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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성이란 양날의 검
『공격성, 인간의 재능』
저자는 빡빡한 조직에서 일하는 조직구성원보다 혼자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공예가가 동료를 적대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를 들기도 한다. (2018. 10. 01)
언스플래쉬
인간만큼 공격적인 종이 이 지구에 없다
“저 친구는 공격적이야. 부드러워지면 좋겠어.”
“어머니, 윤수가 유치원에서 공격적 행동을 해서 문제가 돼요.”
“70대 남성이 지하철에서 노약자 보호석에 앉아있는 임산부에게 욕설을 퍼부어 여성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뉴스 리포트 중에서)
현대 사회에서 공격성(aggression), 혹은 공격적 행동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공격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법의 심판을 받을 나쁜 행동일 가능성이 많고, 어릴 때 공격적 행동을 한다면 그 부분은 가장 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부각된다. 꼭 그렇기만 한 걸까?
만일 ‘공격성’이란 개념 안의 에너지, 목적의식, 방어능력 등 ‘적극성’, ‘자기방어력’, ‘원동력’, ‘종족 보존 본능’으로 해석해서 들여다본다면 공격성이 없는 사람은 바람 빠진 풍선 같은 모습이 아닐까?
공격성이란 개념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하면서 그동안 공격성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오해를 풀어주려는 책이 출간되었다. 앤서니 스토(Anthony Storr)의 『공격성, 인간의 재능(Human Aggression)』 이다. 앤서니 스토는 1920년에 태어나서 2001년에 사망한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융학파 정신분석가다. 그는 영국에서 다양한 저술활동과 방송 활동으로 인간 심리를 대중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해 온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은 그가 1968년에 발간한 책을 번역한 것으로 무려 50년 전에 처음 발간된 고전에 가까운 책이다. 이 책 안에는 정신분석이론, 인류학, 동물생태학, 생물학의 여러 이론들을 바탕으로 ‘공격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뇌과학과 동물실험을 통해 공격성에 대한 생물학적 이론은 눈부신 발전을 하였다. 그러므로 그쪽 이론적 설명은 꽤 오래된 것들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쓸 당시 저자는 이들 다양한 학문에서 나온 최신 이론들을 통합하려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책 앞에 ‘콘라드 로렌츠에게 존경과 애정을 보내며’라고 적었다. 정신분석을 기반으로 한 정신과 의사인 앤소니 스토가 공격성에 대한 전통적 정신분석 이론의 해석에 의문을 갖게 된 것은 그 당시 동물 관찰 등을 하면서 콘라드 로렌츠 등 동물생태학자의 발표에 큰 통찰적 인식을 얻었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더 나아가, 남아메리카의 오지, 혹은 파푸아뉴기니 같이 서양문화에서 단절되어 살아온 부족의 삶을 면밀히 관찰한 인류학자들의 연구결과와 같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던 다른 분야 학문의 성과도 책을 쓰는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우선 “인간만큼 공격적인 종이 이 지구에 없다”라고 단언한다. 생존을 위해 잡아먹거나, 위협하는 다른 종을 물리치기 위해서 공격성을 발동하지 않고, 같은 종을 잔혹함 속에서 쾌락을 얻기 위해 공격성을 발현하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살인과 폭력과 같은 일반적 공격성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격성’을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으론 논의를 시작한다. 엄마가 부엌에서 일을 보는 동안 아기가 깨어나서 배가 고프다. 너무 배가 고파 칭얼거렸는데 엄마는 듣지 못한다. 점점 더 배가 고파진 아기는 울기 시작하는데, 엄마가 오지 않으면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울어대고, 나중에 엄마가 와서 젖을 물려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어떨 때에는 젖꼭지를 세게 물어서 엄마가 크게 아파하기도 한다. 이런 것도 공격성이 작동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을 처음 시도하거나 안 가본 곳을 위험을 무릅쓰고 가보는 모험심, 과학자,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그 과정에 생기는 여러 장벽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면서 난관을 해결해 나가는 목표의식과 야심도 사실 공격성과 연관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저자는 정신분석적의 발달적 측면에서 프로이트가 처음엔 성(sex)에만 관심을 가졌고, 나중에 공격성의 본능적 측면을 인지하기는 했으나, 그의 이론을 보면 공격성을 성적 본능의 한 요소 정도로 보았다고 설명한다. 이 부분의 미진함을 깨달은 그의 제자이자 후학들이 공격성에 대해 본격적인 탐구를 시작했다. 그 첫 시작은 알프레드 아들러다. 우리에게는 ‘미움받을 용기’의 이론을 제공한 초기 정신분석가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로, 정신분석의 초창기인 1908년에 인간의 공격성의 본능이 ‘권력에의 의지’, ‘우월성 추구’, ‘완벽 추구’로 표현된다고 주장했다. 인간행동의 지배적 동기가 ‘성’이 아니라 공격본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대상관계이론을 만든 멜라니 클라인은 태어날때부터 유아의 내면에는 공격성이 탑재된 채 세상에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주 초창기부터 사랑과 증오 사이에 갈등을 하고, 파괴적 충동은 정신생활의 불가피한 요소로 보았다. 이런 공격성에 대한 개념의 발전은 이후 경계선 인격, 자기애적 인격을 설명하는데 유용하였다.
콘라드 로렌츠의 동물 행동 관찰을 통한 공격성의 이해를 인간 심리에 적용하면서 공격성의 불가피한 본능적 측면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당시 낙관적 세계관을 갖고 인간을 잘 양육하고 교육하면 공격성은 사라지고, 세계는 평화로울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공격성은 없앨 수 있는게 아니라, 성적 표출만큼이나 인간의 기본적 에너지 창고와 같은 것이고, 이것이 잘 발현되고 표현되며 적절한 수준에서 한 사람의 생존, 발전, 번영을 위해 필요한 방식으로 잘 분출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공격성의 완벽한 제거가 평화를 가져오는게 아니라, 인간의 공격성의 본능적 측면을 인정하고, 이것을 잘 관리해서 사회 안에서, 또 대인관계에서, 더 나아가 개인의 정체성과 성격 형성, 그리고 인생의 목표를 추구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원초적 에너지원으로 잘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 현실적이며 합리적 해결책이 된다는 것이다.
언스플래쉬
공격성에 대해 본질적 고민을 해보고 싶다면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 D.W.위니코트가 “애초에 공격성은 활동성과 거의 동의어다”라고 말했듯,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모험을 하고,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몸과 머리를 쓰는 것을 프로이트식의 자기파괴적 방향성(Thanatos)만을 가진 공격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일반적 육아, 이후의 교육은 아이의 이런 본능적으로 활동성을 포함한 공격성을 억제하게 된다. 인공적 환경에서 위험이 많다고 여긴 부모는 아이를 과잉보호하고 그러다 보면 가져야 될 모험심, 활동성도 제대로 자라지 못해 심리적 독립과 정체성을 확립하여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이미 1968년에도 지금 우리사회에서 관찰되는 청년의 모습이 그의 눈에는 보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이 공격성에 대해 정신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발달적 측면, 아이와 성인심리에서 공격성이 차지하는 의미, 우울증이나 편집성, 사이코패스와 같은 특징적 정신 병리의 발현에 공격성의 역할에 대해서 이어서 설명하고 있다. 뒷부분에서 공격성의 적대적 측면이 어떤 식으로 변환되어 나타나는지 정신병리를 설명하면서 제시한다. 그러면서 적대감에 내재된 편집적 요소를 줄이는 것, 공격성이 증오로 바뀌어 모든 걸 파괴해버려야 한다고 믿게 되는 것을 막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고 조언하며 공격적 충동이 긍정적으로 표출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공격성이 증오로 바뀐 것 중에 상당한 점은 현대사회의 제도의 규모와 복잡성도 한몫 한다고 진단한다. 인간이 스스로를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낄 때 공격적 자아를 확인하고 모험심과 자율적 심리로 영역을 마음대로 넓혀보는 행위를 해보는 것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적절하 자부심과 존엄성을 지킬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 무능감은 유아기 초기에 느꼈던 무력감과 나약감을 다시 일깨워서 원초적 자아의 공격성을 되살린다. 그 결과 정상적 공격성이 증오로 변질되어 통제 안 되는 강렬한 공격성의 표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빡빡한 조직에서 일하는 조직구성원보다 혼자 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공예가가 동료를 적대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를 들기도 한다.
이 책은 본능적인 공격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표현되도록 방향을 잘 잡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묻지마 폭력, 감정노동자에 대한 언어폭력, 학원폭력, 난민이나 타 민족에 대한 공격적 행위와 같은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시스템이 촘촘해지면서 개인의 적절한 공격성 표현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 개인의 좌절이 원초적 공격성을 재현하게 하여 증오표현으로 전환되게 되었다는 상당히 통찰력 있는 진단을 전달하고 있다. 공격성에 대해 본질적 고민을 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공격성, 인간의 재능앤서니 스토 저 | 심심
“인간이 공격성이라는 중요한 재능을 갖지 못했다면, 결코 지금처럼 세상을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고 심지어 하나의 ‘종’으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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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앤서니 스토> 저/<이유진> 역12,6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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