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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과 의사 앞에서는 떨지 말자

2) 모래시계 - 세월은 거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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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사진을 꺼내보며 되돌아 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세월을 되돌릴 수 없지만, 우리 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망설이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나이를 먹고 있다. 망설임을 접고 쇳덩이에 손을 대는 순간부터가 시작이다. 바벨 앞에서 떨지언정, 세월과 의사 선생님 앞에서는 떨지 말자. 세월은 충분히 거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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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모래가 다 떨어지면 끝나는 게 꼭 우리 사는 거 같으다.
제 아무리 대단한 것도 끝이 있는 법이다.


- 드라마‘모래시계’(1995) 대사 중에서

 

살면서 뭔가 망설여지는 순간이 많아진다. 내게 보여주던 그 웃음과 작은 배려들이 생애 두 번째 찾아온 운명 같은 사랑임을 깨달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문득 내가 남의 인생 속에 우두커니 서 있음을 발견했을 때, 속절없이 오른 아파트 전세가가 매매가와 별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을 때, 우리는 망설이게 된다.

 

사소하게는 깜빡이는 신호등 불빛을 보고 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그조차 포기하고 익숙한 듯 다음 신호를 기다리자고 타협할 때가 많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한 문장이 가슴을 때린다.

 

나...... 떨고 있냐.....?

 

'고통스럽게 오래 사는'시대에 살고 있다


누군가 말했다. 우리는 살아간다기보다 어쩌면 죽어가고 있다고. 그렇다. 우리 몸은 무한하지 않다. 자고로 역사 속에 얼마나 많은 위대한 군왕들과 현자들이 무한한 육체를 거머쥐기 위해 고심하였고, 종교적 철학적 성찰을 통해 무한에 가까워지기 위해 니르바나Nirvana(열반)를 갈구하지 않았던가.

 

일세를 육체로 풍미하던 수많은 초인들도 늙어갔고 또 죽었다. 젊은 시절 수 십 마리 황소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던 故 최영의 선생이 그러했고, 사각링의 불사신 프로레슬러 철인 루 테즈도 그러하였다. 유한한 우리 육체에서 늙음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일까?

 

수많은 철학적 사유를 떠나서 우리는 동물이고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움직임이 곧 삶이다. 그러지 못할 때 삶 전체를 고민하게 된다. 평소 운동은커녕 거실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어 잘 움직이지 않다가 허리라도 삐끗하면 불편함을 넘어 불안하다. 무엇보다 그것이 내 의지인지, 외부의 영향으로 생긴 기능 이상인지에 따라 생기는 심리적 압박은 천지차이이다.

 

시대는 바뀌었다. 우리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다행히 움직이지 않아 생긴 각종 질병이나 기능 이상을 치료하는 의료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평균 수명도 불과 몇 백 년 전에 비해 훨씬 더 늘어났다. 생명 연장의 꿈은 언뜻‘우리가 좋은 시대에 살고 있구나’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과거 40,50대에 생기는 이른바 움직이지 않아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들을 현재 십대와 이십대가 겪고 있음을 생각해보라. 우리는‘고통스럽게 오래 사는’시대에 살고 있는 것뿐이다. 움직여야 할 필요성이 없어진 지금 오히려 우리 몸은 빨리 늙어 간다.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조화 속에서 그저 삐걱삐걱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결국 의지 문제

 

인간은 학습하는 존재이며, 문제점이 생기면 해결책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동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렇게 망가지는 육체를 방치하고 있을까? 물론 노력하고자 하는 분들도 많다. 다만 들이는 노력에 비해 이상이 너무 높다.‘3개월론’같은 속설에 의존하면 더욱 그렇다. 3개월의 운동으로 3년 운동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3개월이면 우리 몸은‘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구나’라고 겨우 인지할 정도이다. 괄목상대할만한 변화를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3개월간 자신의 몸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데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미약하나마 변화된 몸에 자신감을 갖는 모습은 운동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많은 경우 그 이상, 좀 더 강한 생명체로서 스스로 진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찾기란 힘들다. 불과 몇 개월 전, 숨만 쉬던 몸과 비교해 약간의 향상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대부분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한다. 시간, 여유, 돈, 등등 이유는 많지만 글쎄….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결국 의지 문제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개선의 의지는  스스로 선택하고 그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 상황을 모른다고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필자 역시 처음부터 운동을 했던 사람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사무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붙였다 하면 기본 반나절은 꿈쩍도 안하고 컴퓨터를 붙잡고 일하던 개발자였다. 출퇴근 시간도 모호하고 야근은 365일 중 300일이었다.

 

툭 하면 밤샘했고, 몇 주째 집에 못가본 적도 많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정기 검진에서 여기저기 망가진 곳이 쏟아져 나와도 바쁘다는 이유로 몸을 외면하면서 일을 했다. 그것이 미덕이라 착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자신과 행복을 위해서이다. 결코 회사와 일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우리를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더라도 우리는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야 하고 지켜내야 한다. 그 누구도 내 건강을 책임지지 않는다.

 

일단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슴둘레보다 허리둘레 수치가 더 많이 나오면 지체하지 말고 움직이자.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숨을 곳도 없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그 상태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당장 운동을 시작하자. 여기서 목표를 소박하게 잡는 실수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여차하면 중도에 그만두겠다는 핑계거리나 다름없다. 건강을 잃었을 때 고생할 가족들을 생각하거나, 사랑하는 가족들과 좀 더 좋은 시간을 갖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자.

 

일을 사랑한다면 이 좋은 일을 더 오랫동안 두고두고 즐기기 위해서 운동한다고 생각하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면 더 오랫동안 즐겁게 놀기 위해 운동한다고 생각하자. 목적을 위해 자신을 고갈시킨다면 당신이 진짜 추구하는 가치를 누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뿐이다. 그것을 오랫동안 지속시켜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것이야 말로 가장 확실한 투자이다.

 

10년 전 사진을 꺼내보며 되돌아 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세월을 되돌릴 수 없지만, 우리 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망설이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나이를 먹고 있다. 망설임을 접고 쇳덩이에 손을 대는 순간부터가 시작이다. 바벨 앞에서 떨지언정, 세월과 의사 선생님 앞에서는 떨지 말자. 세월은 충분히 거스를 수 있다.

 

본 칼럼을 쓰면서 필자가 들었던 앨범 리스트입니다.

 

The Eagles - Desperado 1973
Billy Joel - 52nd Street  1978
Sarah McLachlan - Afterglow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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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형님들의 진짜 운동 최영민 저 | 한문화
S라인, 식스팩 등 몸매 가꾸기 수단으로 전락한 헬스클럽 운동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며 거침없이 강펀치와 돌직구를 날렸던 《불량헬스》의 저자 최영민이 《강한 형님들의 진짜운동》에서 40대 남자들을 위한 진짜 운동을 말한다. 건강하고 멋진 몸에 대한 열망은 높지만 나이를 핑계로 한발 뒤로 물러서는 사십대 남자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불혹과 유혹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십대 형제들을 강하게 일으켜줄 비밀병기 같은 운동, 심플하지만 강력하게 강인하고 오래가는 몸을 만들어줄 진짜 운동을 경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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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영민

운동칼럼니스트와 기능성 운동 전문 트레이너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 국가대표 선수가 선수 출신 지도자가 아닌 저자에게 코칭을 받는 걸 보면 그의 운동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2012년부터 블로그나 각종 매체에 건강과 운동에 관련된 칼럼을 기고했고, 그 인연으로 몇 권의 책을 냈다. 여전히 호기심 많은 40대로, 최근에는 오리엔탈 피트니스의 세계에 눈을 떠가고 있는 중이다. 지은 책으로 《불량헬스》《강한 것이 아름답다(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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