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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이 책을] 일상을 함께하는 소품 이야기

『먹고 마시고 그릇하다』, 『궁극의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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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도라에몽이 되고 싶었다고 해요. 누구라도 한 번쯤 도라에몽의 편리한 도구가 담겨 있는 마술 주머니를 갖고 싶어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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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의정님,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의정: 네, 이번 주는 이상하게 시간이 빨리 흘렀네요. 지난주 ‘왜 이 책’으로 이야기한 게 두 시간 전 같은데 말이죠.


지혜: 그러니까요. 이번 주는 특히 그러네요. 어제 제가 반차를 쓰고 영화 <자백>을 봤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의정: 오 권석천 기자님 칼럼(//86chu.com/Article/View/31914)으로 영업 당하신 건가요. 참 세상이 뒤숭숭하기도 하죠.


지혜: 안 볼 수가 없었어요. 아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괴롭고 그랬네요.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고요. 얼마 있으면 막을 내릴 것 같은데, <자백>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진심 진심.


의정: 그러게요. 이럴 때일수록 생활의 사소함을 챙기는 건 중요합니다. 그나저나 지혜 님이 고르신 책, 저도 읽어봤어요.


지혜: 앗, 정말요? 그럼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 『먹고 마시고 그릇하다』, 어떠셨는지요?


의정: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지만, 저랑은 안 맞습니다 후후.


지혜: 하하하! 역시 오늘도 주관을 잃지 않으십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관심 분야가 아니라서 '읽을까 말까' 했던 책인데요. 만듦새가 좋더라고요. 책을 넘길 때 느낌도 좋고 자꾸 눈길이 갔어요. 호불호가 좀 있을 책인데요. 카페 사장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카페에 비치해 놓으면 손님들이 좋아할 책이에요. 그런데 그릇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요? 왜 책이 안 맞았는지 궁금하네요.


의정: 그릇에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남자친구와 남동생의 에피소드를 다룬 「남자의 주방」 편에서 남자친구 집에 플라스틱 숟가락만 있다고 충격 받고 싸운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됐어요. 좋은 그릇, 좋은 도구 물론 좋아하지만 저는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지혜: 핫, 그렇군요. 그 부분은 저도 살짝 놀랐습니다. 그렇다면 의정 님은 왜 『궁극의 문구』를 택하셨는지요? 꽤 입소문이 났던 책이더라고요. 2쇄도 금방 찍은 것 같고요.


의정: 그릇보다는 문구류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저는 무엇이 저한테 제일 잘 맞을지,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서 정보를 찾는 쇼핑이 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좋은 걸 추천해주는 책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남의 시선을 참고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궁극의 문구』는 고급 만년필이나 가격이 비싼 문구를 소개하기보다 우리의 일상에서 사용하는 가장 평범한 문구를 색다르고 세밀한 시선으로 추려서 좋습니다.


지혜: 그랬군요. 작년에 비슷한 책이 하나 나왔죠? 꽤 화제가 됐던 『문구의 모험』도 생각나네요. 저도 문구를 좋아합니다. 학창시절에 팬시점 가는 것, 정말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매년 초, 아트박스에 가서 마음에 쏙 드는 필통을 샀죠. 그런데 요즘은 잘 안 삽니다. 육아 물품 사는 것도 바빠서요. 예전에는 카페에 가서 예쁜 그릇을 보면, 어떤 나라에서 건너온 그릇인지 꼭 확인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안 봅니다. ㅎㅎ 컵을 들어올릴 힘이 좀 없고. 아,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여유가 없는 것 같기도, 삶의 관심사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네요. 『궁극의 문구』 권유 지수는 50이네요?


의정: 좀 낮게 줬는데요. 너무나 소유해야 하고 선택할 게 많은 세상에서 또 하나의 선택지를 주는 게 가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결코 나쁜 책이 아닙니다. 문구 덕후 여러분들에게는 권유 지수 1000!


지혜: 문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보지도 않을 거고, 볼 필요도 없지요. 선택지를 준다라는 것보단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의정 님이 이 책을 소개한다고 해서 리뷰를 좀 살펴봤어요. 꽤 많더라고요. 아, 정말 문구 덕후가 많구나 싶었어요.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의정: 아무래도 일본 저자가 쓴 책이라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없거나 생소한 제품 소개도 있고요, 문구란 게 금방 단종되기도 하니 실생활 쇼핑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그린 문구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니, 소장할 만한 가치는 있을 겁니다. (아쉬운 점을 말하면서 동시에 좋은 점 말하기 ㅋㅋ)


지혜: 하핫, 노련하십니다. 『먹고 마시고 그릇하다』 이야기를 하자면, 저자 김율희 씨는 홈쇼핑 MD, 방송사 편성 PD로 일했고 현재 혼자 살이 10년차라고 합니다. 스스로를 '나를 위한 한 끼 식사'를 제법 진지하게 생각한다고 스스로를 표현했어요. 저 역시, 혼자 대충 먹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좋은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두고 ‘혼밥’을 즐기거든요. 이 책의 매력은 '그릇' 이야기만 한정 짓지 않고, 저자의 일상과 단편적인 생각이 곳곳에 담겨 있다는 점 아닐까 싶어요. 2030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의정: 저도 저자가 한 끼 식사를 늘 정갈하게 챙기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그릇 사진은 정말 예쁘더라고요.


지혜: 저자는 직장생활을 31세 때 그만뒀다고 해요. 이유가 "그러나 덜 행복할까 봐 무서워 행복하지 않은 현재를 이어간다는 건 아무래도 내키지 않았다. 미래의 행복만큼이나 현재의 행복도 중요하고 미래는 어차피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행복하지 않은 나에게는 변화가 필요했다."(40쪽) 평소 제 신조와 좀 비슷하거든요. “미래가 중요하지만, 현재가 더 중요하다.” 뭐 이런. 사진이 많을 것 같은 책인데, 글밥이 생각보다 많아서 읽는 맛이 있어요. 분홍색 표지가 요즘 지겨운데, 그래도 책장에는 꼽고 싶더라고요. 촉감이 좋은 책이에요.


의정: 저도 『궁극의 문구』 에필로그가 제가 기존에 생각했던 바와 비슷해서 마음에 남았는데요.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도라에몽이 되고 싶었다고 해요. 누구라도 한 번쯤 도라에몽의 편리한 도구가 담겨 있는 마술 주머니를 갖고 싶어했었죠. 현실에 도라에몽은 없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에 주머니에서 도구를 꺼내 도와주거나, 주머니에서 꿈과 놀라움을 꺼내 모두를 즐겁게 하는 일은 미래의 도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중략) 나는 여전히 꿈을 좇고 있다. 꿈과 희망이 튀어나오는 주머니를 아직도 진심으로 찾고 있다.” (134쪽)는 문구가 인상 깊었어요.


지혜: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감동입니다. 눈물 주르륵.


의정: 독자 여러분도 여러분께 맞는 그릇과 문구, 도구로 평범한 생활을 조금 더 꿈에 가깝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법인카드로 사무용품 좀 사면 안될까요? 펜이 안 나와요.


지혜: 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 제가 가끔 요 두 표현을 함께 쓸 때가 있습니다. 내일 같이 회사 앞 문구점을 들러볼까요? 저도 칼심을 갈아야 합니다. 많이 녹슬었어요.


의정: 팀장님, 저희는 회사 돈을 축내는 게 아닙니다. 인적 자원의 효율 증진을 위한 워크툴 개선 프로젝트라고나 할까요?


지혜: 고수십니다. 하핫, 그럼 끝으로 지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의정: 권유 50, 재미 85, 지력 40입니다. 훌훌 훑어봐도 재밌는 문구들이 많아요. ‘끝부분까지 제대로 마감한 칼날과 손에 착 감기는 손잡이의 최상급 사용감’이라는 문장을 읽고 있으면 저도 이 가위를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익숙한 물건을 새롭게 보는 맛도 있습니다.


지혜: 전 권유는 80, 재미는 70, 지력 40입니다. 그릇의 역사나 정보도 쏠쏠한데요. 호불호는 확실히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사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어서 재밌어 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그릇 이야기를 더 읽고 싶어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네요.


의정: 저희 모두 지력은 그렇게 높지 않은 책을 골랐네요. 아무래도 현실이 팍팍하다 보니 머리를 쓰고 싶지 않은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지혜: 다음 회는 지력을 좀 요하는 책을 골라볼까요? 머리나 마음이 몹시 아픈 시국입니다만.


의정: 과연, 다음주는 무슨 책이 소개될지.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머리가 아플 테니, 저희는 이만 물러날까요?


지혜: 그럽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없나요?


의정: 음, 날씨도 추워지는데 이미지가 반팔이라 바꿔 보았습니다. 앞으로 따봉! 을 외칠만한 책을 더 많이 소개해드릴게요.


지혜: 따봉, ㅎㅎ 오랜만에 듣네요. 그럼 담주엔 좀 더 색다른 책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오지요. 오늘은 어떤 버전으로 끝인사를 할까요? 성시경 어떤가요? "잘자요~"


의정: 헉. 구 남친의 새벽 2시 ‘자니' 문자가 생각나네요. 독자 여러분, 자니? <채널예스> 보고 있니?


지혜: ㅋㅋ 저는 이만 총총!


의정: 총총. 금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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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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