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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저마다의 네버랜드가 있다

「펭귄클래식 마카롱 시리즈」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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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젠 네버랜드라는 마법의 바닷가에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릴 적 추억의 동화 오리지널 판본 마카롱 에디션을 읽고 그리운 그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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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그림책, 또는 아동극 말고, 동화의 원작을 찾아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새로운 콘텐츠를 읽고 보고 듣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굳이, 애써, 다 아는 이야기를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 ‘어른들을 위한 추억의 동화’ 오리지널 판본 일곱 권을 마카롱 에디션으로 편집하면서 내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소공녀, 피터 팬,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물섬, 크리스마스 캐럴, 어린 왕자에 이르기까지… 나는 지금까지 이 동화들에 대해 엄청난 착각에 빠져 있었다. 원작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한 아동 문학에 가깝겠지 여겼던 것. 일곱 편의 동화를 꼼꼼 읽어보니 아이들을 위한 내용도 물론 있었지만 대부분 어른들을 위해 쓰인 소설이었다. 책 편집 작업은 혼자 하지 않고 일곱 명의 독자들과 함께했는데, 독자들은 각자 맡은 한 권의 책을 검토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쿵 하게 만든 구절을 카톡에서 공유하기 시작했다.

 

A :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전 이 대사가 제일 좋았어요. “음, 여기서는 같은 장소에 있으려면 네가 달릴 수 있는 만큼 힘껏 계속 달려야 한단다. 다른 데 가고 싶다면 최소한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B : 음!… 피터 팬이라면 그 상황에 “다른 데 가고 싶다면 날아야 해!”라고 말해줄 것 같네요.

 

C : 어린 왕자를 다시 읽고 깜짝 놀랐어요. 장미는 밀당의 천재더군요!

 

D : 팩트 폭력 좀 쓸게요. 주인공 사라 아빠가 원작에서는 죽는 걸로 나와요. 영화에서 살아 돌아와서 안심하고 읽었는데 반전이… 어찌나 슬프던지요. 제대로 동심파괴. ㅠ_ㅠ

 

E : 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격한 공감을 느꼈어요. 바로 이 구절에서요.


앨리스: “죄송하지만 제가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체셔 고양이: “그건 네가 어디에 가고 싶은 건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앨리스: “어디든지 저는 별로 상관없어요.”

체셔 고양이: “그러면 어느 길을 가든 문제없어.”

 

F : 『보물섬』을 아이들 동화책으로만 생각했는데 완전 뒤통수 맞았어요. 「캐리비안의 해적」보다 더 신나고 짜릿한 바다 모험이었어요.

 

G : 찰스 디킨스의 그 유명한 『두 도시 이야기』를 드디어 완독했어요. 그리고 곧장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었더니 와, 완전, 색다르고 웃겼어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떠들고 다니는 놈들은 모조리 푸딩과 함께 푹푹 끓여 버려야 해.” 흐… 이 원초적인 욕이라니요!

 

일곱 명의 독자들은 각자 읽은 소설에서 저마다의 감상평을 이야기했고, 서로의 동의를 구하기도 하며 천진한 아이처럼 깔깔거렸다. 이 일곱 편의 소설 중에서 『피터 팬』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소설 『피터 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피터 팬이 아니라, 소설 밖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다.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독특한 네버랜드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네버랜드는 마치 한 가족처럼 닮아 있다고. 네버랜드, 아니 이 마법의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작은 가죽배를 언제나 뭍으로 끌어올린다고 한다. 그리고 작가가 덧붙인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우리 역시 그곳에 간 적이 있다. 이젠 더 이상 그곳에 갈 수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마다의 독특한 네버랜드를 보여주기 위해 마카롱 에디션의 책 표지도 일곱 빛깔 무지개로 알록달록하게 작업했다. (아쉽게도 보라색은 넣지 못했다.) 또 지금은 『어린 왕자』의 삽화가 모두 컬러로 출간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처음 어린 왕자가 찾아왔을 때는 분명 흑백이었다. 나는 조금 투박하고 예스럽더라도 그 처음의 추억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 이번 에디션의 삽화 역시 흑백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아니 우리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은 ‘네버랜드’였다. 아이들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분명히 존재하는 저마다의 독특한 네버랜드.

 

장 콕토의 시를 빌려와 조금 바꿔보자면, “우리 귀는 소라껍질, 파도 소리를 그리워한다.” 우리가 이젠 네버랜드라는 마법의 바닷가에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릴 적 추억의 동화 오리지널 판본 마카롱 에디션을 읽고 그리운 그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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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주하(펭귄클래식 코리아 에디터)

<좋은생각>, <샘터> 등 잡지사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몇 군데 출판사에서 에디터로 일하다가 지금은 ‘펭귄클래식 코리아’에 몸담고 있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동글동글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상냥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어느 것 하나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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