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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에 누가 있나요? - 뮤지컬 <국경의 남쪽>

함께 있어야 아름다운 곡을 연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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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시스템 앞에 그 누가 무너져 있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세계는 다시 아침을 맞이하고, 모두의 삶은 계속된다. (2018. 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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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시스템 앞에 그 누가 무너져 있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세계는 다시 아침을 맞이하고, 모두의 삶은 계속된다.

 

호른 연주자인 주인공 선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모차르트 호른연주곡 3번 2악장이다. 선호는 가장 좋아하는 곡을 이야기하며, 결코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아름다운 연주곡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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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북쪽에서 사랑했던 사람들


뮤지컬 <국경의 남쪽> 은 ‘북쪽’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태양절을 앞두고 평양 만수 예술단은 연습이 한창이다. 태양절은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을 기념하는 북한 최대 명절이다. 중요한 명절에 걸맞은 행사 연습 중에 호른 연주를 담당하는 선호가 실수 연발이다. 음악에 맞춰 연기하고 춤을 추는 연화를 바라보느라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선호와 연화는 주변 사람 모두가 인정하는 공식 커플이다. 극 초반에 두 사람은 마치 첫사랑을 할 때 같다. 좋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걸으며 선호는 연화에게 “모내기 전투 전에 결혼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북한은 매년 농번기에 전 주민을 총동원해 모내기에 나선다. 주민 참여를 이끌기 위해 ‘전투’라는 말을 붙여 모내기에 참여하게 한다. 빨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집에 가는 길에 급하게 이야기하는 선호를 보며, 연화는 정식으로 프러포즈 하라고 퉁퉁거린다. 이때까지 두 사람의 미래는 예견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삶은 예상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간 선호는 남조선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선호의 아버지는 남한에 있는 선호의 할아버지와 오랜 시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누구도 모르게 한 일이었는데 북한의 비밀경찰기구인 보위부에 덜미가 잡혔다. 계속 북한에 남아있으면 선호의 아버지는 물론 가족 모두 수용소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선호의 아버지는 가족 모두와 함께 남한으로 향하기로 한다.


선호는 혼자 갈 수 없어 연화를 설득하지만, 연화 역시 가족을 두고 갈 수는 없다. 연화는 북한에서 기다리며 가족을 설득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선호는 남한에서 자본가가 된 할아버지를 만나 금방 사람을 보내겠다고 약속한다. 금방 다시 만날 줄 알았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건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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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자리에 남은 현실을 바라보는 사람들


뮤지컬 <국경의 남쪽> 은 2006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원작을 각색해 2016년 초연했고, 2018년 두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국경의 남쪽> 은 남과 북이라는 이념이 대립하는 배경에서 개인으로 사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보여준다. <국경의 남쪽> 은 ‘창작가무극’이라고도 부른다. 공연을 제작한 서울예술단은 ‘한국적 소재와 양식을 기반으로 현대적이고 완성도 높은 창작 공연’이라고 창작가무극을 소개한다. 무대 위 배우들은 무대 위에 물결을 그리며 춤을 추듯 움직인다. 이야기와 노래, 배우들의 움직임 모두 볼거리다.


선호의 할아버지는 선호 가족이 남한에 도착하기 전 세상을 떠났고, 선호의 가족은 힘겹게 남한에 자리를 잡는다. 그 과정에서 북한에서 연화를 데리고 오려고 했지만, 모든 시도가 실패했다. 북한에서 계속 선호를 기다리던 연화가 선호를 만나러 남한에 왔지만, 결혼을 약속했던 때와는 상황도 조건도 달라졌다. 두 사람의 눈앞에 놓인 현실은 그 시절 사랑했던 마음보다 앞서 걷는다.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거대한 시스템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용하는 것 역시 한없이 버겁다. 견고한 시스템 앞에 그 누가 무너져 있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세계는 다시 아침을 맞이하고, 모두의 삶은 계속된다. 위기에 놓인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무력감을 느끼고 한없이 무너지는 것 혹은 계속되는 삶을 향해 뒤돌아 걷는 것이다. 뮤지컬 <국경의 남쪽> 의 두 주인공 선호와 연화는 뒤돌아 걷는 것을 택했다.


뮤지컬 <국경의 남쪽> 으로 선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구도 혼자서는 호른 협주곡을 아름답게 연주할 수 없다.”였다. 막이 오르고 관객은 주변을 둘러보며 안심하거나 감정에 의문을 품거나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누군가와 마주 보는 것 자체가 어쩌면 굉장한 사건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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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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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제:
    • 장르: 뮤지컬
    •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 등급: 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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