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하기 시작하면 솔직한 글을 쓸 수 없다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 저자 금태섭
여러 입장에 있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서 듣는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바람이었어요.
“다 의식하고 쓰면 솔직한 글이 나올 수 없어요. 조심하기 시작하면 솔직한 글을 쓸 수 없어요. 특정한 독자를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논쟁을 벌이다 보면 균형을 잃을 수도 있고요. 책을 쓰면서 솔직하면서도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 입장에 있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서 듣는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바람이었어요.”
-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 저자 금태섭
간혹 마음을 뻥 뚫리게 하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네 말이 맞아”, “공감해”, “그래도 현실을 봐야지. 사람들이 다 네 맘 같지 않다니까”와 같은 말은 전혀 아니다. “그래, 네가 피해를 입어도 해야 할 말은 해. 하고 살아.” 이 같은 말이다.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사람에게는 늘 안티가 따라붙는다. ‘입바르다’는 말은 “바른말을 하는 데 거침이 없다”는 뜻이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입바른 소리를 잘하면 욕을 먹는다. 바른말을 하는 것은 좋지만 ‘거침이 없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거침없다’는 말의 뜻도 살펴보자. “일이나 행동 따위가 중간에 걸리거나 막힘이 없다.” 역시 좋은 뜻이다. 걸리거나 막혀야 좋은 건 아니지 않은가.
“조심하기 시작하면 솔직한 글을 쓸 수 없다”는 금태섭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반색했다.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할 때, 가장 매력이 없는 사람은 사사건건 조심스러운 답변만 늘여놓는 사람이다. 그럴 거면 서면으로 질문을 받지, 왜 굳이 대면 인터뷰를 할까. 이런 경우는 꼭 기사가 나오기 전, 사전 검열을 요한다. 인터뷰어는 필히 녹취를 풀어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 건만 자신의 입말을 싹 지워버리고 품격 있어 보이는 문어체로 답변을 수정한 후 메일을 톡, 보낸다. 인터뷰어의 노동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섬세한 접근,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 참 멋진 말이다. 그러나 배려할 궁리만 계속하다 보면,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한다. 평소 원만한 관계가 무너질까 봐, 괜히 찍혀서 피해볼까 봐, 욕 먹기 싫으니, 해야 할 말을 꾸역꾸역 삼켜버린다. 베스트셀러 『적을 만들지 않는 법』에서는 사람을 얻는 대화 기술을 알려준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싸우거나 분노하지 않는 평화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소개하며, 대화를 말싸움으로 바꾸는 ‘하지만’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한다. 대신 대화를 논쟁으로 빠지지 않게 하는 접속사 ‘그리고’를 사용하라고 말한다. “아무리 유능해도 적이 많은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 주말, 사회 생활을 함께 시작한 동기를 우연찮게 만났다. 동기는 한 선배 이야기를 꺼내며, “그 선배, 적이 많아졌다”고 했다. 입바른 소리를 잘했던 선배는 내가 따르고 싶었던 유일한 사람이었고, 말수가 적었지만 해야 할 말은 하는 사람이었다. ‘적’이란 무얼까. 서로 싸우거나 해치고자 하는 상대일까. 아니면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사람일까. 적이 생길 것을 분명히 알고서도 해야 할 말을 하는 사람. 바로 이들이 없어서 우리는 지금 이민을 꿈꾸는 건 아닐까.
해야 할 말을 하려면 책임이 뒤따른다. 최소한 “너나 잘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아야 하니까. 내가 한 말이 나의 바짓가랑이를 잡게 하면 안 되니까. 어쩌면 ‘해야 할 말’은 타인과 나를 성장하게 하는 주춧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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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단일화, 신당 창당, 그리고 합당… 최전선에서 보고 겪고 느낀 금태섭의 정치 이야기 현대판 징비록, 2012 안철수 캠프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나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 당사자의 솔직한 고백과 반성이 섞인 기록물은 그대로 ‘미래’를 위한 지침이 된다. 임진왜란 당시 군율을 다스리는 재상으로 전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