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해야죠”

공개적인 반성문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 펴내 조심하기 시작하면 솔직한 글을 쓸 수 없다 성장이란, 자기를 잃지 않고 마음을 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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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에서 자부심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두 애들을 안 때리고 키웠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같은 편을 비판하는 게 금기인데, 저는 그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때 안철수 의원의 ‘입’이었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금태섭 변호사의 ‘공개적인 반성문’이 책으로 나왔다. 지난 총선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야당’이 왜 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동시에 적나라하게 분석했다. 안철수의 진심캠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왜 그렇게 쉽게 무너졌는지도 알 수 있다. 금태섭 변호사는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당원으로 활동하며, 본업인 변호사 일을 하고 있다. 책이 나오자 언론들은 그에게 “어떤 야심이 있길래 지금 이런 책을 냈냐”고 물었다. “이런 책을 내면 공천 받기가 어렵다”는 영리한 충고도 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책을 정독한 사람이라면 저자의 진심을 읽을 수 있다.

 

금태섭 변호사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한민국 정치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소통의 부재’다. 저자는 “야당이 신뢰를 잃은 이유는 어떤 특정 지점에서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무언가 일이 벌어졌을 때 야당이 보여주는 대응 방식에 실망한다”고 말한다. 야당이 이기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으로는 ‘야당식 경쟁, 의제 설정, 20대 위원장이 있는 청년위원회, 결단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등을 제언으로 내놓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비단 정치 이야기만은 아니겠구나’ 싶다. 조직을 이끌고 가는 사람, 조직원들이 읽으면 꽤 찔리고 공감이 갈 책이다.

 

지금 금태섭 변호사에게 물을 수 있는 질문들은 꽤 많다. 현 정부, 정치의 문제점을 꼬집어 달라고 할 수도, 안철수 진심캠프의 문제점을 더 파고들어보자고 부추길 수도 있다. 그러나 웬만한 궁금증은 책을 읽으며 해소가 됐다. 무엇보다 궁금한 건, ‘저자’ 금태섭의 얼굴, 속내였다. 그동안 이런 책을 낸 당원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뜨거운 실패자’ 금태섭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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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기 시작하면 솔직한 글을 쓸 수 없다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를 작년 가을부터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근 1년간 책을 쓰셨는데 고민을 많이 하신 흔적이 보입니다. 


작년 11월쯤에 출판사 분들과 만나서 책의 구상 이야기를 하고 초고를 쓰기 시작했어요. 책이 8월에 나왔는데 출간될 때까지 계속 고쳤어요. 정치라는 맥락을 빼고 이야기한다면, 사실 되게 재밌는 이야기예요. 어떤 프로젝트를 갖고 여러 사람들이 만나 일을 했는데, 다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고 일에 대해 자부심이 컸어요. 어떻게 보면 순수하게 접근한 건데, 일을 참 좋아했고 또 좌절했죠. 저는 사람들이 왜 무엇 때문에 움직이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글 쓰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책으로 써보고 싶었고, 좌절한 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뭔가 답을 주고도 싶었어요. 정리를 해야만 위로가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대선이 끝나고 계속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고치기도 많이 했고, 뺀 부분도 많아서 상당히 시간이 걸렸어요.

 

민감한 내용도 많습니다. 어느 정도의 논란, 비판도 예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검사 시절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얘기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기고했는데, 그 때부터 뭔가를 쓰면 늘 소란스러운 일이 생겼어요. 이번 책도 주변에서 많이 말렸어요. 본래의 의도가 다르더라도 이러저러한 비판이 나올 거라고 걱정을 하셨는데, 저는 이미 몇 번 겪어봤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제가 한 번 무슨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하는 습관도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저로서는 쓰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났어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들도 있을 거고요. 제 인생에서 자부심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두 애들을 안 때리고 키웠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같은 편을 비판하는 게 금기인데,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쨌거나 저로서는 폭로 같은 걸 할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그 쪽으로 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또 개인적인 입장을 떠나서 선거나 창당 같은 일을 겪었으면 한 번 검토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판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언론에서는 안철수 의원이나 박경철 원장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됐습니다. 소통 부재의 원인으로 ‘비공식 기구의 발흥’을 꼽으셨는데, “박경철 원장이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서 후보와 비공개 회합을 가지면서 선거운동의 모든 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히셨습니다.


언론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짐작을 하고 계셨지만, 내부에 있었던 사람이 말한 건 처음이니까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어요. 책이 나오고 나서 언론에서 바로 인터뷰 요청이 왔는데, 출간 당일이랑 다음 날은 안 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조금 보내고 하는 게 낫다고 판단이 됐어요. 그 이후에는 제가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철수 의원과 박경철 원장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는 않더라고요. 책의 핵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부에 불과하죠.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면 책을 안 쓰고 다른 방법도 많았을 거고요.

 

책 제목은 어떻게 나왔나요?


출판사 편집부와 의논해서 정했어요. 처음에는 공적인 일에 대해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나의 18대 대선 이야기’로 제목을 할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난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왜 이 책을 썼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썼기 때문에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가 더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빠르게 읽히고 재밌었는데, 큰 글자로 강조한 문장들이 많더라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프롤로그 내용도 서문치고는 많이 썼는데,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표시해서 편집자 분께 드렸어요. 제가 강조한 부분도 있고 편집자 분의 의견을 듣고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그랬어요.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리듬감 있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저로서는 재밌게 썼다고 생각하는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 좀 다를 때가 있잖아요. 그런 이유도 있었어요.

 

“정말 생각을 많이 했고, 고치기도 많이 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지난 대선 일도 그랬고, 앞으로 야당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쓴 부분도 그랬고, 전체가 다 그랬던 것 같아요. 책이라는 게 짧은 글이 아니잖아요. 독자를 생각하면서 쓰게 되는데요. 제 이야기를 읽으실 분들이 같이 진심캠프 활동을 했던 분들도 있고, 반대 노선을 걸었던 분도 있을테고, 단순히 캠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걸 다 의식하고 쓰면 솔직한 글이 나올 수 없어요. 조심하기 시작하면 솔직한 글을 쓸 수 없어요. 특정한 독자를 생각하고 머릿속에서 논쟁을 벌이다 보면 균형을 잃을 수도 있고요. 책을 쓰면서 솔직하면서도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 입장에 있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서 듣는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바람이었어요.

 

저자 소개 글을 보면 “변호사이자 새정치민주연합 당원. 정치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의 보통 아저씨였다”고 써있습니다. 이제는 ‘보통 아저씨’가 아니시잖아요. 정치에 이미 뛰어드셨고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으셨습니다. 공적인 입장을 너머 정치에 뛰어든 개인으로서의 변화가 궁금합니다.


일단 프로필을 그렇게 쓴 건, 제가 정치전문가가 아니었고 신문이나 보면서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의 입장에서 썼다는 걸 분명히 한 겁니다. 어찌됐든 선거에 뛰어들었고, 국회의원이 되거나 의원이었던 사람들 이상으로 정말 열심히 했고, 많이 배웠다는 게 저로서는 감사한 일이에요. 그간 법을 하면서 사람들이 왜 범죄를 저지르고, 자백을 하는지를 살펴봤을 때, 그건 개인적인 영역이거든요. 하지만 정치는 공적인 영역이죠. 물론 출세를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적으로 자신이 기여를 하고 싶어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저는 진심캠프에서 일하고 대선을 치르고 합당을 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잘 알게 됐고 저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어요. 책에서 제가 안철수 의원에게 “더 이상 돕기가 힘들겠다. 떠나겠다”고 말한 내용이 나오는데. 그 때도 같이 함께했던 시간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컸어요. 제가 앞으로 정치를 하든 안 하든, 개인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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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일이 챙김을 받자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안철수 진심캠프’에서는 상황실장,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대변인을 지내셨습니다.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대변인을 할 거라는 예상은 조금도 하지 않으셨나요?


못했죠. 존 그리샴의 『가스실』이라는 소설에 보면 “변호사는 날 때부터 기자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언론 대응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법조에서 하는 것과 정치에서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니까요. 대변인을 하게 될 줄은 몰랐죠. 그 때 생각한 건 사법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으니까 그에 관한 공약을 만들고, 네거티브를 검증할 수 있겠다는 정도였어요. 

 

진심캠프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좋게 말하면 조심했고 어떻게 보면 주저했어요. 그 시점에서는 굉장히 고민한 건데,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괜히 내가 나섰다가 망치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많이 주저했어요. 법조출입기자들이 법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리 잘 알아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보다는 모르잖아요. 제가 아는 것에 한해서는 이렇다, 저렇다를 말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는데. 정치라는 건 다른 거니까요. 나서야 하는 순간과 아닐 때를 조절하는 게 어려웠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기에 후회는 되지 않아요. 그 시점에서는 정말 승리를 위해서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갔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을 ‘소통의 부재’로 꼽으셨는데요. 어느 곳보다 소통을 강조하는 캠프였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선거 캠프의 메시지는 충분한 토론을 거쳐 나와야 하는데, 진심캠프에서는 이런 과정이 없었어요. 어떤 메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불투명했어요. 주제가 적절한지, 내용이 좋은지를 떠나 어떤 절차를 거쳐서 누가 쓰는지도 알 수 없었고, 충분히 검토해서 만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토론에 나가기 직전에 최종 결정 사항만을 통보 받았으니, 방송에 출연하는 우리 측 인사들은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죠. ‘앵무새 같다’는 조롱을 듣기도 했고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비공식 채널이 공식적인 캠프가 힘을 잃을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큰 문제였죠. 선거 캠프가 모르는 비밀회의가 매일 열린다면 무슨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캠프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갖고 일하는 것은 결과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이고, 그래야 책임 소재가 분명해지고 과정을 돌이켜보며 고쳐나갈 수가 있는데, 그러질 못했죠.

 

책을 읽다 굵은 펜으로 밑줄을 그은 문장이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속사정을 안다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자부심과 소속감을 준다. 이것은 무엇과 바꿀 수 없는 힘이고 충성심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일까지 내부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일에 대한 열정도 떨어뜨린다(185쪽)”는 문장입니다. 변호사님이 이 책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이 ‘소통의 부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것은 비단 정치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것도 경험에서 나온 건데요. 검찰에 있을 때 어디를 단속한다고 발표하면, 검사가 자기만 알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밝히는 경우가 있고, 수사관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아무래도 전자의 방법이 단기적인 효과가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못합니다. 물론 미리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가 샐 위험이 있어요. 업자들과 친한 부패한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믿어주고 신뢰하면 처음 한 두 번에서는 안 좋은 결과가 나오지만, 점점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되면 비밀을 지켜요.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잖아요. 법조 출입기자들이 “당신은 밤새가면서 단속도 하고 수사를 한다면서 어딜 하는지도 모르냐?”면서 자존심을 건드리는데, 그 사람을 버티게 하려면 자부심을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를 줘야 하고요. 그러다 보면 비밀이 있어도 이해를 하게 되고요. 모든 걸 가르쳐주지 않다 보면 일이 어려워집니다. 보안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비밀 사항을 최소화하는 거예요.

 

“영리하는 충고는 늘 틀렸다. 영리한 충고를 따랐을 때 결과는 거의 예외 없이 나빴다”며, “상황은 항상 변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현상을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잃거나 심지어 위기를 맞게 된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변호사님도 이 책을 내는 과정 속에서도 ‘영리한 충고’를 꽤 많이 들으셨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듣고 계실지 모르고요.


어떤 판단을 놓고 고민할 때, 저의 선택 기준은 ‘내가 애초에 무엇을 하려고 했나’입니다. 몇 분들은 저에게 “이런 책을 내면 공천 받기도 나쁘고 출마에도 좋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게 당장은 맞는 것 같아도 결국엔 아니에요. 제가 이번에 책을 내고 언론에 나온 반응 중에 실망한 점이 있는데 “총선을 앞두고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고 책을 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에 있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책을 내면서 안철수 의원을 비판하면, 안철수 의원도 저를 안 챙겨줄 거고 문재인 대표도 못 챙겨준다. 바보 같은 짓이다”라는 지적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책을 쓴 게 챙김을 받자고 한 게 아니잖아요. 캠프에 모이고 새 정치를 한다고 당을 만든 것도 그런 걸 하지 말자고 한 건데, 이런 말을 하는 건 애초의 목적을 잊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 부분에 ‘이기는 야당이 갖춰야 할 4가지’에 대해 쓰셨습니다. ‘야당에는 야당식 성공법이 있다. 즉, 경쟁해야 한다’, ‘의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20대 위원장이 있는 청년위원회가 있어야 한다’, ‘결단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가장 고민하고 쓴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좋은 글은 스토리를 쭉 풀어놓고 독자가 스스로 느끼게 하는 글일 거예요. 아주 잘 쓴 소설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허구 이야기여도 교훈을 주잖아요. 제가 처음 캠프에 뛰어들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어요. 기존에 정치를 하던 분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비판적인 눈이 생겼는데, 정치에 대해서 많이 아는 분들이 똑똑해 보이는 충고를 하지만 그게 해답이 아닐 때가 있었어요. 대안을 이야기한 분량이 책의 전체 분량에 비해서는 적지만, 저로서는 굉장히 고민해서 쓴 겁니다.

 

청년위원회에 대해 좀 더 여쭙고 싶습니다. 야당의 청년위원장이 대개 40대, 심지어는 50대의 국회의원이 맡았는데, 이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셨어요.


야당은 시스템을 갖고 장기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급조하는 게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입니다. 맨날 말은 100년 정당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지금 청년위원회를 만들면 단지 이번 선거를 포함해 쭉 이어져야 하는데, 항상 지금만 생각하니까 문제입니다. 2012년에 국회의원들이 심사위원이 돼서 ‘나가수’ 식의 서바이벌 이벤트로 청년 대표를 뽑았는데, 그러면 다음 선거는 어떻게 할 건지, 후속 활동은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도 나와야 하는데, 한 걸로만 끝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정치에 대해 한 마디씩 하시지만, 사실 굉장히 전문적인 영역이거든요. 사회구조, 경제적인 문제를 모르면 이야기가 안 됩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건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정치 초년생이 아니라 결과를 낼 수 있는, 단련된 정치 전문가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이 필요해요. 외부의 저명인사를 끌어들여서 쉽게 위기를 넘길 생각은 버리고,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해요.

 

평소 페이스북 등 SNS 활동을 활발히 하시는 편이시잖아요. 젊은 분들과 꽤 소통을 잘하시는 것으로 보였는데요.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는 청년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글쎄요. 사실 저희가 먼저 고쳐야 하는 문제인데요. 모든 당이 청년 문제를 이야기 한다고 하는데, 나이가 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 답이 안 나와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는 건, 본인들의 이해관계나 바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에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일베를 많이 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그만큼 사람이 모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잖아요. 같이 이야기를 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서로의 생각은 다르지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선적으로 저희가 잘 못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청년 분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참여하고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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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


실제 비판적인 반응이 있고, 그래야 좋은 책이기도 합니다만. 일단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찔리는 정치인들이 꽤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거야 저도 있죠. 이 책을 쓰면서 조심했던 것 중 하나가, 어쨌거나 사람은 자기 입장에서 말한다는 거예요. 혹시라도 책을 읽는 분이 “넌 그렇게 잘났냐?”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제 입장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생각이 맞다, 잘났다가 아니라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오고 그래야 발전이 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비판이 일어나지 않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특별히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아무래도 제가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결국 법도 사람을 다루는 건데, 이 책도 사람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재판을 하다 보면 이론적인 것을 떠나서 사람을 잘 알아야 해요. 제가 의과대학이나 로스쿨에서 강연을 할 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소설이나 연극, 영화를 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제가 읽는 책의 90%가 소설이거든요.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을 배워요.

 

소설가가 꿈이시기도 하고, 독서가로도 유명하십니다. 요즘은 어떤 책을 읽으시나요?


최근에 나온 미셀 우엘벡의 『복종』도 재밌게 읽었고, 『라이프 애프터 라이프』도 인상 깊게 읽었어요.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도 재밌었는데 그의 최신작인 『황금방울새』는 번역이 되기 전에 읽었어요. 정반대의 학문을 읽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한 때는 물리학에 관한 책을 열심히 본 적도 있었어요. 제대로 깊게 파지는 못해도 다양한 책을 읽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 일간지 1면이 통으로 주어진다면 어떤 글을 쓰고 싶나요?


저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새누리당이라고 다 틀린 게 아니고, 야당이 하는 이야기라고 다 틀린 게 아니잖아요. 어떤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는 내용을 써서, 사람들로 하여금 판단하도록 하고 싶어요. SNS나 언론들을 보면, 한 방향이 정해져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떠들잖아요. 법조에서도 그렇지만 생각이 정말 다른 사람이 있을 때, 정말 좋은 판단이 나오거든요. 법에 대해서도 저랑 정반대의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분들이 쓴 판결문을 보면 숨이 탁 막히다가도 그것에 대해 반박을 하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돼요.

 

현 정치 이슈 중에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불평등, 양극화 문제죠. 노동시장 문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상위 10%가 50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90%가 50을 나눠야 하는데, 대단히 어려운 문제죠. 우리나라가 얼마 전까지는 고도성장사회였기 때문에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목표를 이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어느 정도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으려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희망도 갖고 아이도 낳고 그러죠.

 

최근에는 정치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쓰신 걸 못 봤습니다.


일단 대변인을 했던 때 만큼은 안 했고, 책을 준비하면서는 조심했어요. 잘못하면 모두까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책으로 몰았는데, 이제는 또 해야죠. 원래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웃음)

 

책을 내고, 뭔가 후련해 보이세요.


가까운 사람들이 “왜 골치 아프게 이런 책을 쓰냐?”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안 쓰면 다른 걸 쓸 수가 없어요. 이제는 썼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후련합니다.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으셨는데요. 결정하신 건가요?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는 개인의 계획을 세우고 가는데, 공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기준이 ‘내가 뭘 하는 게 전체에 도움이 되느냐’인데요. 제가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내가 죽어도 국회의원을 해보겠다는 뜻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정치라는 게 사회가 나가는 방향에 얼마나 영향력을 끼치느냐인데, 출마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죠. 내년까지 지켜보면서 판단할 생각입니다.

 

캠프 활동을 하고 선거에 참여하면서 “성장했다”고 표현하셨는데요. ‘성장’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포용할 수 있는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를 잃지 않고 마음을 열 수 있는 게 성장이 아닐까 싶어요. 대학에 다닐 때는 검사들의 어떤 면면들이 되게 싫었거든요. 그런데 검찰에 와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정치를 하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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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금태섭 저 | 푸른숲
법 지식을 본격적으로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디케의 눈》, ‘정의로운 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확신의 함정》의 저자 금태섭 변호사가 4년 만에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푸른숲 刊)》로 돌아왔다. 이 책은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으로 활동하고,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을 지낸 저자가 ‘대통령 선거전(戰)’의 한가운데서 직접 보고 겪고 느낀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현대판 징비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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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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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수학 세계사

피타고라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뉴턴. 유명한 수학자는 대부분 유럽 남자다. 훌륭한 비유럽 수학자가 많았는데도 말이다. 『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는 지금까지 쓰여진 수학사의 공백을 채운다. 인도, 중국, 마야 등 다른 대륙에서 발달한 수학 들이 교차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간절하게 원했던 보통의 삶을 위하여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한 ‘집’. 이 집이라는 출발점부터 비뚤어진 한 소녀가 어떤 여자를 만나고, 생판 모르는 남들과 살게 된다. 가출 청소년, 빚쟁이 등 사회 속에서 외면받은 이들이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간다. 삶의 복잡한 내면을 다룬 수작이자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

국민을 위한 완벽한 나라가 존재하는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2036년,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미국이 아예 두 나라로 분리된다. 양국이 체제 경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중립지대’가 소설의 주요 배경이다. 그 속에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이복자매 스파이들. 그들의 치열한 첩보전을 통해 적나라한 민낯들이 펼쳐진다.

‘시’가 전하는 깊고 진한 위로

장석주 작가가 전하는 시에 관한 이야기. 시인으로, 작가로 50년 가까이 글을 읽고 써온 그가 사랑한 77편의 명시와 이를 사유한 글들을 전한다. 과잉의 시대에서 덜어냄의 미학을 선사하는 짧은 문학, '시'가 선물하는 절제된 즐거움과 작가만의 울림 가득한 통찰을 마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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