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고현정, 가까이 두고 오래 사랑할 도쿄 여행법

『현정의 곁』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삶이 여러 조각의 천으로 이어진 하나의 큰 조각보라고 하면, 각각의 조각이 작을수록 지루하지 않은 멋과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도쿄에 묻었던 나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그곳에서 내가 취(趣)한 아주 작은 조각보들을 함께 선보이려 한다.

ed_A85Z2328.jpg

 

작년 오키나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일행과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곳저곳 다음 행선지를 골랐다. 한 번으로 끝나는 여행이 되지 않을 것임을 서로가 직감하고 자연스럽게 ‘내년’을 기약한 것이다. 피렌체니, 스페인이니 종로니, 남극까지 나오면서 결국은 “이건 당신들 게 아니라 바로 내 여행이라고요!” 하고 소리를 꽥 지르고 말았다. 그러고 나니 올해 봄부터 어디를 가야 하나, 괜시리 마음에 부담이 생겼다. 고현정은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나 또한 가본 곳보다 그러지 못한 곳이 더 많다. 특히나 잘 알려진 도시일수록 그동안 더욱 인연이 멀었다.

 

ed_dhsjhdsj.jpg

 

처음에는 스웨덴에 가볼까 싶었다. ‘고현정의 여행, 여행(女幸)’은 여자가 행복해지는 여행이니까 한 사람의 여자로서 나도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의 많은 싱글 여성을 응원하기 위해 ‘고현정의 남자 친구 찾기 프로젝트’는 어떨까도 생각했다. 아니면 싱가포르? 최근 재미있는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가 많아지고, 음식이 맛있다는 싱가포르도 썩 괜찮은 선택이리라. 그렇지만 아무리 10월이라 해도 더울 것 같아서 포기. 오키나와도 다 좋았지만 더워서 고생은 좀 했으니까. 그렇게 이런저런 조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회사 관계자가 한참의 침묵 끝에 툭, 한 마디 던졌다. “그러지 말고 도쿄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요?” 순간, 엉켜 있던 매듭에서 실 하나가 휘리릭 풀려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인생의 또 다른 막을 시작했던 곳, 처음으로 혼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게 많았던 곳, 그리고 신혼 생활을 시작한 그곳부터 찍고 다른 곳을 가자 싶었다.

 

ed_A85Z8921.jpg

 

사실 도쿄는 콧바람을 쐬고 싶을 때 잠깐씩 자주, 그리고 가깝게 마음 편하게 들르는 곳이라 오히려 그 의미를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작년 여행은 좋아하는 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직접 그곳에서 시가 되고 음악이 되고 싶어졌다. 카메라 앞에서 이래저래 솔직한 표정으로 마음을 읊어보고, 발걸음도 가볍게 거리를 뛰어다니며 리듬도 타 보고…. 그렇게 ‘슬쩍, 몰래 갖다놓은 느낌’을 책에 담고 싶었다. 왜 슬쩍, 왜 몰래? 여행이라고 멋지게 감동스럽게, 즐겁게 해야 한다고만 생각하면 그 순간, 부담스러운 일이 된다. 대차게 시작했다가 ‘너무 죄송합니다’로 끝나도 어쩔 수 없는, 시작은 했는데 일생 마무리는 못하는,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그런 게 인생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시간과 물이 흐르듯 다니다가 중간중간 마음이 통하는 걸 느끼고, 가끔 기분이 울컥해지기도 했다가, 바람 한 줄기 지나가듯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기도 하면 좋겠다. 삶이 여러 조각의 천으로 이어진 하나의 큰 조각보라고 하면, 각각의 조각이 작을수록 지루하지 않은 멋과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도쿄에 묻었던 나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그곳에서 내가 취(趣)한 아주 작은 조각보들을 함께 선보이려 한다. 그것을 통해 나와 당신에게 모두 익숙한 도쿄가 조금이라도 낯설게 다가온다면 좋겠다. 게다가 당신의 조각보에 더할 하나의 작은 조각이라도 발견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그러길 바라보며 지금부터 고현정과 고고씽!

 

 

 

img_book_bot.jpg

현정의 곁고현정 저 | 꿈의지도
이 책은 고현정이 여행가로서 쓴 두 번째 책이다. ‘여자가 행복해지는(女幸) 여행’이라는 뜻을 담아 시작한 ‘여행, 여행’ 프로젝트의 두 번째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어온 도쿄가 도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도쿄는 아름다움을 친애하는 사람들이 살기에 가장 좋은 도시라는 것, 그리고 고현정이 훌륭한 인터뷰어라는 것이다.



[추천 기사]

- 한 젊은 지휘자의 수업 시대
- K-POP으로 보는 대중문화 트렌드
- 받아들이는 힘을 세상을 새롭게 그려 낸다
- 막스 셸러에서 들뢰즈까지
- 대한민국 대표 리더 34인의 책과 인생 이야기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현정의 곁

<고현정> 저14,400원(10% + 5%)

이 책은 고현정이 여행가로서 쓴 두 번째 책이다. ‘여자가 행복해지는(女幸) 여행’이라는 뜻을 담아 시작한 ‘여행, 여행’ 프로젝트의 두 번째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어온 도쿄가 도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도쿄는 아름다움을 친애하는 사람들이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AI, 전혀 다른 세상의 시작일까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 사피엔스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허구'를 꼽은 저자의 관점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정보란 진실의 문제라기보다 연결과 관련 있다고 보는 그는 생성형 AI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보 기술이 초래할 영향을 분석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더욱 넓혀 줄 이야기

등단 후 1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중 가장 독보적인 작품을 뽑아 선보이는 김승옥문학상. 2024년에는 조경란 작가의 「그들」을 포함한 총 일곱 편의 작품을 실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

주목받는 수익형 콘텐츠의 비밀

소셜 마케팅 전문가 게리 바이너척의 최신작. SNS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 소셜 플랫폼의 진화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6단계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팔로워 수가 적어도 당신의 콘텐츠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