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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사랑하지만, 분노 조절이 힘들어요

그래도 분노 조절이 힘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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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아무리 엄마 스스로의 감정을 인지하고 수시로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해도 막상 아이와 관련된 일이 닥치면 쉽게 감정의 홍수에 빠진다.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남의 아이와 관련된 것은 객관적으로 파악도 하고 조언도 하지만 내 아이 문제에는 감정이 격해지고 실수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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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적응 때문에 화를 주체 못 하는 엄마


재원이 엄마는 출산 후 3년 동안 재원이를 잘 키우기 위해 지극 정성을 다했다. 세 돌까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혼자서 육아를 담당했고, 주변 엄마들은 그의 모습에 존경심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원이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아침마다 등원을 거부하자 덜컥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들 그런다기에 기다려보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조바심이 나서 견디기 힘든 정도였다. 그것이 촉매가 되었는지 그동안 억압해왔던 불안감이 솟아올라 조절하기 어려웠다. 재원이가 아침마다 떼쓰면서 등원을 거부하면 처음엔 어르고 달래다가도 갑자기 화를 주체할 수 없어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정신을 차린 뒤에는 죄책감에 울곤 했다.


재원이 엄마는 왜 화가 났을까? 어린이집에 적응하지 못하는 재원이 때문에 화가 났을까? 사실 재원이 엄마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녀의 억압된 감정 때문이다.


어린 시절 억압된 감정이 분노를 일으키다


재원이 엄마의 부모는 그녀의 오빠가 의과 대학에 가기를 바랐다. 공부 못하면 평생 몸으로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심리적 압박 때문인지 그녀의 오빠는 고등학생이 되어 소위 문제아로 변해갔다. 오빠 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아 늘 마음을 졸였고 부모님 눈치를 보면서도 피해보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생각에 화가 나곤 했다. 하지만 이런 집안 분위기에서 자신이 불만을 표현한다는 건 스스로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억압된 재원이 엄마의 심리적 갈등과 그로 인한 불안은 꽤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그리고 결국 재원이의 어린이집 적응 실패를 촉매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부모가 자기 오빠에게 하듯이 재원이를 키우지는 않겠다고 결심했었지만 어린이집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친정 오빠에 대한 억압된 감정이 재원이에게 표출되고 말았다. 그녀는 상담을 통해 분노의 원인을 스스로 깨닫고 나서 조금씩 억압된 감정을 이해하고 해소하면서 재원이에 대한 분노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재원이 엄마가 마음을 잡고 전보다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태도를 취하니 재원이도 점점 적응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억압할수록 분노는 활개친다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럼 엄마는 화를 참다가 화병이 나도 괜찮다는 말인가? 아이를 키우며 화 한 번 안 낸 엄마가 과연 있을까? 분노를 포함한 모든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기에 그것 자체를 탓하면 안 된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반복할 때에 화를 내고 소리 지르는 부모도 있고 바로 손이 올라가는 부모도 있다. 두 경우 모두 분노의 감정은 비슷하지만 그 감정의 정도는 다르다. 그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감정이 억압된 정도의 차이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감정은 그때그때 적절히 표출하지 못하면 쌓인다. 평소 남편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하는 우려 때문에 제대로 표현 한 번 못 하다가 그 불만을 자기도 모르게 자식에게 짜증으로 표출하는 엄마들 많다. 그리고 그날 밤 바로 자책하고 무기력감에 빠지고 다음 날 또 반복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분노의 감정이 일어날 때에는 분노의 근원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평소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던 자신의 억압된 감정 때문에 엉뚱하게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감정, 생각, 행동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지만 시작은 감정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관찰하는 것이 분노 관리의 핵심이다. 감정을 관찰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 속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제3자 입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자기 감정에 대해 확신이 없는 엄마


거울신경 세포는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대학교 지아코모 리촐라티 연구팀에 의해 처음 발견된 신경 세포로, 이것은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데에 작용하는 세포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에 작용하는 뉴런은 다른 사람의 그 행동만 봐도 똑같이 반응해서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감 능력과 관련이 있다. 많은 엄마들은 아이가 다친 것만 봐도 마음이 아픈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릴 적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은 엄마는 거울신경 세포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아, 아이의 표정과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자기가 한 반응이 적절한 것인지 확신도 없어 더욱 혼란스러워 한다. 아기였을 때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보고 웃어주거나 달래주지 않은 적절한 반응을 경험하지 못해 자기 감정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감정을 인식하는 것도 안 되고 표현하는 것도 어려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도 확신이 없게 된다. 결국 오해하고 분노하게 된다. 한 예로, 어떤 상황에서 아이가 울면 ‘얘가 대체 왜 울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나 보고 어쩌라고?’ 등의 생각을 하며 당황해 그때마다 다른 엄마들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이 감정이 아닌 엄마 감정 제대로 알기


그렇다면 나의 어릴 적 애착 형성 여부와 상관없이, 당장 내 아이의 감정을 읽는 데에 도무지 자신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때엔 엄마 자신의 초감정을 알려고 노력하면 된다. 초감정은 1996년 가족치료 전문가 존 가트맨이 정의 내린 개념으로 ‘감정을 해석하는 감정, 감정에 대한 감정, 감정에 대한 생각과 태도’ 등을 의미한다. 아이가 우는 건 슬프거나 불편하거나 등의 아이 감정인데, 그걸 보고 있으면 엄마는 짜증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아이에 대한 엄마의 반응은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감정이기 때문에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주기 위해선 먼저 엄마 자신의 초감정을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엄마 자신이 아이에게 하는 감정 표현 중에서 자주 하는 표현, 또는 전혀 하지 않는 표현이 무엇인지 아는 게 도움이 된다. 엄마의 초감정을 알면 ‘아 내가 이럴 때 아이에게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이래서 내가 화를 내는구나, 아이의 감정이 아닌 내 감정 때문에 이러는구나’를 알게 된다. 알고 나면 아이의 감정에 반응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미해결된 감정이 분노를 일으킨다


이러한 초감정은 대부분 성장기 동안 미해결된 감정에서 비롯된다. 어릴 때 해결되지 못한 감정은 초감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자신의 미해결된 감정이 떠오를수록 괴로우므로 무의식적으로 덮어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덮는다고 덮어질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짜증을 낼 때 감정을 억압한 엄마는 ‘너가 뭔데 나한테 짜증을 내?’라는 식으로 자기 감정으로 아이의 행동을 보게 된다. 이렇게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닌 엄마 자신이 느끼는 감정으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에겐 상처가 될 뿐이다.


미해결된 감정을 해결하려면 어린 시절 자신의 엄마가 어떻게 대했을 때에 언제 화를 냈고,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반대로 내가 화낼 때 엄마의 반응은 어땠는지 떠올려봐야 한다. 만약 자신이 어릴 적 울고 있었을 때에 엄마가 야단쳤다면 내 아이가 우는 건 다 받아줘야 할 것 같고, 못 받아주면 미안한 마음이 매우 클 수 있다. 그와는 반대로 내 아이가 우는 꼴을 조금도 견디지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다. 이처럼 초감정을 의식하지 못하면 자신의 감정을 아이의 감정으로 왜곡하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에서 멀어진다.


엄마도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다


엄마로 살다보면 매일 떼쓰는 아이, 날 무시하는 것 같은 남편, 이웃집 엄마와의 자존심 싸움 등 다양한 감정의 홍수를 경험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열등감, 분노, 불안, 수치심 등의 감정을 느낀다. 감정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보통 10점 만점에 5점 정도의 분노를 느낀다면 별일 아닌데, 7~8정도의 분노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남들보다 감정의 홍수에 빠지기 쉽다. 반대로 분노를 2로 낮게 느끼는 사람은 감정의 홍수에는 잘 빠지지 않을지는 몰라도 자기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에도 무관심할 수 있다.


엄마가 되고 느끼는 모든 감정을 적어보자


어떤 심각한 감정이라도 일단 발견하면 벗어날 수 있는 게 ‘감정’이다. 때문에 자기 감정을 느끼고 관찰함으로써 평소에 자주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지 않고 살아간다. 이제부터라도 스마트폰 메모장에 오늘 느꼈던 감정들을 쭈욱 써보자. 하루 동안 느낀 감정이 몇 개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의외로 감정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감정의 종류를 인지했다면 그 정도를 평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엄마로 살다가 어느 순간 분노의 감정을 느꼈다면, 그 상황에서 느낄 만한 분노인가 하는 것을 파악해보고 만약 그 정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면 그 원인을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그 느낌을 충분히 느끼고 어떠한 형태로든 표출하면 된다. 엄마 스스로 억압된 감정을 외면하고 아이 문제라고만 치부하는 것은 그만큼 엄마의 감정이 괴로워 ‘회피’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자신의 감정이 위로받고 공감받고 싶다는 신호인 것이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로 키우려면 엄마 스스로를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건강해져야 한다.


그래도 분노 조절이 힘들다면


하지만 제아무리 엄마 스스로의 감정을 인지하고 수시로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해도 막상 아이와 관련된 일이 닥치면 쉽게 감정의 홍수에 빠진다.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남의 아이와 관련된 것은 객관적으로 파악도 하고 조언도 하지만 내 아이 문제에는 감정이 격해지고 실수도 하게 된다.


만약 우리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내 감정을 인지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감정의 홍수에 빠져 있다면 ‘마인드 쉬프트’를 이용해보자. ‘지금 저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길어야 10초면 충분하다. 내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내 아이라는 심리적 부담감만 덜어도 보다 빨리 내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야 객관적인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다. 아이가 원하는 것도 잘 파악이 되고 엄마 생각도 아이에게 잘 전달되어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의 행동도 금방 멈추기까지 한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말한 인간의 정신건강 지표는 크게 두 가지인데, 그것은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엄마란 내 아이를 사랑하는 행위 자체가 동시에 일이 된다. 나에게 주어진 분명한 일이 있고, 더구나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그 사람을 위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이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매 순간 행복하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란 걸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안다. 그 이유는 일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과 사랑을 동시에 하고 있지만 때로는 이 두 가지를 정확하게 구분해야만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둘 다 잘 할 수 있다.


한 예로, 아이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떼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때에 엄마는 몸과 마음이 참 힘들다. 엄마가 24시간 무한한 사랑으로 아이를 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럴 때 증오와 분노가 일어나기 쉽다. 그때가 바로 육아로부터 사랑과 일을 구분할 때이다.


내 아이 때문에 분노 조절이 되지 않을 정도일 때에는 억지로 내 아이를 사랑하려는 노력을 잠시 멈추어도 된다. 내 앞에 있는 아이에 대한 사랑은 잠시 멈추더라도 그 아이를 돌보는 일은 계속 할 수 있는 것이다. 잠시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빨리 사랑의 마음으로 되돌아오는 최고의 방법이다.

 

* 이 글은 『엄마만 느끼는 육아 감정』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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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정우열 저 | 팬덤북스
저자는 엄마들이 힘들어 하는 고민을 사례로 제시해, 그 감정에 대해 심리적으로 알려주면서 충분히 인지하게 하고, 왜 육아하면서 그런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지 분석하고, 그 감정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간단한 솔루션을 제공해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조금 유연해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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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우열

‘육아빠’라는 닉네임으로 엄마들 사이에 잘 알려진 파워블로거. 한양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했고, 육아 전문지 <베스트베이비>, <베이비뉴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현대-신세계-롯데백화점 문화센터 및 육아지원센터 강사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부부가족치료연구회 회원, 한국강사협회 정회원이기도 하다. 저자는 주 양육자가 되어 엄마로서의 삶을 살면서, 엄마로 사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다. 엄마로 살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난 뒤, 엄마들이 유독 힘들어하는 감정에 집중하면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동안 엄마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감정, 억압했던 감정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육아하는 엄마의 삶이 좀 더 행복해지고 수월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육아를 부탁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굿모닝 대한민국>, KBS <아침마당>, KBS <엄마의 탄생>, KBS , SBS <좋은 아침>, SBS <생활의 달인-육아의 달인>, SBS <오! 마이 베이비>, SBS <모닝와이드>, MBC <컬투의 베란다쇼>, MBC <굿모닝 FM 전현무입니다> 등에 출연했다. 최근엔 SBS <한밤의 TV 연예>,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JTBC <속사정 쌀롱> 등에 출연해 엄마 심리뿐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재미있는 심리 분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에서 활동했으며, 저서로는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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