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자기만의 방을 가질 자유

드디어 찾아온 자유롭고 풍족한 수면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부부만의 원칙을 잘 만든다면, 각방 쓰기는 어쩌면 떨어져 있어 더 서로를 신경 쓰고 애틋한 사이를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그 사람으로부터 수면을 방해받지 않았으니 깨자마자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고, 아침마다 반가우니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침대이미지.JPG

출처_pixabay.com

 

지금으로부터 약 90년 전,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500파운드의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나에겐 그저 온전히 ‘나’로 존재하기 위한 500분(약8시간)의 시간과 나만의 방이 필요하다. 오로지 충분한 수면을 위하여!


결혼, 그리고 출산과 함께 ‘충분한 수면’을 잃어버린 지도 벌써 3년여 시간이 흘렀다. 고질적인 코골이를 가진 남편과의 신혼생활은 꽤나 힘든 적응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년 넘게 고요한 내 방에서 온전한 수면을 취했던 내 삶에 ‘코골이 남편’의 등장은 엄청난 위협이었다. 그보다 먼저 잠들지 않으면, 뜬눈으로 그의 코 사운드를 들으며 잠을 청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멀찍이 자면 달라질까 싶어 그의 발을 향해 머리를 두고 자기도 했었다. 밀착력과 방음이 좋다는 귀마개를 동원해 가며 그렇게 힘든 적응을 펼쳤었다.


그러다 한계가 온 순간은 바로 임신 기간. 갑자기 달라지는 몸과 호르몬의 불균형과 심리적 불안 등등은 더 이상 그의 코 사운드를 버텨낼 마음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신랑과 ‘각방’ 선언을 했고, 잠시 고민을 하던 그였지만 각방 합의와 함께 베개 하나와 이불 하나 들고 옆 방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찾아온 자유롭고 풍족한 수면의 자유!


그러나 부부가 ‘각방’을 쓴다는 것을 함부로 얘기하기엔 조심스러운 게 우리네 정서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충분히 만족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지만 누군가 보기엔 문제가 있는 부부, 혹은 부부라면 마땅히 견뎌내는 노력을 하지 않는 부부처럼 비칠지도. 그 옛날, 한 방에서 온 가족이 우르르 지내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게 무엇이 중한가 하는 어른들도 있지 않을까? 개인의 행복과 만족도가 부부와 가족의 행복이라고 주장하며 각방을 고수 중이지만, 가끔은 ‘각방살이가 정말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 요즘이다.

 

이런 고민이 생겨나던 중 마침 만나게 된 책 『각방 예찬』. 특히 ‘코골이 환자와 자리 많이 차지하는 사람’ 챕터가 눈에 확 들어왔다. 비단 코골이뿐 아니라 사소한 습관으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사연들이 가득하다. 악몽을 꾸던 배우자가 공격하는 사례,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 배우자와 살면서 겪는 고단함 등. 이들에게 주어지 ‘각방 쓰기’ 솔루션은 삶의 질을 바꾸어 놓는 신의 한 수였다.


사실 자는 동안에 배우자가 꼭 필요하지 않다. (물론 ‘그 사람 없이는 잠이 안 와요!’ 라는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고 말이다) 부부만의 원칙을 잘 만든다면, 각방 쓰기는 어쩌면 떨어져 있어 더 서로를 신경 쓰고 애틋한 사이를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그 사람으로부터 수면을 방해받지 않았으니 깨자마자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고, 아침마다 반가우니 이 또한 아름다운 일이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졸혼’이 고령화 시대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요즘, 각방 쓰기는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한 방향이 아닐까 한다. 복잡한 세상,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우리에게 ‘수면’은 곧 ‘휴식’이고 ‘자유’다. 멀어지는 게 아닌, 더 가까워지기 위한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는 생각으로, 두려움 없이 자기만의 방을 가질 것을 권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유승연

철저한 프리덤 속에 살던 ‘유여성’에서 ‘유줌마’의 삶을 살며 본능을 숨기는 중이다. 언젠가 목표하는 자유부인의 삶을 꿈꾸며.
예스24 홍보를 맡고 있다.

각방 예찬

<장클로드 카우프만> 저/<이정은> 역12,600원(10% + 5%)

중세 이래 부부들이 망설여 온 말 “우리, 따로 잘까?” 150여 커플이 털어놓은 부부 침대 이야기 타인의 집에 갔을 때 들여다보면 안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침실이다. 설령 부모라도 결혼한 자녀 집의 침실에 들어가는 건 결례다. 침실은 무척 내밀한 공간이다. 그 안에 침대가 있어 더욱 그렇다. 침대는..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10년 전 악몽이 다시 그 강가에 떠오르다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10년 전 미제 살인사건과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된 두 구의 변사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치열한 수사 끝에 용의자들을 지목한다. 사이코패스, 해리성 인격장애자, 트럭 운전사. 셋 중 범인은 누구일까. 일촉즉발 상황 속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을 밀도 있게 표현한 미스터리.

나아가는 어른, 나아지는 어른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신작. 이번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라는 물음에 답한다. 어린이와 어른이 닿아있는 일상의 순간을 전하며, 어린이에게 다양한 어른의 모습이 필요함을 말한다. 어른을 통해 미래를 체험하는 아이들. 우리는 각자의 방향에서 나아가고 나아지는 어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작품, 그 작가, 그 시대

더 다채로운 이야기로 돌아온 성수영 기자의 명화 이야기. 작품 해설과 작가의 삶을 유려하게 엮어내며, 시대상까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때로는 자신감을 잃고 때로는 열등감에 사로잡혔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그때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숲속의 조그만 일꾼, 버섯들의 신비한 이야기

기상천외한 버섯의 놀라운 이야기!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버섯의 생생한 사진과 다채로운 세밀화가 풍성하게 담겨있는 그림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버섯들의 각양각색 매력,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버섯들의 신비로움을 만나보세요.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