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의 정치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남녀 사이를 다룬 코믹 영화 〈내겐 너무 과분한 그녀(She’s Out of My League)〉에서, 주인공은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어떻게 10이 5가 될 수 있지?”
남녀 사이를 다룬 코믹 영화 〈내겐 너무 과분한 그녀(She’s Out of My League)〉에서, 주인공은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어떻게 10이 5가 될 수 있지?” 이 영화는 평범한 공항 경비원 커크와 변호사였다가 이벤트 기획자로 전업한 몰리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매력도를 가늠하는 저울이 있다면 몰리는 ‘꽉 찬’ 10(멋지고, 영리하고, 돈도 많다)에 해당하나, 커크는 기껏해야 5 정도에 불과하다(이 수치는 평균 이하로, 커크는 노동자 계층에 속한 깡마른 젊은이다). 커크는 몰리를 사랑하고, 몰리 또한 커크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모든 여건은 두 사람에게 불리하고, 두 사람의 만남은 어색한 사건 일색이다. 커크의 친구가 설명하길, 10은 8 정도로 줄어들 수 있고, 5는 가까스로 7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5와 10이란 차이는 너무나 커 보인다. 수학은 의견으로 설명할 수 없다. 5와 10 사이의 간극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숫자의 규칙은 분명하다. 모든 주변 사람들(커크와 몰리의 가족과 친한 친구들 및 각자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들)은 두 사람이 사귀기는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두 사람에게 헤어지기를 적극 종용할 것이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그러나 흥미 만점의)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두 주인공은 점차 소원해지고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반응이 부자연스러울뿐더러, 하찮은 사건들이 괜히 불거지고 오해 또한 갈수록 확대된다. 두 사람은 혼란에 빠진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끝이 나고 각자가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10짜리 인생과 5짜리 인생은 행복한 연인이 될 수 없다.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그렇게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커크와 몰리는 재회에 성공하고 영원토록 행복한 만남을 이루게 된다. 부정적인 가능성을 딛고 사랑이 승리하는 것이다. 주인공 남녀는 숫자의 신드롬을 극복하고 마음이 승리하게 된다. 수학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사랑에 깃든 비합리성에 무릎을 꿇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는 빤하고 상투적인 결말로 악명이 높다.
영국의 통계학자이자 생물학자인 로널드 A. 피셔(Ronald A. Fisher)는 통계학을 “인간의 진전을 반영하는 특별한 측면”이며, “20세기를 무대로 그 자질을 맘껏 펼쳤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건 혹은 동의하지 않건, 오늘날 숫자가 우리 사회를 대체적으로 끌고 간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숫자는 사회?경제?정치적 결정의 이면에 도사린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커크와 몰리처럼, 숫자는 우리의 행동과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측정하고 비교한다. 우리는 아름다움, 지적 수준, 성공 여부 등을 판단하면서 일반적인(또한 총체적인) 수치를 기준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한다. 우리는 소득 수준에서부터 성적 능력, 삶의 질과 행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계량화한다. 인간의 삶은 숫자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숫자에 둘러싸인 탓에 숫자의 힘을 깨닫지 못한다.
환경 정책, 복지, 거버넌스 등 연구 기관이나 민간단체가 발표한 특정한 주제를 다룬 지수 또는 지표들을 주목하기 바란다. 내가 계산하기로는 사회과학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지수의 개수는 300개가 넘는다. 이는 수만 개에 이르는 개별적인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수치는 정부의 통계 기관이 생산한 모든 숫자를 담지도 못한다. 더욱이 이러한 지표는 불완전하기 마련인데, 개선 정도나 거버넌스와 같은 특정 분야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학문적 경험을 통해 이러한 특정 분야를 섭렵했다. 게다가 이러한 수치는 자연과학자, 기술자, 의사, 건축가, ‘엄격한’ 규율을 따르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산한 무수히 많은 숫자를 포섭하지도 못한다.
매주, 매달, 매년, 수많은 싱크탱크들과 NGO, 전 세계의 연구 기관들은 경제, 도시에서의 삶의 질, 교육의 질, 복지 수준, 사회를 해치는 부패의 정도, 무수히 많은 기관들의 실적 등 수많은 수치들을 쏟아내 평가한다. 이들은 빅맥 햄버거의 상대적 가격, 국가 간 부의 이전 가능성, 기업이 면허를 취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발생 가능한 모든 국가 리스크(전쟁, 테러리즘, 경제적 불안정 등), 은행, 기업, 국가 부채의 신용등급, 여행지로의 경쟁성, 컴퓨터 문맹도, 교육 수준, 글로벌 기아 지수, 식품 공급의 안정도와 같은 사소한 경제적 측면마저 평가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개발 전략과 성과를 평가하고, 정책 입안에 정보를 제공하고 혁신 방안을 유도하는 데 사용된다. 한마디로, 이 수치들은 대내외적 거버넌스를 좌우한다. 예컨대 실적 지수는 외국이 제공한 원조나 투자를 배정하는 데 핵심 기준으로 사용되며, 이러한 배정은 한 국가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설 기관이 발표한 신용등급은 이러한 수치의 정치?경제적 위력을 가장 생생히 보여주는 실례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 Monetary Fund)이 발표한 재정 평가는 모든 국가들을 일괄적으로 복종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넘쳐나는 수치는 정부 기관이 수립한 절차가 기업, 사설 기관, 컨설턴트, 회계법인, NGO가 발표한 벤치마크, 등급, 랭킹에 의해 보충되면서 공공 기관과 사설 기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공공 기관과 사설 기관의 통합이 진행되면서 수많은 분석가들은 정치ㆍ경제적 사건에 결부된 수치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메타-거버넌스’와 ‘초국가적 민간 거버넌스’와 같은 용어를 소개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통계적 수치가 적용되는 범위에는 제한이 없다. 수치가 지배적인 힘을 행사하지 못했던 분야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스포츠마저 조사된 수치에 의지하기 마련이다. TV 중계의 해설을 맡은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성과나 통계 모형을 수치를 통해 언급한다. 특히 수치와 깊이 연관된 스포츠의 가장 좋은 실례로 야구를 들 수 있다. 현대 야구의 아버지 헨리 채드윅(Henry Chadwick)은 1868년에 출간한 책, 『야구의 모든 것 : 야구를 배우는 방법, 야구를 즐기는 방법, 야구를 가르치는 방법(The Game of Base Ball: How to Learn It, How to Play It, and How to Teach It)』에서 미국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 잡은 야구의 규칙에 통계적 추론을 체계적으로 적용했다. 한때 크리켓 리포터를 담당했던 헨리 채드윅은 통계에 열정을 보이며 역사상 최초로 야구의 데이터를 산출했다. 그는 유명 팀의 타자들에 대한 아웃, 안타, 홈런, 삼진 횟수와 빈도를 비롯한 모든 경기의 정보를 나열했다. 일정한 통계 수치는 실제 경기 능력을 반영했으나, 그렇지 않은 통계 수치도 존재했다. 그는 홈런 타자(또한 모든 홈런의 카테고리)들을 지나친 ‘과시’라는 명목으로 평가절하하고 수비 실수를 타자의 타율에 가산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열심히 로비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수치가 타격 실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통계를 이용해 “20년 전에 시작된 단순한 연습에서부터 오늘날의 남성적이고 과학적인 경기로 발전한” 야구의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야구에서 숫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베스트 셀러 『머니볼 : 불공정한 경기를 이기는 기술(Moneyball : The Art of Winning on Unfair Game)』의 화두였다. 이 책은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되었고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주연을 맡았다. 이 책의 초점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이 팀은 A’s라는 약자로 알려져 있다)가 택한 전략이다. 오클랜드는 제한된 예산으로 강력한 팀을 만들기 위해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을 활용했다(이러한 분석법은 미국야구연구협회(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의 이름을 따 ‘세이버메트릭(Sabermetric)’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머니볼』의 핵심 전제는 야구계의 기존 통념 탓에 중대한 지표를 간과하게 되고, 이는 곧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보통 선수들의 기량을 가늠하고 연봉을 결정하기 위해 도루, 안타, 타율과 같은 지표들을 활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은 팀의 성적을 가늠하기 위한 기준으로서 구식이라는 평판을 면하기 어렵다. 오히려 엄격한 통계적 분석에 따르면 출루율, 장타율과 같이 관중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지표가 팀의 성적을 가늠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통념을 비웃듯 이러한 지표가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A’s팀은 이러한 ‘새로운’ 지표에 따라 비교적 적은 돈을 들여 선수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선수들이 선수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저평가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버드대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Michael Sandel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이라는 책을 통해 현대 통계학의 모델을 구조적으로 활용한 오클랜드 팀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팀은 신세대 계량 트레이더들이 월 스트리트에 도입한 것을 야구에 도입했다. 이 팀이 도입한 것은 바로 “직감과 경험에 의지한 기성세대를 넘어서기 위해 컴퓨터가 계산한 분석결과를 활용하는 능력”이었다. 샌델은 통계적 추론과 시장과의 심오한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오클랜드 팀의 사례를 분석한다. 단, 그는 계량적 방법을 이용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연봉을 산정하고, 라이벌에 대한 상대적 강점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는다. 오클랜드가 2002년 아메리칸 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러한 전략은 당분간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머니볼 전략은 다른 팀들이 똑같은 전략을 시도하면서 그 빛이 바래고 말았다. 다른 팀들 또한 최고의 통계학자를 섭외한 다음 적합한 선수를 골라 재정이 부족한 팀들보다 더욱 큰 금액을 제시했다. 최근 보스턴 레드삭스부터 뉴욕 양키스에 이르기까지 돈이 넘쳐나는 구단들은 전략을 세우고 선수들의 기량을 판단하기 위해 컴퓨터가 계산한 통계 모델을 체계적으로 활용한다.
수치가 직감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경기의 양상은 바뀌고 말았다. 열정 또한 엄정함에 자리를 내주었다. 역설적으로 “돈이 메이저리그 팀들의 승률을 결정하는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야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하나 있다면, 정치와 사회 분야에서 넘쳐나는 이 수치들이 직?간접적으로 시장의 확대에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 닥친 글로벌 경제 위기는 이러한 수치의 신빙성에 의심을 품게 만들기 충분하지만, 멈출 줄 모르고 확장을 거듭하는 시장을 보면 이러한 불신을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수치는 한편으로 다양한 사고들이 논의되고 촉진되는 공개적인 토론의 무대를 갉아먹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로 한다. 다음 장부터는 거버넌스 절차에서 활용되고 오용되는 수치들이 어떻게 시장의 힘을 강화하고 공개된 논의 과정을 무력화시키는지 보여줄 것이다.
제1장에서는 과학의 역사에서 연구가 차지했던 비중을 다루는 동시에 통계가 정책 입안 과정에 편입된 과정을 논의할 것이다. 실제로 통계를 사용하는 정부는 현대 국가의 특징이며, 세금과 수수료를 걷고 비용을 투입해 공공 기반시설을 건설했던 1800년대 이후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이처럼 숫자의 위력을 검토한 다음에는 최초의 경험적 사례를 분석할 것이다. 신용평가 기관과 이들이 글로벌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이 그 대상이다.
제2장에서는 신용평가의 역사와 이해관계의 충돌을 다루며, 이를 통해 공공재정 거버넌스의 발전 과정에서 신용평가 기관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알 수 있다. 신용평가가 국내 정책과 대외 정책의 결정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며, 신용평가가 세계 각국의 공공 거버넌스에 편입되면서 금융 시장과 재정 분야의 특정 영역이 강화된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민주적 절차의 희생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제3장에서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바탕에 자리 잡은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다. 이 분야는 첨예한 논쟁의 대상으로, 기후과학자들과 이른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내세워 대립하고 있으며, 각 진영은 서로 다른(하지만 반대되지 않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일련의 수치를 제시한다. 양 진영 모두 수치를 어느 정도 각색하며, 산업 발전의 환경적 영향과 관련한 최고의 정책을 선택하기 위해 비용편익분석을 시도한다. 이러한 분석법은 일련의 핵심 가정을 통해 비용과 효익을 화폐 가치로 전환시키며, 탄소 시장, 탄소배출권 체제, 배출권 거래제의 시행을 옹호해왔다.
제4장은 천연자원과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 측정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분석해 통계의 정치학과 환경적 거버넌스 사이의 미묘한 접점을 찾아볼 것이다. 비록 환경 악화의 대가를 기준으로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지수)를 ‘보정’하도록 고안된 제도이나, 이러한 방법론 가운데 일부는 금융 및 재정 시장의 확대를 야기하면서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지구의 생태계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이러한 수치가 비즈니스 분야에서 차용한 방법론을 강화시켜 개발 원조 분야와 전 지구적인 빈곤과의 전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핀다. 이러한 비즈니스적 접근은 이른바 원조 기관들이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측정하는 데 한정되지 않고 선진국에서의 사회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시민 사회와 비영리 기관의 역할, 자선 재단의 운영 방식에 위험한 영향을 초래한 것이다.
이 책은 사회의 발전에 통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통계가 없다면 섣부른 생각과 수사적 논쟁이 정책을 지배할 수 있다. 수치를 측정한다는 것은 삶의 근본적인 요소다. 생활환경 개선의 근본에 자리 잡은 교육, 건강 관리, 주거 문제는 수치에 의지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수치가 항상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 분야에서 통계를 차용하려면 필연적으로 중요한 가정이 수반되며, 이러한 측면은 사회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종종 이러한 가정은 폭넓은 통찰을 도외시하고 좁다란 계량 경제학적 접근에 좌우되기도 한다.
우리는 커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측정하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계량하고, 외출하는 횟수를 헤아리고, 벌어들이는 돈을 계산하고, 섹스를 갖는 횟수 등을 종합할 수 있다. 그러나 커크와 몰리가 어렵사리 깨달은 것처럼 이러한 수치들을 사랑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표준화된 테스트는 일부 학교에서는 유용하게 쓰일지 몰라도 교육의 척도로 간주되어서는 곤란하다. 대부분의 성과 평가는 학생들을 변별하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이 정보에서 드러나는 것보다는 알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측정되는 자료를 통한 정보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숫자에 따른 추리에 너무 집착하면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이러한 경우라면 측정 수단 자체가 측정하는 내용보다도 더 중요해져 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측정하기보다는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것을 원하게 되는 현실이 벌어지는 것이다. 학생들은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하려 들며, 커플들은 애정의 질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게 되고, 모든 근로자들은 평가지표로 부과되는 생산성 지표의 노예로 전락한다.
다른 영역 또한 마찬가지다. 환경 거버넌스와 같은 영역에서는 각양각색의 측정자들이 나타나 환경을 보호하자는 명목하에 대자연을 수치화하려 든다. 궁극적으로, 측정이 과도해지면 사회적 관계와 대자연 자체가 상업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측정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왜 시장이 이토록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경제적 거래의 중심지로서 시장은 측정에 더욱 민감하다. 측정의 개념, 원리, 작동 기제는 모든 환경을 경제적, 통계적으로 획일화시키는 절차에 너무나도 최적화되어 있다.
이 책은 현대적 거버넌스의 일부 핵심 분야에서 숫자가 테크노크라시(Thchnocracy)를 강화시킨 과정을 다룰 것이다. 숫자는 우리의 사회?정치적 삶을 좌우하는 시장의 힘을 강화한다. 요약컨대, 숫자는 대중들의 참가와 이성적 토론을 약화시키며, 타격을 입고 허약해진 민주주의를 더욱 빈곤하게 만든다.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로렌조 피오라몬티 저/박지훈 편 | 더좋은책
저자 로렌조 피오라몬티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숫자가 틀린 것이 아니라 숫자가 진실이 될 수 있는 위험한 현실’을 보여주며, 우리의 미래를 진정 가치 있게 만들 자유와 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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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조 피오라몬티> 저/<박지훈> 편4,500원(10% + 1%)
숫자가 틀린 것이 아니라, 숫자가 진실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위험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숫자와 접하며 산다. 일반적인 숫자를 기준으로 매일 무언가를 측정하고 비교하고 평가한다. 외모에서부터 지적 수준, 소득 수준이나 재산을 기준으로 한 성공 척도 등을 판단하면서 우리 자신과 타인을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