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이야기하고 싶게 만드는, 책의 마력
『책이 선생이다』 편집 후기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책을 읽고 함께 흥분하는 것도 즐겁지만, 초롱초롱한 눈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또한 기분 좋은 일이지 않나. (2018. 07. 30)
시원한 파랑색이 바탕인 『책이 선생이다』 의 표지에는 사람으로 가득 찬 전철 풍경의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심기가 불편해지는 그 공간에서 약간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책을 읽고 있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 걸까. 저렇게 붐비는 곳에서 몰두할 수 있는 것을 보니 보통 재미있는 책이 아닌 게 틀림없다.
실례가 되는 행동이겠지만, 대중교통수단이나 대형서점 같은 곳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힐끔 확인하고 싶어진다. 어쩌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 책 재밌죠?”하며 말을 걸지는 않는다. 선량한 독자를 놀라게 할 위험이 있으며, 나는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호들갑을 떨고 싶어 하는 종류의 인간이긴 하지만, 불행히도 사교성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책을 읽고 함께 흥분하는 것도 즐겁지만, 초롱초롱한 눈으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또한 기분 좋은 일이지 않나. 그리고 이렇게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자신도 무언가를 쓰고 싶어 하며, 그래서 훌륭한 독자는 아주 높은 확률로 훌륭한 저자가 된다고도 생각한다. 『책이 선생이다』 는 그런 훌륭한 독자이자 작가 여섯 명의 ‘내 인생의 선생이자 친구가 되어 준 책’을 향한 고백이 실려 있다.
『책이 선생이다』 의 원고를 읽으며 느꼈던 점도 그랬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부분이 나오면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아직 읽어 보지 못한 책이 나오면 그 책을 읽고 함께 공감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작업하며 황시운 선생님의 원고에 등장하는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의 『달팽이 안단테』 라는 책을 알게 된 것도 수확이었다. 원고에 인용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어디까지나 업무적으로 펼쳐들었던 책이었는데, 인용된 부분만 확인하고 내버려두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책이기도 했다. 일을 하다 보면 흥미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책을 읽어야만 할 때가 있는데, 그러다보니 이 기회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책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는 점이 또 재미있다. 이런 책과의 만남도 어쩌면 편집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건 곧 그 책을 읽은 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책이 선생이다』 원고를 읽으며 결국 마음에 남는 것 또한 그 책을 읽고 달라진 그들의 인생 이야기였다. ‘나에게 선생이, 친구가 되어 준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나’가 없는 ‘책’ 이야기만 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책에 대한 이야기와 읽는 이의 인생 이야기가 뒤섞인 이 원고를 읽으며 나는 ‘내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책은 뭐였더라’, ‘내 인생 최초의 책은 뭐였더라’ 하며 내 인생을 펼쳐 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 주절주절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이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책에 대해,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 그 이야기들이 또 책이 되고, 그렇게 멈추지 않고 줄곧 이어지는 것.
책이 선생이다듀나, 김보영, 황시운, 김중일, 한지혜 저 외 1명 | xbooks
김보영, 황시운, 한지혜, 홍희정, 김중일, 듀나 등 ‘독자 겸 작가’ 여섯 명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되고 친구가 되어 준 책에 대한 애정 어린 고백을 털어놓았다.
<김보영>,<김중일>,<듀나>,<한지혜>,<홍희정>,<황시운> 공저10,450원(5% + 2%)
김보영, 황시운, 한지혜, 홍희정, 김중일, 듀나- 여섯 명의 작가가 쓴 나의 선생이 되어 준 책 이야기. 인생을 바꿔 놓은 계기가 되고 친구가 되어 준 작가들의 내밀한 책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삶에서 어떻게 책을 만나고, 그 책이 우리의 삶을 고양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진솔한 책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