지는 딱히 특정 지역에 맞게 각색하거나 지형학적인 특성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이 영국에 깔려있는 모자이크 디자인은 아마도 지중해에서 가져왔거나 패턴 책에서 모방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계절의 이미지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빅노어에는 두 세트의 계절 모자이크가 있다. 첫 번째 것은 기원전 3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당시의 모자이크 기술자들은 흑백의 단순한 기하학적 패턴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3세기의 ‘겨울’은 수수한 모습이다. 흰색의 여백을 배경으로 검은색과 빨간색의 테두리가 또렷하게 그려져 있다. 아무런 표정도 없고 어떤 장식도 없다. 4세기 모자이크의 ‘겨울’은 예전의 순수한 상징에서 감정이 담긴 그림으로 변화했다. 북부 요크셔의 말톤에 있는 역시나 베일을 두른 ‘겨울’도 음울하게 굳어있는 표정으로 헐벗은 나뭇가지를 들고 있다. 영국 서남부에 위치한 글로스터셔의 체드워스에 남아있는 ‘겨울’은 훨씬 활기차다. 그는 보온용 바지와 튜닉으로 몸을 감싸고 한 손에는 죽은 토끼를 들고 다른 손에는 겨울의 상징물인 메마른 나뭇가지를 들고 있다. 계절의 상징물을 양손에 든 겨울의 망토자락이 바람에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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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스터셔 체드위스 빌라 모자이크의 ‘겨울’ 인물

 

영국에 와서 살았던 로마인들은 영국에서 날씨를 말하는 고유한 방식을 알아야 했다. 그들은 치체스터 항구로 다가오는 안개나 포도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빅노어의 미기후를 보고 느끼고 논평해야 했다. (지금도 여전히 빅노어의 기후는 포도나무가 자라는 데 적합하다.) 두건 달린 외투를 입은 겨울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당시의 느낌에 훨씬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 모자이크 디자인들이 패턴 책에서 도입된 것이라면 제각기 상황에 맞게 배열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평하거나 비교할 수 있는 주춧돌이 되었다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모자이크 이미지들은 결국 영국의 기후, 영국의 비탈진 언덕들, 영국의 창백한 회색빛 하늘 아래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술가들이 사랑한 날씨알렉산드라 해리스 저/강도은 역 | 펄북스
아무도 밖을 쳐다보며 자기가 본 것을 기록하진 않았던 중세에 홀로 날씨를 기록한 최초의 사람 윌리엄 머를이나 17세기 일기 기록자 존 이블린의 기록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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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알렉산드라 해리스(작가)

예술가들이 사랑한 날씨

<알렉산드라 해리스> 저/<강도은> 역37,8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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