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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스미스, 종교와 사랑 사이
샘 스미스 'The Thrill Of It All'
질 좋은 멜로디로 감성 자극 이지 팝송을 들려주던 전작과 비교하면 단번에 대중을 사로잡을 필살기가 무뎌졌다. (2017.11.29.)
3년 만에 돌아온 샘 스미스의 정규 앨범은 더 개인적이고 덜 대중적인 작품이다. 지난 1집 <In The Lonely Hour>가 그래미 4개 부분 수상을 거머쥐고, 「Stay with me」, 「I「m not the only one」이 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적은 우리나라에서까지 사랑을 받은 데에는 (물론 「Stay with me」가 표절 판정을 받긴 했지만) 쉽게 들리는 선율감의 영향이 컸다. 대부분의 수록곡이 명확한 멜로디를 지녔고 최소한의 사운드로 곡을 만들어도 탄탄한 보컬이 뒤를 받쳐주니 그야말로 거대 신인의 등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한 면에서 이번 앨범의 멜로디는 주춤하다. 단번에 각인되는 킬링 파트는 눈에 뜨게 줄어들었고 곡 단위 구성 또한 후반부 힘을 쏟아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보다는 구조의 반복을 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두근거리는 베이스가 뼈대를 이루는 「Say it first」나 일렉트릭 기타 반주의 발라드 「Scars」가 그것이다. 질 좋은 멜로디로 감성 자극 이지 팝송을 들려주던 전작과 비교하면 단번에 대중을 사로잡을 필살기가 무뎌졌다.
낮은 앨범의 진입장벽을 포기하면서까지 선율을 죽인 이유는 개인사를 담은 가사에 더 무게를 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커밍아웃하기 전 발매한 전작이 짝사랑했던 기억을 쫓아 적어진 것이었다면 이번 음반은 사랑했던 남자와의 이별, 그리고 동성애자와 종교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본인을 담았다. 남자를 사랑하는 자신을 용서해 달라는 종교적 접근이 담긴 「HIM」, 그에게 모든 것을 주었다고 직접 적어낸(“I gave him everything”) 「Nothing left for you」, 그 외에도 대다수 곡에 가스펠 풍 사운드를 넣어 종교와 사랑 사이 갈등을 분위기로 표현해냈다.
데뷔작만큼 탄탄한 싱글들이 자리한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만의 주특기를 간직한 곡들은 존재한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신예 예바(YEBBA)와 함께한 「No peace」는 확실한 기승전결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잘 섞인 짙은 호소력의 발라드곡이며, 타이틀 곡 「Too good at goodbyes」는 지난 「Stay with me「의 골격을 닮아 피아노와 뚜렷한 코러스로 맛을 살린 좋은 곡이다. 일렉트릭기타와 목소리만으로 호흡을 전하는 끝 곡 「One day at a time」 역시 비슷한 구성의 「Palace」의 부족함을 채우기 충분하다.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분투하는 정체성을 펼쳐낸 가사. 그것의 효과적 전달을 위해 선택한 담백한 구조의 반복과 가스펠 풍 사운드의 과한 재사용이 앨범을 평면적으로 만들었다. 비틀즈가 명곡 「Let it be」에서 두드러지는 드럼으로 다채로운 선율을 일군 것처럼 피아노를 사용한 「I’ve told you now」나, 느린 곡 다음 잘게 쪼갠 비트의 「Like I can」을 넣어 앨범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던 첫 앨범과 비교하면 그 빈틈은 더 크게 느껴진다. 때문에 이번 음반은 듣고 즐기기에 최적은 아니다. 메시지에 집중해 선율을 쫒아야만 진가가 느껴질, 약간의 노력이 필요한 소포모어다.
관련태그: 샘 스미스, The Thrill Of It All, I’ve told you now, Too good at goodb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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