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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판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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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1지구부터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땅 9지구까지 완벽하게 구획된 사회에서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이면을 조망한다. (2018. 0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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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색 짙은 무대를 선보여온 서울예술단이 오랜만에 신작을 공연할 예정이다. 10월 2일부터 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번 작품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 고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것으로, 3대에 걸친 악의 탄생과 진화, 철저한 계급사회와 정의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스토리를 이희준 작가가 무대 언어로 손봤고, 오경택 연출이 생명력을, 박천휘 작곡가가 음악을 입혔다. 서울예술단의 작품에서 기대되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단원 외 객원 배우들. 이번 작품에는 박은석, 최우혁 씨가 합류해 기대를 높이고 있다. 관객들이 궁금할 내용을 지난 제작발표회에 나왔던 내용을 토대로 Q&A로 엮어봤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_제작발표회 니스 박은석 다윈 최우혁.jpg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다윈의 종의 기원>은 읽어봤지만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처음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박지리 작가가 2016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이 책을 검색한 뒤 놀란 것은 첫째 무려 856쪽에 달하는 분량, 둘째 상당히 좋은 독자들의 평, 마지막으로 이미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생물의 진화를 다뤘다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선과 악의 변이와 선택으로 이어지는 인간 진환에 관한 미싱 링크를 찾는다. 작품은 시공간이 지워진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국가의 핵심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거주하는 안정적인 1지구부터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땅 9지구까지 완벽하게 구획된 사회에서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의 이면을 조망한다. 신과 인간, 죄와 벌, 부모와 자식,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흥미로운 판타지로 풀어냈으나, 작가의 요절로 크게 화제가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는 서울예술단원 외에 최우혁 씨가 숨겨진 진실을 쫒는 주인공 다윈 영 역으로, 다윈의 아버지이자 베일에 싸인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니스 영 역에는 박은석 씨가 참여한다. 보통 창작 초연의 경우 배우들도 원작 소설을 챙겨 보는 편인데, 900쪽에 가까운 분량이 쉽지는 않았을 터. 캐릭터는 어떻게 다가가고 있을까?

 

박은석 : 책 읽는 속도가 느린데, 이 책은 빠르고 재밌게 읽었다. 다 읽고 나니까 굉장히 먹먹하더라. 니스는 아버지부터 내려오는 죄의 대물림을 겪게 되는 운명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그 운명을 피하지 않고 무섭도록 인내하는 인물이다. 우리 아버지 생각도 났다. 최근 아버지와 언쟁이 있었는데, 아버지 시대의 아픔과 애환을 나는 전혀 모르더라. 관객들도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고민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삶과 죽음, 죄, 가족, 친구 등 방대한 내용을 무대에 올리는 게 쉽지 않은데, 제작진과 많이 고민하고 배우로서 감동과 깊이를 잘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우혁 : 서울예술단의 <신과 함께>를 정말 재밌게 관람했고, 그런 내용도 무대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신과 함께>로 믿음이 생겨서인지 책을 받으면서도 무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캐릭터는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윈 영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풀어내지만, 주인공이면서도 주인공 같지 않은 섬세한 면을 지닌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방대한 이야기지만 재밌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2시간 30분의 뮤지컬로 담아내면서 제작진은 어떤 점에 주력했을까?

 

오경택 연출 : 내용적인 면에서 죄와 벌, 선과 악, 법과 정의 등 굉장히 묵직한 테마를 다루고 있는데, 포스터에도 나와 있듯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짓고 어른이 된다’는 점에 주력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영원한 어린이는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안에 있는 어린아이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순수한 가치들이 사라져 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춰 작업했다. 무대적인 측면에서는 가상의 시공간을 설정하고 있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SF까지는 아니다. 여러 콘텐츠의 색을 교묘히 품고 있으면서도 작가만의 독특함이 있다. 조명이나 의상 등 여러 요소를 활용해서 작가의 색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극작/작사 이희준 : 무대는 변할 수 있는 속도가 제한적이라서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에서 작품의 본질적인 요소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음악으로 연결하는 부분 역시 고민했다. 작업하면서 개인적으로 중요했던 것은 루미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 열쇠였다. 원작 소설과는 결을 조금 다르게 표현했다. 

 

작곡 박천휘 : 마지막 넘버가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곡이다. 어두운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지만 관객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고, 이런 일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인물들에게도 위로를 주고 싶었다.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 작업을 해냈고, 다르게 풀어냈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 아닐까. 음악을 통해 관객들이 인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스펙트럼이 넓은 다양한 음악을 통해 장면에 가장 어울리는 곡을 고민했다.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음악과 관련해
최우혁 배우의 솔직한 증언을 마지막으로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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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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