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이진아, 뛰어난 음악성으로 집중하게 하다

이진아 - 'Random'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잘할 수 있는 요리가 무엇인지를 아는 ‘이진아’의 고유성이 그득한 메인 디쉬!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맛이기에 더 특별하고, 자꾸만 생각난다. (2017.08.16)

image2.jpeg

 

아기자기한 전작의 데커레이션은 빼고 음식 자체의 퀄리티에 집중했다. 전채 요리에서 선보인 음악은 알쏭달쏭한 사랑의 감정과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기만 해도 배부르다고 말하는 귀여운 소녀의 느낌이었다. 단조로운 걸 피하는 그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커진 EP에서는 대중적인 발라드, 팝 사운드를 비롯해 재즈, 보사노바, 왈츠 등의 다채로운 장르를 담아왔다. 재즈 싱어의 진한 음색과 현란한 스캣은 없어도, 뛰어난 음악성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그의 또 다른 시도!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로 이어질 ‘진아 식당 3부작’ 콘셉트도 이제 중반에 다다랐다.

 

진아 식당의 주요리는 얼핏 보기에 화려하지 않지만, 그 첫맛은 짜릿함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특히나 이번에는 셀프 프로듀싱에 도전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감성과 노력이 짙게 배어있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먼저 ‘순서에 상관없이, 편견 없이 듣는 노래’라는 음반의 메시지를 담당하는 타이틀 송 「Random」부터 보자. 왈츠 리듬에 맑은 화음을 더한 도입부 이후 몰아치는 드럼과 팝적인 멜로디의 조우가 무척 독특한 곡이다. 여기에 더티 룹스의 <Loopified>에 참여한 프로듀서, 사이먼 페트렌(Simon Petr?n)이 부주방장으로 함께해 역동성을 더했다.

 

감각을 자극하는 건 단연 그루브함과 경쾌함, 여기에 차분함까지 표현하는 피아노 터치다. 재료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편곡 또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단조에서 장조로 옮겨가는 건반 연주가 마치 보이지 않는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만 같은 「계단」, 보사노바 리듬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선율이 돋보이는 「밤, 바다, 여행」, 차분한 피아노 연주와 내면의 진솔한 노랫말이 어우러진 「어디서부터」, 산뜻한 브라스 편곡과 사랑스러운 가사가 담긴 「Everyday」까지! 어디서부터 재생해도 다양한 매력의 노래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은 <RANDOM>이 가진 독특성이다.

 

달착지근한 소스가 음식 위로 흩뿌려지는 듯한 피아노 연주는 그와 호흡하며 변주하고, 동시에 다채로운 맛을 내는 일에 집중한다. 분명히 재즈풍이지만 완벽하게 재즈는 아니며, 잔잔한 악기 운용에 사랑 이야기를 얹었지만 완전한 발라드도 아니다. 그렇다고 장르를 아무거나 마구 섞어 몰개성화한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잘할 수 있는 요리가 무엇인지를 아는 ‘이진아’의 고유성이 그득한 메인 디쉬!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맛이기에 더 특별하고, 자꾸만 생각난다.


정효범([email protected])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진아>11,900원(19% + 1%)

- 이진아, 20일 미니 음반 ‘RANDOM’ 발표 ‘ 총 7곡 수록, 스펙트럼 확장’ - ‘진아식당’ 두 번째 메뉴, 메인 디쉬 ’RANDOM’으로 1년 1개월만에 컴백 발표 - 7개의 이진아표 시그니쳐 팝재즈 탄생, ‘랜덤’한 음악 세계 보여줄 것 팝재즈계의 대표주자 이진아가 오는 20일, 1년 1개..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