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2014년에 떠나야 할 최고의 기차 여행

몬테네그로에서 미얀마까지, 에리트레아에서 웨일스의 깊고 푸른 언덕까지. 세계에서 가장 근사한 기차 여행지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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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철도 구간을 따라 기차는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와 가파른 산을 거침없이 뚫고 달린다. 나무 하나 없는 하르당에르비다(Hardangervidda) 고원지대부터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협곡 중 하나인 에울란피오르(Aurlandsfjord)까지 내려가는 것.

플롬스바나

 플롬스바나 열차가 플롬스 계곡을 따라 뮈르달로 향하고 있다. 이 철도는 1940년에 완공했다.

 

 

1. FLAMSBANA RAILWAY
플롬스바나 철도

 

루트 : 노르웨이 뮈르달(Myrdal)에서 플롬까지
거리 : 20km
눈에 띄는 승객 : 노르웨이 농부
식당칸 정보 : 없음
최고의 좌석 : 양쪽 좌석 모두 플롬스 계곡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음


지도 상에선 플롬스바나 철도가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불과 20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최고 시속 40킬로미터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면 철도의 위상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짧은 철도 구간을 따라 기차는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와 가파른 산을 거침없이 뚫고 달린다. 나무 하나 없는 하르당에르비다(Hardangervidda) 고원지대부터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협곡 중 하나인 에울란피오르(Aurlandsfjord)까지 내려가는 것. 이 과정에서 열차는 고막을 터뜨릴 듯 900미터 가까이 하강하는데, 이 때문에 플롬스바나를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표준궤 철도’라 부른다. 다행스럽게도 열차는 특수한 고성능 브레이크 장치를 갖추고 있다. 플롬(Flam) 마을의 기차역 옆에 자리한 작은 박물관도 빼놓지 말고 들러보자. 철도의 건설 과정을 연대순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산허리에 20개 터널을 뚫는 과정도 볼 수 있다.

 

추가 정보


+플롬스바나 철도는 1년 내내 운행한다(왕복 400노르웨이크로네 약 6만 7,000원),visitflam.com). 오슬로(Oslo)-베르겐(Bergen) 구간 열차를 타고 뮈르달에 갈 수 있다. 양방향 모두 일반 열차로 운행한다.

 

 

타우르스

아다나 근처에 있는 바르다 고가교.

타우루스 특급열차는 원래 시리아와 이라크로도 연결됐으나 현재 그 구간은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2. ROUTE OF THE TAURUS EXPRESS
타우루스 특급열차 루트


루트 : 터키 코냐부터 아다나까지
거리 : 700km
눈에 띄는 승객 : 대니얼 크레이그, 에르퀼 푸아로
식당칸 정보 : 거대한 터키 스타일 토스트 샌드위치 구비
최고의 좌석 : 지붕(제임스 본드처럼) 믿거나 말거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이야기는 제목에 등장하는 최고급 열차 오리엔트 특급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보다 덜 유명한 열차 타우루스 특급이 그 무대다. 타우루스 특급열차는 깜박 잠이 든 탐정 에르퀼 푸아로(Hercule Poirot)를 아나톨리아(Anatolia)에서 이스탄불까지 실어 나른다. 푸아로가 지나갔던 여정 중 일부 구간은 여전히 운행 중. 수도승의 빙빙 도는 의식으로 유명한 도시 코냐(Konya)에서 남행 열차를 타면 타우루스 산맥의 거대한 협곡과 눈 덮인 봉우리를 지난다. 소설 속 예리한 벨기에 인 탐정도 감탄을 금치 못한 풍경이 창밖으로 펼쳐지고, 경작지와 오스만제국 시대 모스크의 첨탑, 노란색 경찰서가 있는 산간마을이 나온다. 여정에서 단연 압권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바르다 고가교(Varda Viaduct). 〈007 스카이폴〉의 도입부에서 제임스 본드가 떨어진 바로 그 다리다. 다리를 지난 열차는 지중해 근처에 자리한 도시 아다나(Adana)에 와서 서서히 멈춘다.


추가 정보


코냐에서 아다나까지 가는 여정은 6시간 30분 걸린다(1등석 17.5터키리라부터(약 8,600원), tcdd.gov.tr). 2015년, 터키 철도 현대화의 일환으로 코냐에서 이스탄불을 연결하는 새 고속철도를 개통한다. seat61.com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에리트레아

에리트레아 철도는 1970년대 전쟁 중 일부 파괴됐으나, 10년 전 복구를 마치고 지금은 정상 운영하고 있다.

 

 

3.ERITREAN RAILWAY
에리트레아 철도

 

루트 : 에리트레아 마사와에서 아스마라까지
거리 : 124km
눈에 띄는 승객 : 무솔리니가 에티오피아를 침략하려고 보낸 이탈리아 군대
식당칸 정보 : 객차에 식당칸은 없지만, 정차역에서 인제라(injera, 아프리카 전통 빵)를 꼭 맛볼 것
최고의 좌석 : 왼편 좌석에서 최고의 산 전망을 감상할 수 있음


많은 이가 열차 여행의 성배처럼 생각하는 에리트레아 철도. 아직은 이용객이 적지만 지금도 증기기관을 사용하는 몇 안 남은 철도 중 하나다. 100년 전 이탈리아 식민지 개척민이 철로를 연결한 이후 거의 변한 게 없는 이 철도는 반드시 경험해볼 만하다. 고귀한 탱크 기관차가 증기를 내뿜으며 홍해의 부두에서 에리트레아의 수도 아스마라(Asmara)까지 이어지는 127킬로미터를 칙칙폭폭 달린다. 열차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진흙 벽돌 마을, 목동이 가축 떼를 모는 목초지 그리고 열차 기적 소리가 웅장하게 메아리치는 산을 지난다. 스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지날 때마다 객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수직에 가까운 구간이 연이어 나타난다. 종착역은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인 아스마라. 이곳엔 피자 가게, 커피숍, 아르데코풍 건축물 등 이탈리아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추가 정보


 

열차 이용객은 전세 증기기관차를 타고 여행하는 건 물론, 빈티지 피아트 리토리나 객차(Fiat Littorina railcar)에도 올라볼 수 있다. 이 기묘한 객차는 마치 철로에 얹어놓은 버스처럼 생겼다. 개별 여행자는 일요일에 열차에 탑승할 수 있다.

 

 

마샬티토

마샬 티토는 종종 자신의 기차 안에서 공식 회의를 열었고, 기차를 타고 파리처럼 먼 거리를 여행하기도 했다

 


4.MARSHAL TITO’S BLUE TRAIN
마샬 티토의 블루 트레인

 

루트 :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몬테네그로의 바르까지
거리 : 476km
눈에 띄는 승객 : 네루(인도의 정치가), 하일레 셀라시에(에티오피아 마지막 황제), 무아마르 카다피(리비아의 독재자)
식당칸 정보 : 발칸 와인을 곁들인 4코스 디너 제공
최고의 좌석 : 오른편 좌석에 앉으면 포드고리차(Podgorica)에 들어설 때 모라차 (Moracˇa) 계곡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음


자존심 강한 독재자가 일단 적을 해치우고,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도시에 새 이름을 지은 다음에 어김 없이 하는 일은 바로 전용 열차를 만드는 것이다. 스탈린부터 김정일까지 여러 독재자가 자신의 전용 열차를 타고 여행을 다녔다. 그러한 최상급 열차 중 하나가 바로 유고슬라비아 전 대통령(종종 애정 어린 평가를 받는) 마샬 티토(Marshal Tito)의 열차다. 1980년 티토가 사망한 후 한동안 운행을 중단한 블루 트레인은 최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Beolgrad) 에서 몬테네그로의 아드리아 해안에 위치한 도시 바르(Bar)까지 승객을 실어 나르기시작했다. 오늘날 열차는 티토가 사용하던 그 상태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열차에선 그가 낮잠을 자던 침실을 둘러보고, 엘리자베스 여왕을 포함해 과거에 열차를 이용한 저명한 승객의 사진을 걸어놓은 식당칸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장관이다. 아래쪽으로는 푸른 골짜기가 위로는 높은 석회암 봉우리가 펼쳐진다. 말라 리제카 고가교(Mala Rijeka Viaduct)를 지날 땐 잊지 말고 티토 대통령을 위해 건배하자. 말라 리제카 고가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철교이며 티토 통치시대가 남긴 위대한 공학적 업적이다.

 

추가 정보


+익스플로어 몬테네그로(Explore Montenegro)에서 ‘티토의 블루 트레인’ 여행을 신청할 수 있다. 베오그라드에서 바르까지 가는 1일 기차 여행을 이용해도 되고,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를 돌아보는 6박 7일짜리 투어 상품을 이용해도 열차를 탈 수 있다. 1일 기차 여행 249파운드(약 43만원), 6박 7일 투어 상품 859파운드(약 150만 원)

 

 

로키

재스퍼 서쪽의 산을 통과해 올라가는 로키 마운티니어의 뒤쪽으로 캐나다 최고봉 롭슨 산(Mount Robson)이 보인다.

 

 

5. ROCKY MOUNTAINEER
로키 마운티니어

 

루트 : 미국 시애틀에서 캐나다의 재스퍼까지
거리 : 1,300km
눈에 띄는 승객 : 19세기 정착민 혹은 모피 사냥꾼
식당칸 정보 : 골드 리프 클래스에서는 따뜻한 미식을, 레드 리프 클래스에서는 차가운 음식을 제공함
최고의 좌석 : 북쪽을 향할 때 왼편 좌석에서 태평양 전망을 볼 수 있음

 

로키 마운티니어는 오랫동안 캐나다 최고의 열차 자리를 지켜왔으며, 메이플 시럽, 셀린 디온, 저스틴 비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캐나다의 정수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캐나다가 아닌 미국의 국경 지대에서 열차가 출발한다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시애틀의 위풍당당한 킹스트리트(King Street) 역에서 출발하는 ‘해안 구간(Coastal Passage)’ 열차는 워싱턴 주를 거쳐 북쪽으로 향한다. 한쪽에는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Moutains)이, 다른 쪽에는 태평양 연안의 만과 물줄기가 조각조각 펼쳐진다. 국경을 넘어 캐나다에 진입한 열차는 밴쿠버를 지나 본격적으로 브리티시컬럼비아(British Columbia)의 황야에 들어서는데, 이곳의 청록색 호수와 소나무 숲을 통과해 북쪽으로 향한다. 무스(moose, 북미 사슴)와 회색곰, 날아오르는 독수리를 눈이 빠져라 찾다 보면 열차는 어느새 초기 개척자의 도시 재스퍼(Jasper)에 도착한다.

 

추가 정보


+로키 마운티니어의 웨스턴 익스플로러 앤드 코스털 패시지(Western Explorer & Coastal Passage) 패키지는 열차에서 3박, 편안한 호텔에서 10박을 하는 상품이다(열차에 숙박 공간은 따로 없다). 골드 리프 클래스(Gold Leaf Class)를 선택하면 유리 돔 지붕너머로 파노라마 같은 뷰가 펼쳐지는 2층 좌석에 앉을 수 있다. 탑승객은 열차의 종착역인 재스퍼에서 차를 타고 밴프와 캘거리로 갈 수 있다. 4,039 캐나다 달러부터 (약 380만원, rockymountainee r.com)

 

 

테제베

테제베 듀플렉스 열차는 최고 시속 320km로 달린다.

 

 

6. HIGH SPEED TO BARCELONA
런던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최고의 방법

 

루트 : 영국 런던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거리 : 1,522km
눈에 띄는 승객 : 조지 오웰(열차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던 시절)
식당칸 정보 : 테제베에는 리소토, 크로크무슈, 프랑스 와인을 구비한 뷔페 식당칸이 있음
최고의 좌석 : 2층 좌석의 왼편에서 최고의 지중해 전망을 감상할 수 있음

 

이론적으로 따지면, 런던에서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열차가 비행기보다 확실히 우세하다. 좋은 좌석을 차지하려고 승객끼리 밀치락달치락할 필요도, 체크인 후 탑승 시간까지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도 없다.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거리가 꽤 먼 탓에 실현 불가능해 보였지만 지금은 기차를 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최근 개통한 고속열차가 파리와 바르셀로나를 빠르게 연결해주는 덕분에 런던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약 10시간이면 도착한다. 기존 열차보다 3시간 더 빠른 셈. 우선 아침 일찍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가서 직통 고속열차 테제베 뒤플렉스(TGV Duplex)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가면 된다. 2층 열차인 뒤플렉스는 출발하고 나면 점보 제트기만큼 빠르다. 예약을 하고 2층 좌석에 앉아 론(Rhone) 계곡의 포도밭과 낡은 저택 그리고 언덕 꼭대기 마을과 지중해의 석호(플라밍고를 발견할 수도 있다)를 감상해보자. 어느새 열차는 피레네 산맥(Pyrenees)을 미끄러지듯 지나 열차의 종착역인 바르셀로나 산츠(Sants) 역에 도착한다.

 

추가 정보


+런던에서 파리까지 유로스타로 약 2시간 20분 걸린다. 파리에서 바르셀로나까지 테제베 뒤플렉스를 이용하면 약 6시간 30분 걸린다. 파리-바르셀로나 편도 2등석 111.70유로부터 (약 16만 원), raileurope.co.kr

 

 

만달레이

시포 역에서 오렌지를 파는 행상. 시포는 미얀마에서도 과일과 채소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7. THE TRAIN FROM MANDALAY
만달레이에서 출발하는 열차

 

루트 : 미얀마 만달레이부터 시포까지
거리 : 209km
눈에 띄는 승객 : 자신의 궁전이 있는 시포로 여행을 가는 샨 족 왕자
식당칸 정보 : 식당칸은 없지만 대부분의 역에서 미얀마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음
최고의 좌석 : 왼편 좌석에 앉으면 곡테익 고가교에서 바라보는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음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낸 미얀마는 바깥 세계와 교류를 시작한 이후 초음속으로 변하고 있다. 다행히도 부실한 철도망은 여전히 달팽이처럼 느리게 개발되는 중이다. 미얀마 의 열차는 속도 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개성으로 만회한다. 만달레이에서 출발해 유서 깊은 왕조의 도시 시포(Hsipaw)로 가는 열차가 그렇다. 열차는 날이 밝기 전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출발해 아침 안개로 뒤덮인 푸른 언덕 사이를 달린다. 기차가 역에 멈춰 서면 행상이 판매하는 아침 식사용 국수가 유리창 너머로 오고 간다. 해가 뜨고 1시간쯤 지나면 유서 깊은 영국풍 산간 마을 핀우륀(Pyin Oo Lwin)에 접어든다. 이곳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식민지 시대의 주택과 완벽하게 보존한 식물원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선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핀우륀에서 출발한 열차는 천천히 삐걱거리며 곡테익 고가교(Gokteik Viaduct)를 지난다. 이 철교는 한때 대영 제국(British Empire) 산하에서 가장 높은 다리였다. 다리에 난간이 없어 아찔하지만 용감하게 창밖으로 몸을 내미는 사람에겐 아낌없는 보상이 돌아온다. 나뭇가지를 드리운 정글의 풍경, 공중을 빙글빙글 도는 맹금류 그리고 까마득한 벼랑 아래 흙빛 강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추가 정보


+미얀마에서 열차 여행을 하려면 출발하는 역에서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시포로 가는 1등석 왕복 티켓 약 1만8,000짯(약 1만9,000원).

 

 

웨일스

하트 오브 웨일스 라인은 란도베리(Llandovery) 근교

 18개 아치가 있는 싱고르디 고가교(Cynghordy Viaduct)를 지나간다.

 


8. HEART OF WALES LINE
하트 오브 웨일스 라인

 

루트 : 잉글랜드 슈루즈베리에서 웨일스 라넬리까지
거리 : 177km
눈에 띄는 승객 : 가축(역사적으로)
식당칸 정보 : 종종 음식 카트 서비스를 제공함
최고의 좌석 : 왼편 좌석에서 슈거로프 (Sugarloaf) 산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음


영국에서 가장 외딴 철도인 하트 오브 웨일스 라인은 1960년대 영국이 지방 철로 를 폐쇄하던 상황에서도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오늘날까지 남은 이 철도에는 과거의 시간이 뒤섞여 있다. 역에선 여전히 기차가 어디에 정차하는지 물어야 하고, 철로의 침목 사이사이 잡초가 고개를 내민다. 고가교의 아치 아래에선 양이 휘몰아치는 비를 피해 쉬었다 간다. 이런 광경을 직접 보려면 슈루즈베리(Shrewsbury)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면 된다. 열차는 중세 영주의 저택과 경사진 푸른 언덕을 지나 란드린도드 웰스(Llandrindod Wells), 란우르티드 웰스(Llanwrtyd Wells) 같은 빅토리아 시대에 귀족 남성이 목욕을 하러 들르던 근사한 온천 도시에 정차한다. 다시 출발한 열차는 브레컨 비컨스 국립공원(Brecon Beacons National Park)의 서쪽 언저리를 지나 라넬리(Llanelli)에 도착한다. 라넬리는 매년 웨일스 지방 축제인 아이스테드포드(Eisteddfod)가 열리는 도시다. 때때로 주말이면 열차 구간 여기저기에서 특별 행사가 열리기도 하는데, 드물게 한때 철로를 오가던 역사적인 증기기관차 ‘블랙 파이브스(Black Fives)’가 운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추가 정보


+아리바 트레인스 웨일스(Arriva Trains Wales)에서는 슈루즈베리에서 라넬리를 오가는 열차 하트 오브 웨일스 라인을 운행한다. 편도 16파운드부터(2만7,000원)

 

 

마라케시

 페스에서 출발한 열차가 이드리스 1세 댐을 지나 모로코-알제리 국경 지대에 있는 도시 우지다로 향하고 있다.

 

 

9. MARRAKESH EXPRESS
마라케시 특급

 

루트 : 탕헤르에서 마라케시까지
거리 : 211km
눈에 띄는 승객 : 그레이엄 내시(크로스비, 스틸스 앤드 내시의 멤버), 폴 볼스(모로코에 살았던 미국의 소설가 겸 작곡가)
식당칸 정보 : 바에서 파는 음식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니 미리 음식을 비축해 갈 것
최고의 좌석 : 페스-우지다 라인의 왼편 좌석에 앉으면 이드리스 1세 댐의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음

 

영국의 유명한 포크 록 밴드 크로스비, 스틸스 앤드 내시(Crosby, Stills and Nash)의 히트곡인 ‘마라케시 익스프레스’는 모로코 철도의 경쾌한 풍경을 노래한다. 열차에 탄 오리, 돼지, 코브라의 축제, 희뿌연 담배 연기 사이로 비치는 풍경까지. 오늘날 마라케시 열차에서 가축이나 정신을 몽롱하게 하는 담배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 대신 모래투성이 사막, 낡은 성 그리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볼 기회는 늘었다. 옛 히피의 흔적을 따라가고 싶다면 탕헤르(Tanger)에서 남행 열차를 타고 해안을 따라 카사블랑카(Casablanca) 항구로 향해보자. 여기서부터 열차는 내륙으로 들어서고 태양 빛에 달궈진 땅 위를 으르렁거리며 달린다. 이윽고 지평선 위로 아틀라스 산맥이 모습을 드러내고 아지랑이 사이로 마라케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여유가 있다면 마라케시로 가는 도중에 길이 나뉘는 페스-우지다(Fez-Oujda) 라인으로 우회해보는 것도 좋다. 이 구간은 최근에 보수를 마쳤다. 페스-우지다 라인 열차가 페스를 출발한 직후에 나지막한 마른 언덕 뒤편으로 드넓은 이드리스 1세 댐(Idris I Dam)이 펼쳐지는 최고의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추가 정보


+탕헤르에서 마라케시까지 야간열차로 약 20시간 걸리며, 카사블랑카에서 열차를 갈아탄다. 2등석 침대칸 편도 640디르함부터(약 8만1,000원), www.oncf.ma

 

 

하노이

호찌민행 기차가 하노이를 지나고 있다. 주거 지역에 들어서면 철로는 좁아지고 열차는 속도를 늦춘다.

 

 

10. REUNIFICATION EXPRESS
통일 특급

 

루트 : 베트남 호찌민에서 하노이까지
거리 : 1,735km
눈에 띄는 승객 : 베트민(공산주의 독립운동 단체인 이들은 한때 장갑열차를 타고 철로를 누볐다)
식당칸 정보 : 플랫폼의 상인에게서 남부 베트남의 별미인 반미(banh mi, 바게트 샌드위치)를 구입해서 먹어볼 것
최고의 좌석 : 오른편 좌석에서 하이반 패스의 바다 전망을 감상할 수 있음

 

툭하면 연착하고, 발 냄새가 진동하는 건 물론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달리는 통일특급열차는 그럼에도 베트남의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철도의 공식 명칭은 남북 열차(North-South Railway)로, 통일국가를 상징한다. 오랜 시간 둘로 나뉘었던 철로는 1975년 마침내 재운행을 시작하면서 하노이(Hanoi)와 호찌민(Ho Chi Minh,사이공)을 연결하게 되었다. 통일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동남아시아 최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열차는 모자이크 같은 논과 유유히 흐르는 강, 초가 지붕을 올린 농가건물과 풀 뜯는 물소 사이를 덜컹거리며 지나간다. 가장 멋진 풍경은 노선의 중간 지점인 다낭(Danang)을 지난 직후에 나타난다. 열차는 서서히 움직이며 푸른 산과 남중국해의 바위투성이 해안 사이를 통과하는데, 이 구간을 ‘바다구름길(Hai Van Pass)’ 이라는 시적인 이름으로 부른다. 훗날 이 길은 고속열차가 다닐 수 있도록 개발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천천히 이동하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추가 정보


+하노이를 출발해 호찌민으로 가는 열차가 하루에 5대씩 매일 운행하며, 여정은 30시간 걸린다. 에어컨이 나오는 1등석 침대칸 약 170만 동부터(약 8만3,000원), vr.com.vn

 

 

 


론리플래닛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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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ely planet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 5월 안그라픽스 편집부 | 안그라픽스
외국에서 지내다 보면, 일정이나 비행기 탑승 시간 등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나 혼자만 현지에 남는 경우가 생긴다. 이미 오랜 외유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 터라 귀국한다는 마음으로 들뜬 사람을 혼자 배웅하는 기분은 썩 좋을 리 없다. 혹시 현지인에게 박대라도 받는다면,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다 찢어질 때까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싸울 마음이 가득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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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론리플래닛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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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생의 의미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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