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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월호에 관해 쓰고 싶어 했다

김탁환 『거짓말이다』출간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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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편집자가 느낀 희열이라고 할지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뭔가 그럴듯한 말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찾지 못했다. 9월 첫 주부터 전국을 돌며 여러 독자들과 만나는 동안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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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탁환 작가를 처음 만난 건 꽤 오래 전, 지금으로부터 십사오 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어느 사회과학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단행본과 두 달에 한 번씩 잡지를 만들었다. 편집자라고는 나 혼자여서 늘 야근을 해야 할 만큼 업무가 많았고 월급은 적었지만 솔직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글 잘 쓰기로 소문난 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일이 즐거웠으니까. 나에게는 전부 연예인 같은 존재였다. 그들을 만나 원고를 받고 의견을 말하고 고치고 수정하고 또 고쳐서 세상에 내보내는 일이 뭐라 말할 수 없이 뿌듯했다.

 

다만 잡지를 기획할 때는 늘 새로운 필자가 모자라 애를 먹었다. 진부한 주제를 참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유려하게 써 줄 수 있는 이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우연찮게 방문한 곳이 퍼슨웹이다. 스스로를 문화기획집단이라고 했다. 인터뷰 전문 웹진을 만든다. 만 명을 인터뷰하는 게 목표라고 들었던 것 같다. 이를 토대로 몇몇 출판사와 함께 책도 기획했다. 공연에도 관여하는 듯했다. 하여간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벌이느라 그곳은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언제 가도 실컷 퍼마실 수 있는 먹물들의 사랑방’이라는 것이, 내가 받은 인상이었다. 김탁환 작가는 퍼슨웹의 창립 멤버였다.

 

그 뒤로 십여 년에 걸쳐 퍼슨웹 행사를 통해 간간이 김탁환 작가를 만났다. 그 사이에 나는 창업을 했고 그는 수십 편의 소설을 썼다. “북스피어에서 소설을 내고 싶다”는 얘기를 들은 건 굉장히 추웠던 겨울, 한밤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쓰기만 하면 내겠다는 큰 출판사들이 수두룩 빽빽할 텐데 왜 하필 북스피어에서 내겠다는 건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나름대로의 스크린쿼터제 같은 게 아닐까 짐작했을 따름이다. 나는 자주 김탁환 작가의 작업실에 들러 앞으로 쓸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가면 그는 따듯한 원두커피를 내려주었다. 오랫동안 김탁환의 소설을 읽어 온 독자로서 마주 앉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세월호에 관해 쓰고 싶어 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어디서도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민간 잠수사에 관해 이미 어느 정도의 구상이 끝나 있는 듯했다. 지난 해 ‘조선의 조운선 침몰 사건’을 소재로 『목격자들』을 출간하기도 했지만 그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걸까. 소설가로서 이 얘기를 딱 부러지게 매듭지어 두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신의 소설을 읽고 사람들이 좀 더 화를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던 것 같다. 누구에게 화를 내나. 언제까지 세월호 타령만 할 거냐고 윽박지르는 언론에게. 믿기지 않을 만큼 무능하고 뻔뻔한 정부와 관료들에게.

 

그는 마감을 잘 지켰고 굉장히 빨리 썼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편집자의 피드백을 대하는 태도였다. 나는 그동안 많은 필자들의 원고를 받아 보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글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불같이 화를 내는 필자도 여럿 보았다. ‘만약 내 글을 한 글자라도 고치면 싣지 않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그런 태도를 비난하거나 잘못됐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세계관의 문제니까. 다만 필자가 자신의 원고에 애착을 가지는 딱 그만큼 편집자 역시 편집자의 역할이 있다고 여길 뿐이다. 김탁환 작가는 편집자의 피드백을 결코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이십 년차 소설가로서 그렇게까지 편집자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이는 경우도 흔치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대관절 어땠는가. 첫 평가는 좋지 않았다. 지난 달 『거짓말이다』 독자교정(에 관해서는 ‘서점 직원을 관두고 소설을 쓴 작가’ 참조)에 왔던 독자는 “김탁환 소설이라길래 독자교정에 참가한 건데 만약 세월호 얘기인 줄 알았으면 신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서 ‘세월호 피로감이 크긴 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초판은 또 몇 부를 찍어야 하나가 고민이어서 그날 취재차 왔던 경향신문 정원식 기자한테 솔직히 내 속을 다 까고 물어보았다. “제가 보기에 3,000부에서 5,000부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오랜 출판담당 기자의 촉으로 볼 때 어떨 거 같으세요?”라고. “나도 정말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둘이 앉아서 심란한 얼굴로 담배만 뻑뻑 피웠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 7월 마지막주 내내 걸어놓았던 온라인 서점 예약판매 상황은 형편무인지경이었다. 매일매일 바뀌는 예스24의 세일즈 포인트는 제자리걸음이었고 다른 온라인 서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 기간 중 나는 9월에 출간할 소설의 독자교정 행사차 캐나다에 가 있었기 때문에 더 애가 탔다. 하필이면 전화도 안 되고 인터넷도 원활하지 않은 곳이어서 글 하나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페이스북이든 블로그든 어쨌거나 한 줄이라도 더 써서 판매를 독려했더라면’ 하고 뒤늦게 후회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런데 『거짓말이다』의 출간일이었던 8월 5일(은 김관홍 잠수사의 49재이기도 하다)을 기점으로 상황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 대목은 내가 직접 얘기하기보다 관련 기사를 읽어보는 편이 나을 듯하다.


(1) [뒤끝뉴스] '거짓말이다' 주문 쇄도는 문재인 추천 때문? (한국일보 8월 8일)


(2) 진심 통했나… '거짓말이다' 판매 호조(경향신문 8월 17일)


그리고 마치 이에 호응하듯 많은 독자들이 책 표지 뒤쪽에 이스터에그 삼아 인쇄한 문구를 SNS에 올려주었다. 그중에는 세 개의 문구를 다 모은 이들도 있었다.

 

이럴 때 편집자가 느낀 희열이라고 할지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뭔가 그럴듯한 말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찾지 못했다. 9월 첫 주부터 전국을 돌며 여러 독자들과 만나는 동안 찾아보겠다. 실은 책이 나와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할 때, 특히 오프라인 독자모임이나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할 때는 매번 서울 이외의 지역 독자들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곤 해서 아래의 제목처럼 전국의 특색 있는 작은 서점을 돌며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볼…이 아니고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가져볼 요량이다. 일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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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외의 지역 독자 분들과 조촐하게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많이 오시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게 제 생각이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책과 서점이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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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김탁환 저 | 북스피어
데뷔 20주년을 맞아 작가 김탁환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2014년 한국에서 벌어진 대형 해난 사고를 목격한 작가는 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구상에서 출간까지 최소한 3년은 집중한다는 원칙을 깨고, 심해로 내려가야만 했던 민간 잠수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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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홍민(북스피어 대표)

미남이고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책을 만든다. 가끔 이런저런 매체에 잡문을 기고하거나 라디오에서 책을 소개하거나 출판 강의를 해서 번 돈으로 겨우 먹고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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