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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시간
<월간 채널예스> 1월호
우리는 읽습니다.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새해, 우리가 뽑은 책은 『읽기의 말들』과 『싫은 녀석에게 복수하는 법』입니다. (2017. 12. 29.)
의정 : 안녕하세요 지혜 님~ 오랜만이에요.
지혜 : 엄청 오랜만입니다. 한 달 쉬었다고 이렇게 시간이 오래 간 느낌일 수 있단 말입니까?
의정 : 제 말이 말입니다. 한 달은 엄청 빨리 가다가도 또 엄청 느리게 가고. 모를 일입니다.
지혜 : ‘왜 이 책’은 왜, 유독 바쁜 날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말입니다. 곧 1월입니다! 이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 ㅠ.ㅜ
의정 : 분명 이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시간을 규탄한다 규탄한다! 하지만 유독 바쁜 날에도 '왜 이 책'에서는 그나마 즐겁게 책 이야기를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쁜 와중에 실리를 챙기는 기술'이라고나 할까요?
지혜 : 기분이 좋군요. 하여, 1월에 독자 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의정 : 제목으로도 흥미로운 책이죠. 『싫은 녀석에게 복수하는 법』! 지혜 님의 책은 무엇인가요?
지혜 : 저는 이번 달에 약 다섯 권의 책을 두고 일주일간 무척 고민했는데요. 정말 힘든 결정이었어요. 자자, 그 행운의 주인공은? 박총 작가의 신작 『읽기의 말들』 입니다.
의정 : 빨간 표지가 강렬합니다.
지혜 : <월간 채널예스> 필자이기도 한 이기준 디자이너님의 작품이기도 하죠. 사실 이 책은 저자의 글발을 알기 때문에 산 책이에요. 아 그런데 혹시, 모르시죠? 제가 박총 작가님의 전작 『욕쟁이 예수』 'thanks to'에 이름이 언급된 사람입니다다! ㅎㅎ
의정 : 그런 인연이! 어떻게 알게 되신 분인가요?
지혜 : 약 8~9년 전에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하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싸이 1촌이었어요. ㅎㅎ 얼굴은 한 번도 못 뵈었지만, 투명친구죠. ㅋㅋ 박총 작가님은 'thanks to'를 길게 쓰기로 유명하신데요. 약 200~300명 정도 쓰시려나요? 제가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ㅋㅋ 제가 12월을 마무리하며 내 마음에 흡족할 책 몇 권을 주문했어요. 이 책은 지난주에 춘천 여행 중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차 안에서 야금야금 읽었어요. 너무 좋았어요.
의정 : 아~ 추억의 싸이월드. 옛날의 인맥과 사진과 부끄러운 글이 남아 있는 곳이죠. 책으로 다시 인연이 이어지다니 신기하네요.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지혜 : ㅋㅋ 그렇죠. 그간 신작이 언제 나오나 궁금했거든요.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반가웠어요. 책에 관한 책, 글에 관한 책을 제가 썩 좋아하진 않는데요. 이 책은 야금야금 시간이 날 때마다 서너 쪽씩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2018년 독서 계획을 세우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어요. (아구구, 제가 넘 말이 길었습니다) 이제 의정 님의 책을 소개해주시죠? 제목이 뭐라고 하셨더라고요?
의정 : 좋은 설명 뒤에 『싫은 녀석에게 복수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말하려니 뻘쭘하네요^^; 하지만 제목대로 정말 싫은 녀석에게 복수하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책은 아닙니다. 사실 우리 모두 답은 알고 있지 않나요? 싫어하는 사람에게 하는 최대의 복수는 그냥 내가 행복하게 사는 거죠. 하지만 저자인 일본 작가 ‘도시마 미호’가 실제 고등학교에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교실에 들어가는 대신 양호실로 다니면서 학교를 졸업한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내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지혜 : 오, 추억의 양호실! 책 제목은 직역인가요?
의정 : 으으음.... 일본어를 몰라서 직역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혜 님 질문에 책 뒷편을 보니 '리벤지'라는 말이 들어가는 걸로 봐서는 직역인 것 같습니다.
지혜 : 저는 번역서의 원제가 늘 궁금해요. 아주 가끔 마케터 분들이 오시면 묻기도 하는데, 당황하시는 분들이 많죠. -.-; 괜한 질문을 한 건가 싶지만, 정말 궁금합니다. 저자의 첫 마음이 들어 있는 제목이잖아요. 문화권의 차이로 바꿨나, 한국에서 팔릴 만한 제목으로 바꾼 것인지도 궁금하고요.
의정 : 제목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바꾸는 것도 중요하죠. 특히 '~~하는 법' 같은 제목은 출판계에서도 한참 유행을 탔던 것 같아요.
지혜 : 매력은 없지만, 임팩트는 있으니까요. 버릴 수 없는 타이틀입니다.
의정 : 책 이야기를 조금 더 해도 될까요? 그래서 저자는 고등학교 때 상처 때문에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게 어려웠다고 해요. 다 자기를 얕잡아보는 것 같고, 피해망상인 걸 알면서도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기도 하고요. 결국 돌고 돌고 돌아 저자는 궁극의 '싫은 녀석에게 복수하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책을 읽어보시길요 후후. 여담이지만, 지혜 님은 정말 싫은 사람에게 복수했던 적이 있나요?
지혜 : 복수요?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ㅋㅋ 싫은 사람이 지금은 거의 없어요. 음, 저는 힘든 게 “아 나 이 사람 좋아하고 싶은데, 좋아해주고 싶은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가 너무너무 괴롭습니다. 최근 지인 두 분께서 제게 좀 실수를 하셨어요. 제 기준에서는 큰 말실수요. 근데 두 분 다 모르시는 것 같아요. 실수했다는 사실을. (제가 민감한 건가, 하고, 주변에 객관적인 판단을 하시는 분들께 에피소드를 들려 드렸는데, 이건 분명히 그분들의 실수였습니다.ㅠ.ㅜ)
의정 : 서로 상처입히지 않고 말하기가 정말 어렵죠. 그래서 다들 ‘잘 말하는 법’ ‘상처입지 않는 법’ 같은 책을 찾아보나 봐요.
지혜 : 그쵸. 제가 방금 검색하다가 티티 출판사 블로그에 들어갔는데요. 편집후기가 실려 있네요. "누굴 미워하자니 내가 더 힘든 사람에게"... 이거 딱 저네요.ㅠ.ㅜ 제가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핵심 내용이 잘 나와 있네요? (제가 오히려 설명 중.ㅋㅋ)
1 나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은 ‘내게 유해한 사람’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2 상대가 왜 나에게 해를 끼치는지 분석하려는 것 같으면 즉시 생각을 멈춘다.
지혜 : 음, 형광펜이 필요한 문장입니다.
의정 : ㅋㅋㅋ 강력한 어시스트 한 방 감사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저는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밝히는 부분이 더 좋았어요. 독자 여러분도 학창 시절에 힘든 기억을 떠올리며 공감을 많이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혜 : 저도 어시스트 받고 싶은데 말이죠. ㅎㅎㅎ 제 책은 자진 어시스트 해보겠습니다! 『읽기의 말들』을 읽으면, 나는 책을 왜 읽지? 왜 좋아하지? 왜 부담스러워 하지? 책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지? 어떻게 읽어야지? 기타 등등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23쪽의 이야기가 우리 <월간 채널예스> 독자님들의 이야기에 가 닿지 않을까 싶어 발췌해보겠습니다!
"소설가 김중혁이 어디에선가 말하길, 책은 삶을 바꾸지 않지만 마음의 위치를 0.5센티미터 정도 살짝 옮겨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 독서는 삶을 바꿔 주지 않지만 더 근사한 것을 준다. 삶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준다. 독서가 야속하고도 고마운 이유다. 책은 확실히 삶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
의정 : 늦었지만 저도 한 발 보태봅니다. 책 소개를 보니 "우리의 생존과 번식에 기여하지는 않으나 우리의 존재를 지탱해주는 것, 우리를 무릎 꿇지 않고 꼿꼿하게 서서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독서라고 표현하셨군요. 문장 몇 개만 읽어도 멋있는 책일 것 같네요.
지혜 : 사실 전 문장이 좋지 않은 책은 거들떠 보지 않습니다. (음… 오만 같으나.--;; 진실이니 뭐 어쩔 수 없....저는 육아하는 시간만으로도 삶이 빡빡하거든요.) 암튼 박총 작가님은 엄청난 다독가임과 동시에 문장도 저엉~ 말 좋습니다. 책 좀 읽는 분들이 읽으셔도 '어, 이런 좋은 문장가가 있었네' 하실 겁니다. 특히 새해를 맞아서 책을 읽긴 읽어야 하는데, 어떻게 읽을까, 아 부담스러워!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의정 : 책에 대한 책이니 다른 책 제목도 많이 나오겠네요. 책을 읽다보면 또 책이 나오고 그럼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혜 : ㅋㅋ 다시 한 번 인상적인 발췌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는 일본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이야기("책은 거칠게 다루는 것이 좋다. 나중에 헌책방에 팔기 위해서라도 깨끗하게 보겠다는 식의 구두쇠 발상은 버리는 것이 좋다")를 인용하며, “책을 가방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책장 끝자락을 과감하게 접고, 여백에는 장문의 적바림을 빼곡히 적어 놓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책을 험하게 보는 저로서는 매우 위안이 되는 이야기였죠. (앗싸!)
의정 : 저는 페이지 끝을 접거나 밑줄을 긋는 건 좋은데 어쩐지 이상하게 여백에 메모를 적는 건 내키지 않더라고요. 책 끝을 접는 걸 영어로 도그지어(dog's ear)라고 한다는데, 귀엽지 않나요 ㅎㅎ 책마다 강아지가 빼꼼 머리를 내밀고 있는 느낌이에요.
지혜 : ㅋㅋ 귀여운 말이군요. (멍멍) 아, 그런데 의정 님에게 꼭 해야 할 질문을 못했어요. 싫은 녀석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죠? 갑질 하는 거 빼고요.
의정 : 책의 경험을 빌려 이야기해보면, 저자는 교실에서 하층민이 된 느낌이었다고 해요. 저기 잘나가는 애들은 나를 무시하고 감히 끼워줄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싫은 녀석들이라는 거죠. 하지만 내가 상층민이 되면 똑같이 굴어줘야지, 이를 갈고 있다면 괴롭힘을 당했던 사람도 누군가한테는 싫은 녀석이 되지 않을까요. 내가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싫은 녀석들의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 아닐까 합니다. 음... 저는 해가 바뀌어도 진지하군요. ㅋㅋㅋㅋ
지혜 : 하층민 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순간, 아차! 했습니다. 다른 질문을 할 걸. ㅋㅋ 저도 한때는 ’한 진지’했는데, 의정 님을 만난 후부터는 비교가 안 되는 것 같아요. ㅋ
의정 : 기왕 진지해졌으니 마지막 질문을 매우 진지하게 끝내볼까요. 지혜 님이 『읽기의 말들』 같은 책을 쓴다면, 독서를 뭐라고 정의할 것 같으세요?
지혜 : 어흑, 제가 요즘 막 반성 중이에요. 인터뷰하면서 너무 심오한 질문을 했던 제 과거를요. 음 그래도 물으면 답한다가 신조인 지라, 대답해보겠습니다. “솔직해지는 시간”으로 할게요. 책은 같이 읽는 경우가 흔치 않잖아요. 뇌도 마음도 솔직해지는 시간인 것 같아요. 거짓말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독서의 시간은.
의정 : 방금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이요?' 라고 치려다가 오타가 나서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신간'이라고 쳤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신간, 많이 읽으시기를. “책 읽으세요” 매일 이야기하는 게 지겨우면서도 결국은 늘 “책 읽으세요”로 끝내게 되네요. 책을 읽는 방법 말고도 듣는 방법도 있죠. 요즘 화제라고 소문난 도서 팟캐스트 <예스책방 책읽아웃>이라든가. (뜬금 막간 홍보)
지혜 : ㅋㅋㅋ 직업병은 얻으면 아니됩니. 음. 그런데 <책읽아웃>은 김하나, 김동영 작가님이 각각 진행한다지요? 아마도 매주 목요일에 업로드 되는 걸로 알아요? 프랑스와 엄, 이라는 분도 나오고요. 목소리 엄청 예쁘던데…(??) 그런데 <김하나의 측면돌파>에서는 곧 의정 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속보를 들었어요. 사실 맞나요?
의정 : 과연? ㅋㅋ 두구두구두구... 홍보해야 할 채널이 하나 더 늘었네요. 여기저기서 자주자주 뵈면 좋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저희는 '책 속 구절' 하나씩 소개하고 이만 인사할까요? 저는 희망적인 구절로 끝내보겠습니다.
모쪼록 좋아하는 장소를 찾으세요. 그곳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란 알고 보면 이러한 선순환을 거듭하며 살아갈 수도 있는 장소예요.
- 『싫은 녀석에게 복수하는 법』 176쪽
지혜 : 전 오래도록 품고 싶은 문장을 택해 볼게요.
독서는 마땅히 지녀야 할 공포를 품고 살도록 격려한다. 여린 영혼들과 미물들이 상처 받을까 졸이는 가슴을 주고, 사회적 약자가 팽팽한 생존의 줄을 ‘툭’하고 끊어 버릴까 겁을 내게 해 준다.
- 『읽기의 말들』 2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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