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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숨 "훼손된 기억의 복원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가 만난 작가들⑬ 소설가 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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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의 ‘훼손된 운동화’를 복원하는 일은 민주화의 상징인 이한열이라는 인물을 복원하는 동시에 민주화 정신을 복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위안부 할머니들이 ‘훼손된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은 일제시대 때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소녀들을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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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구

 

9월 25일부터 펼쳐지는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한국문학번역원 주최)>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축제의 마지막 단장에 한창인 지금, 벌써부터 애독가들의 기대를 모으는 '작가들의 만남'이 있다. 중국인 작가도 한국인 작가도 아닌 조선족 작가로서, 경계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설가 금희와, 뿌리 내리지 못하는 이민자에게 시선을 쏟는 소설가 김숨이 그들이다. '작가들의 수다'에 앞서, 김숨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여덟 번째 장편소설 『L의 운동화』와 아홉 번째 장편소설 『한 명』이 올해 출간되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바쁜 2016년 상반기를 보내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휴식을 즐기고 계신지요.

 

단편을 퇴고하는 틈틈이, 자료 조사를 하고 있어요. 도서관에 다니면서 자료 조사를 하고 있는데, 일종의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에요. 집에서 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집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휴식처럼 생각될 때가 있거든요. 새로운 자료를 찾는 즐거움이 그럴 듯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있어요. 영화 관람으로 하루를 마감하기도 하는데, 하루에 한 편을 다 보지는 않아요. 하루에 30분씩, 또는 20분씩, 10분씩, 아껴가면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웃음).

 

벌써 자료조사까지 하고 계시는군요. 듣기로는, 특히 『L의 운동화』를 위한 자료조사가 특별했다고 들었습니다. 김겸 박사님의 미술품 복원에 관한 강의도 직접 듣고, 복원 작업도 지켜보셨다고요.

 

이한열 운동화 복원 관련 자료를 구하기 위해 김겸 박사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관련 강의를 들었어요. 우리 모두가 아는 ‘이한열이라는 인물’의 지극히 사적인 물건인 운동화를 복원 중이라는 소식을 지인으로부터 전해 듣는 순간, 그 과정을 소설로 쓰고 싶었어요. ‘복원’에 대해서는 그 전부터 관심이 있었고요. 운동화가 한 짝만 남아 있고, 그 한 짝마저 심하게 훼손되어 보존 처리를 못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뿌리 이야기』(2015 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도 위안부 피해자가 등장합니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히지 못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 명』의 주인공과 겹쳐 보이더라고요. 『뿌리 이야기』에서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한 명』에서 구체화 하신 거라고 보아도 될까요?

 

『뿌리 이야기』 때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만만치 않은 소재이다 보니, 써지지 않으면 못 쓰겠구나 했어요. 그런데 작년에 ‘한 명’이라는 제목이 먼저 오고, 증언들을 찾아 읽으면서 소설이 써졌어요. 인연이 닿았다고 생각해요. 인연이 닿아서 쓸 수 있었다고…….

 

그동안 만나본 작가님들, 특히 시인 중에는 유목민 기질이 다분한 분들이 많으셨어요(웃음). 그런데 작가님은 뿌리내리고 정착하는 삶에 애착이 강하시다고 보아도 될까요?

 

그런 생각을 한 적 있어요. 이민자로는 못 살 것 같다고(웃음). 어쩌다, 어쩌다…… 제가 살고 있는 집과 동네에서 멀리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 약속을 잡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이번 작가축제의 낭독 작품으로 『뿌리 이야기』를 선택하셨는데, 그럼 작가님은 ‘천근성 뿌리’처럼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심근성 뿌리’처럼 깊이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말해줄 것 같아요. 취미가 폭넓은 것도 아니고, 여행을 즐기는 편도 아니고…….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굵직한 상을 많이 수상하셨잖아요. 문예창작이나 문학전공자가 아닌데도, 독자의 호응과 평단의 인정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작가가 되셨는데, 습작기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내가 쓰는 글이 과연 소설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조차 하지 못하고 썼어요. 그런데 그게 단편 분량의 글이 되었고, 저의 첫 소설이 되었어요. 소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요소들도 전혀 모르고, 문장 수업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첫 소설을 쓴 거예요. 그래서 등단 후 혹독한 습작 시절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습작생의 심정이 될 때가 있어요.  

 

편집자로 일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직장생활은 어떠셨나요?

 

책을 만드는 일도 흥미롭고 매력적이었어요. 강렬한 매력을 느끼던 순간들도 있었고요. 그 매력에 취해 살다가는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될 것 같아서, 거리두기를 했던 것 같아요. 편집 일과 소설 쓰기를 병행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았지요.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몇 문장이라도 쓰려도 애를 썼었던 것 같아요. 그때 애썼던 것 때문에 소설을 놓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힘들었지만, 그 시절의 ‘사회 경험’이 시차를 뛰어 넘어, 소설을 쓸 때 영감을 주는 순간들이 있어요.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어 오셨어요. 요즈음은 어떤 이야기가 작가님의 관심을 끌고 있나요?

 

이주민들이나 이민자들처럼, 태어난 곳을, 뿌리 내리고 살던 자리를 떠나, 낯선 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심이 가요.

 

『L의 운동화』는 ‘조각난 기억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한 명』은 ‘증언’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기억의 복원’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이번 작가축제의 주제 <잊혀진, 잊히지 않은>과도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게요. 이한열의 ‘훼손된 운동화’를 복원하는 일은 민주화의 상징인 이한열이라는 인물을 복원하는 동시에 민주화 정신을 복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위안부 할머니들이 ‘훼손된 기억’을 복원하는 과정은 일제시대 때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소녀들을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하는 참가소감이 궁금합니다. 파트너 작가이신 금희 작가님과의 조합이 기대가 되요.

 

저도 무척 기대가 돼요. 애독자로서, 동료 소설가로. 같은 언어를 써서가 아니라, 서로 시선이 일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2016 서울국제작가축제 신청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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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울국제작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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