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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김경란, 연극 <시유어겐>으로 첫 연기 도전

연극 <시유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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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였다면 무척 두려웠을 것 같아요. 그 시선이 두렵고 힘드니까. 내 안에 있는 열정, 하고 싶었던 소망을 실현하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한 달 연습하고 이 무대에서 수려하게 연기를 잘 해낸다는 건 저의 오만이죠. 함께 무대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 기쁘고, 공연 때마다 소중한 걸 배워나가는 정말 귀한 시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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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시유어겐>을 보기 위해 홍대 앞 스텀프(THE STUMP)라는 극장을 찾았습니다. 지난 2000년 겨울 첫 선을 보인 연극 <시유어겐>은 대학로에서 올해 서교동 모퉁이로 포장마차를 옮겼는데요. 전직 판사 출신이 운영하는 이 포장마차는 58년 개띠 아줌마, 만년고시생, 지하철 세일즈맨, 야구캐스터, 톨게이트 아가씨, 그리고 포장마차 일을 돕는 중학생 시유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시 쉬어가는 곳입니다. 주황색 천막을 배경으로 지글지글 음식을 익히고 후루룩 우동 면발을 빨아들이는 소리와 그것들이 풍겨내는 냄새가 공연장을 가득 채우다 보니 관객들도 마치 포장마차에 앉아있는 기분인데요. 서교동 어딘가에 정말 이런 포장마차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나저나 클럽 공연도 아니고 연극을 보러 홍대 앞에 오는 일은 참 드문데요. 오늘 인터뷰이는 연극 무대에서는 더욱 낯선 인물이 아닐까 합니다. <시유어겐>의 야구캐스터 전미진 역으로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 프리랜스 아나운서 김경란 씨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무대에 서고 싶다는 말을 하고 다녔거든요. 아나운서가 되지 않았다면 연극무대에서 청소라도 하고 있지 않았을까. 무대에 서 있는 배우들의 집중력과 몰입도가 정말 근사해 보였어요. 죽기 전에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우연히 기회가 왔어요. 이번 작품에 최불암 선생님이 예술감독을 맡으셨는데, 선생님과는 프로그램도 같이 하고 인연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제안을 받게 됐어요. 굉장히 작은 배역이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웬걸요, 퇴장이 없는 거예요. 어떻게 하다 보니 첫공을 했고, 지금까지 오고 있네요.”

 

수많은 분을 인터뷰해온 김경란 씨에게 질문을 하려니 기자도 어색하네요(웃음). 그래도 맡은 역할이 캐스터라서 익숙하죠?


“바꿀까요? 저는 인터뷰하는 게 더 편합니다(웃음). 정작 야구캐스터를 해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고 알리는 것은 늘 해왔던 일이라 극중 그런 부분은 그나마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미진은 굉장히 보이시한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저는 좀 허술해요. 약간 털털한 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남성적이지는 않아서 그런 것도 연구해야 할 부분이었어요. 말투도 그냥 문장으로 읽었을 때와 실제 입으로 내뱉을 때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미진은 ‘이렇게 해봐! 그 사람 빨리 잊어 버려! 그 사람은 아니야!’ 계속 이렇게 얘기하는데, 저는 평소에 ‘이러는 게 좋지 않을까? 이렇게 하는 게 어때?’ 식으로 말하니까 단정적인 어투로 말하는 것도 정말 어려웠어요.”

 

워낙 생방송을 많이 했지만, 연극 무대는 또 다르죠?


“완전히 다르죠. 방송에서는 애드리브가 즉흥적인 순발력에 의해 이뤄지지만, 연극은 철저한 약속으로 이뤄져요. 철저한 약속 안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 연극이 왜 예술인지 알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방송은 마이크를 이용하니까 발음과 음성에 주안점을 뒀다면 무대는 성량이 중요해서 그것 때문에 고생도 하고 지금도 배워나가는 중이에요. 첫날, ‘5분 남았습니다!’ 하는데, 제가 마이크를 찾고 있더라고요.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 그런데 저한테는 필수품인 마이크와 대본 없이 무대에 선다는 게 엄청난 도전이었거든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15년 동안 해왔던 것을 벗어던지고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에 쾌감 같은 게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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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극무대도 프로의 세계인만큼 반응이 걱정은 되실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출신 몇몇 분이 연기에 도전해서 좋은 평은 못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였다면 무척 두려웠을 것 같아요. 그 시선이 두렵고 힘드니까. 내 안에 있는 열정, 하고 싶었던 소망을 실현하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한 달 연습하고 이 무대에서 수려하게 연기를 잘 해낸다는 건 저의 오만이죠. 함께 무대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 기쁘고, 공연 때마다 소중한 걸 배워나가는 정말 귀한 시간이거든요. 다만 이렇게 애쓰는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제 몫은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뻔뻔한 걸까요(웃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좀 다채롭죠? 국내에서는 아나운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최근에는 김경란 씨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들이 있더라고요.


“모 프로그램을 통해 욕을 많이 먹었죠. 처음에는 무척 충격적이었어요. 한 번도 악성댓글로 아파본 적이 없는 온실 속의 삶을 살았거든요. 그런데 모두 관점의 차이이고, 내가 뒤돌아봤을 때 양심에 거리끼는 모습으로는 살지 말자, 스스로 떳떳하게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 각오하고 결정한 것이고, 그것에 너무 매몰되고 휘둘리면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아나운서로서의 이미지는 무척 강한 것 같아요. 그래도 ‘내가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살았구나’ 싶고, 정말 감사하죠. 제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저와 함께 했던 선후배들에게 누를 끼쳐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 제가 펼칠 수 있는 영역들은 과감히 도전하고 싶어요.”

 

이번 도전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나운서실에서도 오신다고 하는데, 제가 아직 접근을 금지시키고 있어요(웃음). 빨리 적응을 하고 안정이 돼야 지인들도 모실 수 있지 않을까.”
 

포장마차는 좋아하세요? 이런 포장마차가 정말 있을까 싶은데요.


“포장마차를 많이 다닐 기회는 없었는데, KBS 앞에 포장마차가 있어서 회식 마무리로 선배들 따라 우동 국물 먹고 그랬던 기억은 있어요. 어떻게 보면 시대를 거슬러 한결같이 사랑받는 게 포장마차가 아닐까.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인 것 같아요. 이 작품 하면서 저도 이런 포장마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느 동네 구석에 주민들이 모이는 사랑채 같은 곳? 얼마나 좋아요.”

 

극중 ‘나는 무슨 재미로 사나?’라는 대사가 있는데, 아무래도 방송은 화려한 면이 있잖아요. 특히나 오랫동안 주목받는 삶을 살아오셨는데, 이런 생각도 해본 적 있나요?


“물론이죠. 누구나 근본적인 외로움이나 허무함은 순간순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나오는 8명의 캐릭터들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삶 속에서 고독과 희로애락, 아픔을 다 느끼죠.  그러다 보니까 이들이 처음에는 혼자였다 서로 만나고, 그렇게 변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랑이라는 메시지가 있지 않나 생각해요.”

 

김경란 씨 앞에 붙는 여러 타이틀 중에 앞으로 연기자도 더해질까요?


“드라마는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연극 무대는 마음 같아서는 또 하고 싶어요. 그때는 원캐스팅으로 한번 푹 젖어보고 싶어요. 이 무대라는 게 너무 두려운데 정말 행복해요. 멋도 모르고 덤비니까 하는 거겠죠. 알았으면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상황이 허락되고 저를 불러만 주신다면 또 해보고 싶어요. 제가 노력하고 더 많이 배우고 애쓰면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참 좋겠어요. 저를 끼어줬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러고 보니 <시유어겐>이 ‘時遊, again’이네요.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 하지만 아주 가끔 찾아오는 작지만 특별한 날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도 다시 일어나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힘든 하루의 끝에 잠시잠깐 포장마차에 들르듯이 말이죠. 연극이 끝나면 관객들에게 무대 위 어묵을 나눠주는, 음식냄새와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연극 <시유어겐>은 10월 31일까지 홍대 앞 스텀프에서 공연됩니다. 연극무대에 서고 싶었던 김경란 씨의 소망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그리고 다음 작품에서도 ‘See you again’ 할 수 있을지 직접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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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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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제: 다시 그 시간 속에 머무를 수 있다면,,,
    • 장르: 연극
    • 장소: 홍대 THE STUMP
    • 등급: 만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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