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존경할 필요는 없다니까요
『책 먹는 법』 저자 김이경
순간 나도 웃음이 났다. 작품이 곧 사람이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존경할 대상을 끊임없이 요구했을까.
“우리가 그 사람을 존경할 필요는 없다니까요.”
- 『책 먹는 법』 저자 김이경
평소 나는 좋아하는 작가나 유명인을 실제로 만나지 않길 바란다. 누군가는 “이게 웬 엉뚱한 소리인가?”냐며, “누구는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난다”고 말할지 모른다. “훌륭한 작품이 곧 훌륭한 인품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때때로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기 마련이다. 무척 좋아하는 사람의 또 다른 면을 목격하게 될 때, 차라리 모르고 지나가면 좋을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매우 실망한다.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했던 김이경 작가를 인터뷰하던 중, 나는 결국 물었다.
“작품이 너무 뛰어나면 때때로 저자를 작품과 동일시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정작 저자를 만나면 너무 실망스럽단 말이에요. 그럴 땐 어떡해 해야 하나요?”
작가는 피식 웃으면 답했다.
“우리가 그 사람을 존경할 필요는 없다니까요.”
순간 나도 웃음이 났다. 작품이 곧 사람이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존경할 대상을 끊임없이 요구했을까. 세상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으니 책 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걸까. 김이경 작가는 말했다. “작품이라는 게, 꼭 그 작가의 모든 내면이 들어가 있지는 않아요. 자기도 모르는 어떤 영감 같은 것이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독자는 저자의 여러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중요하게 감동 받은 부분만 인정하면 돼요.”
작가의 한계가 오히려 위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 나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작가들도 참 피곤할지 모른다. 대단한 작품을 썼다고 스스로가 대단한 인품을 가진 건 아닌데, 나 같은 독자가 아직도 많으니 말이다.
책 먹는 법김이경 저 | 유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 번역자, 편집자, 논술 교사, 독서 모임 강사 등 텍스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일을 오래도록 섭렵하면서 단련된 김이경 선생이 텍스트 읽는 법을 총망라하였다는 점이다. 상황과 처지에 맞게 책을 접하는 방법을 자신의 인생 갈피갈피에서 겪은 생생한 체험과 함께 폭 넓고 다양하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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