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연인>에서 <상속자들>까지… 재미로 보는 김은숙 월드

곧 방송될 <태양의 후예>에 한껏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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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드라마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등장할까? 김은숙 작가 특유의 톡톡 튀는 대사와 로맨스를 볼 수 있을까? 사전에 김은숙 작가가 기존에 집필한 작품들에 대해 가볍게 살펴보자.

2016년 2월 방송을 예정하고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들어간 김은숙 작가의 신작, KBS2 <태양의 후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당연하다. SBS <상속자들> 이후 1년 반만에 김은숙 작가가 다시 펜을 든 작품이거니와 송중기의 제대 후 복귀작이기도 하다. 송중기, 송혜교, 진구, 김지원 등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속속들이 진용을 갖춰가고 있는 <태양의 후예>. 과연 드라마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등장할까? 김은숙 작가 특유의 톡톡 튀는 대사와 로맨스를 볼 수 있을까? 사전에 김은숙 작가가 기존에 집필한 작품들에 대해 가볍게 살펴보자.
 


Part 1. 연인 3부작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소위 연인 3부작이라고 불리는 드라마들. 주로 연인 사이의 갈등과 시련, 성장에 대한 테마를 다루는 작품들이다. 김은숙 월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스타 캐스팅이 돋보이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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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SBS


<태양의 남쪽> 이후 트렌디한 로맨틱 코미디 <파리의 연인>으로 돌아온 김은숙 작가는 평균 시청률 40.1%, 최고 시청률 51.5%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를 기록하며 공전의 히트를 거뒀다. 뜨거운 화제성과 인기로 배우들이 하고 나오는 아이템 하나하나가 세간에 오르내렸으며 명대사와 명장면들은 끊임없이 회자됐다. 박신양이 하고 나왔던 와이드 타이는 당시 수트의 유행을 바꿨으며, “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등 임팩트 강한 대사들은 아직도 드라마 속 명대사를 꼽을 때 종종 언급되곤 한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다 보니 온갖 구설수에도 오르내렸는데 특히 결말이 미리 유출되어 커다란 소요가 있었다. 모든 내용이 꿈이었다는 결말은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시도였지만 시청자들의 반발로 수정을 거친 뒤 방영되었다.


박신양은 여기서 재벌 한기주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김은숙 월드 최고의 남자 주인공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은숙 작가의 대사는 상당히 독특하고 감성적인 종류의 것이 많아 제대로 소화하지 않으면 어색하다는 평을 받기 십상인데, 박신양은 그를 가장 잘 소화한 배우 중 하나다. 김정은 역시 여자 주인공 강태영 역을 사랑스럽게 연기해 작품의 인기에 한 몫을 보탰다. 공로를 인정해, 그 해 연기 대상은 이견 없이 두 남녀 주인공 품으로 향했다.


<프라하의 연인>은 전도연과 김주혁을 주인공으로 대통령의 딸인 외교관 윤재희와 말단 형사 최상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파리의 연인> 팀이 다시 뭉쳤고 전도연ㆍ김주혁ㆍ김민준 등 핫한 스타들이 모였기에 방영 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평균 시청률 26.4%, 최고 시청률 31%를 기록하며 기대보단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짜임새가 엉성해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실제로 지지부진한 시청률로 머무르다 마지막 회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연인>의 경우 종전보다 농밀한 멜로를 보여 준 작품이다. 흔히 김은숙 작가라고 하면 가볍고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리곤 하지만 <연인>은 상대적으로 짙은 색채의 로맨스와 신파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겼다. 영화 <약속>의 원작인 이만희의 희곡 ‘돌아서서 떠나라’를 원작으로 하지만, 영화와는 많은 부분 달라져 남녀 주인공의 직업 외에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줬다. 다시 김은숙 작가의 히로인으로 돌아온 김정은과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조직 폭력배로 분한 이서진이 애절한 사랑을 그려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때가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 등을 위시한, 소위 말하는 김은숙 사단의 탄생을 알린 시기다. 후기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래식한 로맨스였지만 상상 이상의 인기와 화제를 모았으며, 드라마 작가 김은숙의 저력을 보여준 시리즈이기도 하다. 톡톡 튀는 대사와 특유의 리듬감 있는 로맨스는 작가 김은숙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으며 김 작가는 로맨스에 정통한 작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물론 마니아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클리셰와 뻔한 갈등 구조, 평면적인 인물상과 수동적 여성 캐릭터 등은 문제라고 지적받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신데렐라 로맨스는 단 한 번 <파리의 연인>에서만 등장했다는 건데, 그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거뒀다는 게 아닐까. 이후 김 작가는 두 번 더 신데렐라 로맨스를 집필하는데, 두 작품 모두 상당한 화제성을 모았지만 굉장히 다른 평가를 받았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Part 2. 우아하고 능숙하게, 그 프로페셔널 <온에어>, <시티홀>


연인 3부작 이후 김은숙 작가는 의외의 작품으로 돌아온다. 로맨스보다 직업적 성취에 집중한 드라마, <온에어> <시티홀>로 복귀한 것.


<온에어>는 SBC 방송국 내 드라마 ‘티켓 투 더 문’의 제작기를 담은 드라마다. 송윤아가 스타작가 서영은을, 김하늘이 건방지고 안하무인인 톱스타 오승아를, 이범수가 과거인 마이다스의 손이었지만 지금은 변변한 배우 하나 없는 장 엔터 사장 장기준을, 박용하가 SBC 방송국 드라마 피디 이경민을 맡아 열연했다. 네 명의 배우는 제 옷을 입은 것처럼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특히 송윤아와 김하늘은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스펙트럼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송윤아는 아이처럼 천진하면서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하고, 철없이 떼를 쓰다가도 모든 걸 걸고 작품에 뛰어드는 서영은이라는 복합적 인물을 놀랍게 연기했다. 김하늘 역시 기존의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오만하고 도도하면서도 겁이 많고 내면에 상처를 숨긴 톱스타 오승아를 그 자신처럼 그려냈다.


<온에어>에는 여러 모로 눈여겨볼 만한 흥미로운 점이 많다. 스타 작가로 등장하는 서영은은 어디로 보나 김은숙 작가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인데, 그래서인지 극중 서영은의 작품에 대해 논하는 장면에서는 놀랄 만큼 시니컬한 어조로 김 작가 본인의 단점을 꼬집는다. 다소 과장해 표현되긴 했지만 과도한 상황 설정과 지나치게 극적인 대사로 구성된 드라마는 누가 봐도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이경민의 지적에 서영은이 울상 짓는 장면은, 김 작가 본인이 자신의 작품에 쏟아지는 비판에 번민하고 숙고했음을 짐작케 한다. 그래서인지 <온에어>에서는 김 작가 특유의 톡톡 튀는 대사는 한 김 죽고 방송계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예리한 대사들이 쏟아지는데, 이런 대사들은 서늘하고 명쾌한 드라마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속된 말로 드라마 작가들이 쓸 이야기가 없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방송국 이야기라는 말이 있지만, <온에어>에는 해당되지 않는 소리다. 김 작가는 본인의 커리어가 가장 탄탄할 때 이 작품을 집필했으며, <온에어>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아 본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으니까. <온에어>는 전문직 드라마가 담아내야 할 전문직들의 고뇌와 이면, 직업정신, 독특한 근무 환경에서 발생하는 각종 에피소드까지 모두 담아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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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SBS


많은 사람들이 김은숙 작가의 최고작으로 뽑는 작품이 이 시기 연달아 방송됐다는 것은 흥미롭다. <온에어> 이후 김 작가는 10급 공무원 신미래가 시장으로 당선되는 이야기, <시티홀>로 돌아온다. 정치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도 있었거니와, 김은숙 작가가 기존에 다소 가볍고 발랄한 주제를 다뤄왔기에 과연 정치라는 묵직한 소재를 잘 다룰 수 있을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차승원과 김선아의 탁월한 연기 아래 김은숙 작가는 정치에 대한 다양한 원론과 현실, 그리고 철학을 드라마 속에 쉽고 재미있게 녹여냈다. 연인 3부작을 제외하면 가장 농밀한 멜로를 그린 작품으로도 이름이 높은데, 차승원과 김선아 모두 로맨스에는 일가견이 있는 배우라 김 작가의 대본에 시너지를 더했기 때문이다.


<시티홀>의 장점을 꼭 한 가지만 꼽으라면 당연히 대사다. 소위 말하는 유행어는 없었지만 이후 <시티홀>의 여러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았는데, 이 역시 김 작가의 기발하고 독특한 대사에 힘입은 바가 크다. ‘1억을 세는 게 빠를까, 버는 게 빠를까?’라는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해 자연스레 개인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담론으로 이어지는 조국의 연설 장면과, 합동 TV 토론회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후보들에게 신미래가 차분히 열무 한 단, 감자 1Kg의 가격을 아느냐 물으며 반론을 시작하던 장면은 아직도 종종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다. 그 외에도 조국과 신미래 사이 슬픈 멜로를 그리는 대사들 역시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처음엔 코믹하고 톡톡 튀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였던 로맨스는 이후 고난과 시련을 맞으며 애절한 멜로로 옷을 바꿔 입는데, 김 작가의 대사가 커다란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김 작가는 정치라는 묵직한 소재를 시청자들이 쉽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드라마 내 여러 장치를 심어뒀다. 무엇보다도 일상생활과 정치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하고 정치의 필요를 그려내기 위해, 밴댕이 아가씨 선발대회의 상금을 받으려 엉겁결에 정치에 뛰어들게 되는 신미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그렇다. 천재 관료도, 정치에 뼈가 굵은 정치인도 아닌 정치 문외한, 10급 공무원 신미래가 주인공이기에 시청자들은 무리 없이 드라마가 논하는 정치 철학을 수용할 수 있었다. 정치란 무엇인가 같은 원론적 질문부터 영리한 정치와 바른 정치 사이의 고뇌까지, 다양한 에피소드 속에서 시청자들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담론이 쏟아졌다. <시티홀>은 시종일관 정치란 어렵고 요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는데, 많은 시청자들은 <시티홀>을 보며 이런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을 터다.
 


Part 3. 신데렐라 로맨스의 정점 <시크릿 가든>


신데렐라 로맨스는 남자 주인공의 부와 권력, 여자 주인공과의 신분 차이 등을 그 골자로 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실제로 김은숙 작가의 아홉 작품 중 신데렐라 로맨스는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단 세 작품뿐이다. 공교롭게도 이 세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에 김 작가에겐 신데렐라 로맨스 전문이라는 딱지가 붙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크릿 가든>이 무미건조한 신데렐라 로맨스를 그리는 작품은 아니다. 동화 신데렐라에서 무색무취의 몰개성 캐릭터로 그려졌던 왕자는 자신의 지위와 계급을 명확히 알고 부와 권력을 휘두르는 데 망설임 없는 재벌 3세 김주원이 되고, 재투성이 소녀 신데렐라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스턴트우먼 길라임이 된다.


특히 남자 주인공 김주원은 어떤 신데렐라 로맨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캐릭터 중 하나다. 사회에는 계급이 존재하며 네가 서민인 것이 죄라고 떳떳하게 말하는 유일무이한 남자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캐릭터다. 길라임에게 끌리면서도 그녀다 상처를 받든 말든 아랑곳 않고 잔인한 현실을 지적하고, 너 나 좋아하냐는 물음에 나같은 남자가 너 따위 여자를 사랑하겠느냐는 말로 혀 밑 칼날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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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SBS


<시크릿 가든>의 변주는 기본적으로 이 캐릭터, 김주원에 기초한다. 여타의 남자 주인공들과 달리 김주원은 여자 주인공에게도 냉혹하고 몰인정한 면모를 드러낸다. 사랑 앞에 장벽은 없다고 외치는 기존 신데렐라 로맨스의 남자 주인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그래서 이후의 로맨스는 더욱 힘을 받는다. 전부를 포기할 만한 사랑 따위는 낭만적 공상이고, 자신 정도 되면 결혼이 일생일대의 인수 합병이라고 말하던 캐릭터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랑에 몸을 던지는 아이러니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으레 그럴 만한 사람보다 다시없을 정도로 오만한 왕자님이 변하기 시작할 때, 시청자들이 느끼는 희열과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니까. 말하자면 신데렐라 로맨스에 <꽃보다 남자> 류의 캐릭터를 잘 숙성시켜 올린 셈인데, 그보다 더 개연성 있고 개성적, 현실적이란 점에서 한층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시크릿 가든>에는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많다. 판타지 장르를 도입한 것도 그중 하나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남녀 주인공의 몸이 바뀐다는 것인데, 이런 요소는 단지 코믹한 에피소드를 위해 준비된 것은 아니다. 드라마 속 위기와 갈등을 유발하며 흥미로운 전개를 담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김주원의 변화를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준비된 장치다. 여러 번 몸이 바뀌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오해를 풀고 감정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이후 김주원이 혼수상태에 빠진 길라임과 몸을 바꾸기 위해 비구름 속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 장면은 단언컨대 사랑의 본질에 대한 가장 낭만적이고 탁월한 묘사 중 하나이며, 김주원이라는 캐릭터의 완성이기도 하다.


이후 세 번째 신데렐라 로맨스인 <상속자들>은 시청률과 화제성에 비해 상당히 안 좋은 평가를 거뒀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어느 정도 <시크릿 가든>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김 작가는 <시크릿 가든>에서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신데렐라 로맨스와 가장 효율적인 변주를 선보인 바 있는 데다, 캐릭터에 대해선 두말할 필요 없을 정도기 때문이다.


 
Part 4. 김은숙 제 2막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시크릿 가든>에서 놀라운 히트를 거둔 김은숙 작가는 장동건과 김하늘을 주인공으로 한 <신사의 품격>을 준비한다. 2000년 <이브의 모든 것> 이후 12년만에 장동건이 드라마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대중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하늘 역시 <온에어> 이후 다시 김은숙 작가와 손잡았으며, 그 외에도 여러 스타들이 합류했다. 하지만 <신사의 품격>은 기대 이하의 미미한 성과를 거뒀다. 두 사람의 로맨스 위에 등장하는 뜬금없는 출생의 비밀과 이리저리 산만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당혹케 했고, 전작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작품은 장동건 김하늘이라는 두 명의 톱 배우를 두고도 네 쌍, 총 여덟 명의 주인공 캐릭터를 등장시켜 각자의 이야기를 모두 그리려는 무리한 시도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잘 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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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 SBS


<상속자들> 역시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로맨스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김 작가는 <상속자들>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평을 받았는데, 주인공의 로맨스에 공감할 수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 점은 특히 안타깝다. 김탄의 감정은 이해 불가능할 정도로 급하게 진전되고, 왜 김탄이 차은상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명료히 설명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진다. 게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 각자의 일관성과 서사 상 개연성도 상당 부분 실종돼 간다.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효신도, 독특하고 개성적인 매력을 자랑하던 라헬도 후반부 들어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된다. 갑작스러운 전개가 이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내러티브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결국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속자들>이 반증하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신사의 품격><상속자들>은 김은숙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을 거두지 못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신사의 품격>에서 여덟 명의 주인공으로 담아내려던 다양한 메시지는 힘을 잃었고, 얼핏 다정하고 상냥해 보였던 <상속자들>의 남자 주인공 역시 갈팡질팡 헤매다 길을 잃는다. 특히 <상속자들>의 경우 많은 부분 배우들이 소모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연이나 단역에 불과한 역할에도 비중 있는 배우들이 배치됐기에 상당 부분 산만해지고 서사의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러티브가 탄탄하고 유려하지 못한 탓에, 톡톡 튀고 개성적인 대사 역시 장면 사이에서 유리되어 둥둥 떠다닐 뿐 감탄이나 공감을 자아내지 못한다. <신사의 품격><상속자들>은 안타깝지만 김 작가의 장점이 돋보이지 못했던 작품이 아닐까.
 
<태양의 후예>는 군인과 군의관인 주인공들이 한국과 파병 지역을 오가며 사랑을 나누는 내용이라 소개됐다.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과 의사들을 통해 삶의 가치를 담아낼 이 드라마는, 과연 김 작가의 ‘어떤’ 드라마가 될까. 커리어를 다시 정점으로 끌어올릴 작품? <온에어>처럼 칼칼하고 시원한 전문직 드라마?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기대할 뿐이다. 좋은 배우와 뛰어난 서사, 훌륭한 연출로 제 3의 걸작이 되기를. 곧 방송될 <태양의 후예>에 한껏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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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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