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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책
혼자 읽기 아까운 책(13)
머릿속이 헝클어진 느낌이 들 때는 맑은 바람이 필요하잖아요 (2017.07.07)
눈이 아프다. 책은 도저히 못 읽겠고 TV도 보기 싫다. SNS는 일 때문에 들여다봐야 하지만 보기 싫다. 모든 게 공해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혼자 노는 것도 지겹다. 아무리 사람에게 고독이 필수라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으면 삶이 버겁다. 아, 진정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데. 이런 생각조차 생각이니 뭔가를 보고 싶다. 머릿속이 헝클어진 느낌이 들 때는 맑은 바람이 필요하니까. 글자가 많지 않은 책을 보고 싶다. 귀여운 책을 읽고 싶다. 잠깐이라도 내 기분을 존중하고 싶을 때,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책 다섯 권을 꼽았다.
그러니까,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중요하다니까요. 물론 책상 앞에 앉지는 말고요. 반드시 맛있는 디저트와 차가 있는 카페에서요. 차, 디저트 덕후인 마스다 미리의 신작. “이따금 화제에 오르지만 별로 만날 마음이 없는 사람이 있죠”라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역시 사사로운 일상이 훨씬 중요하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마스다 미리 저, 이봄)
평소 죄송하다는 말을 안 한다. 왜? 잘못한 게 없으니까. 그런데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그냥 일단 ‘죄송해요’라고 말한다. 상대의 화를 좀 누그러지게 만들기 위해서. 물론 절대 ‘사죄’하고 싶지 않은 상대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 하나 있다. 이기준 디자이너의 첫 산문집. 지독한 개인주의자인 저자는 개인주의자라서 상대에 대한 배려가 깊다. 읽은 지 6개월이 넘었는데 자주 생각나는 책이다. (이기준 저, 민음사)
소년 시절 악단에서 연주하는 것을 꿈꾸며 재즈 음악가들을 그리기 시작한 장 자끄 상뻬. 그의 데셍이 50년이 넘게 사랑 받는 이유는 뭘까. 아마 그건 고독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언론인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의 대화를 기록한 이 책에서 상뻬는 말한다. “나는 일할 때 혼자이고 싶지만, 주변엔 늘 사랑들이 들끓기를 바랍니다.” 훅훅 읽다가 앗! 탄성을 지르게 하는 책. (장 자끄 상뻬 저, 열린책들)
4. 『할머니의 여름 휴가』
안녕달 작가의 그림책을 몹시 좋아한다. 특히 더 좋은 책이 바로 『할머니의 여름휴가』. 꽃무늬 수영복을 입고 뒤뚱뒤뚱 바닷가로 향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된다는 것을 실감한다. 축 쳐진 어깨가 펴진다. 기운이 난다. 할머니댁에 놀러 가는 아이의 손에 이 책이 들려있으면 참 따뜻할 것 같다. (안녕달 저, 창비)
아이가 며칠째 같은 책을 다섯 번 이상 읽어달라고 한다. 아이들은 왜 반복 학습을 좋아할까?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일이 고되다면, 나도 즐거워지는 책을 읽어주면 된다. 전작 『두더지의 고민』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흠씬 뺏어간 김상근 작가의 그림책. “이 책이라면 열 번도 더 읽어줄 수 있다”고 필자의 남편은 말했다. (김상근 저,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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