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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편집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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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으로 일러스트 발주라는 걸 해서 대상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법한 표지를 만들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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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결혼을 했다. 누가? 내가. 나도 믿기지 않았다. 혼자 있는 걸 원체 좋아하니까. 게다가 물질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나 이외의 타인을 챙기는 게 늘 버거웠고, 같이 사는 누군가에게 폐만 끼칠 것 같다는 생각에 공공연하게 주위에 비혼을 선언하던 나였는데. 이래서 장담 같은 건 하지 않아야 한다. 장담은 미래에 감당해야 할 민망함의 절대량을 늘리므로.

 

결혼식은 소박하게 하고 싶었다. ‘스몰 웨딩’ 같은 요즘 트렌드에 편승하려 했다기보다는 나도, 나와 함께 사는 사람도 오래 전부터 결혼을 한다면 그렇게 하려 했음을 서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소비도 하객도 최소화된 결혼식. 실패했다. 각자의 부모님은 우리와 달리 보고 싶은 것도, 거두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분들의 욕구에 차마 눈 감지 못하면서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은, 비혼을 고수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지금은 결혼식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를 정도로 삶이 자연스러워졌다. 또 “결혼은 언제 해?” “빨리 결혼 해야지” 같은 소리를 안 듣게 돼서 좋고, (이건 좋은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리지만) 결혼한 사람들 틈에 가면 결혼 안 한 나를 어린애나 무능력자 취급하는 은근한 분위기 속에 있지 않아도 돼서 맘이 편하기도 하다.

 

반면 다음 단계의 문제가 생겼다. “애는 언제 낳아?” “빨리 애 낳아야지” 같은 오지랖 빈말과, 내가 원하지 않는 내 아이를 원하는 어르신들의 성화를 무수히 접수해야 한다는 것. 특히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지 않는 건 큰 죄를 짓는 것”이라는 엄마의 신성한 협박은, 천국행을 기꺼이 포기하고 남은 생을 막 살고 싶게 한다. 가족 친지나 지인들 모임 때마다 출산 강요에 시달릴 생각을 하면 머리가 지끈하기도.

 

그러던 중에 편집자로서 운명 같은 원고를 만났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만든 책 가운데 결혼 이후 처음 나온 책은 매튜 데즈먼드의 『쫓겨난 사람들』이지만, 기혼자 신분으로 처음 만들기 시작한 건 이 책이다. 기혼으로서 만드는 첫 책의 주제가 비혼이라는 상황이 재밌었다. 상황만큼이나 작업도 흥미로웠고.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와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미나시타 기류 두 사람의 시원하고 솔직한 입담이 매력적이었다. 두 사람은 비혼이 결혼처럼 삶의 한 방식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출산 역시 전적으로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온갖 말들을 쏟아내는데, 그들의 말은 한때 비혼주의자를 자처했으며 어떤 책의 제목처럼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지금의 내게 필요한 논리를 주고 나를 응원해주었다.

 

이런 혜택을 나만 누릴 수는 없지 않나. 더구나 남성인 나한테도 유용하다면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 단절 및 가사와 육아 독박 등의 불리한 현실에 쉽게 놓이는 여성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텐데. 그런 이유로 나뿐 아니라 결혼과 출산 압박에 시달리거나 비혼을 지향하고 고민하는 모든 이들, 그 가운데서도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 사이 여성들의 손에 이 책을 쥐어주고 싶었다. 그것도 되도록 많은 그들에게.

 

난생 처음으로 일러스트 발주라는 걸 해서 대상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법한 표지를 만들려 애썼다. 또 독자들이 책에서 자기 내적으로는 물론 외적으로도 결혼 및 출산 압력을 물리칠 실마리를 얻길 바라는 맘에서 ‘입이 트이는 실용 페미니즘 도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의 이민경 작가께 추천사를 요청 드렸다. 그런 나의 의도와 마음이 많은 판매로 이어져, 이 책이 독자 분들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있기를. 더불어 내 연봉도 좀 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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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ㅇㅇㅇ

책 만드는 사람. 취미 겸 특기는 개선의 여지없는 자기 성찰. 장래희망은 이기적으로 사는 게 곧 이타적인 것으로 연결되는 묘한 삶의 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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