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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이 선호하는 저자, “존경할 수 있는 사람”

세상과 나를 밝히는 아침햇살,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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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동녘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처음에는 사회과학 출판사에서 시작해 지금은 인문교양, 청소년, 건축,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낸다. 동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관해 들어본다.

모든 사람이 탐내는 것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 부르는 것들 말이다. 대한민국 출판계에도 명품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있다. ‘좋아서 보는 인문학’에서는 인문 사회 서적을 중심으로 출판하는 출판사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8편은 ‘동녘’이다.

 

세월을 이겨낸 것에 으레 붙는 단어가 있다. ‘전통’과 ‘역사’가 그것. 도서출판 동녘은 전통과 역사가 있는 출판사다. 전신인 광민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동녘은 1977년에 태어났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독자와 함께한 셈이다.

 

그 동안 많은 사건이 있었다. 그중에서 핵심적인 사건 두 가지만 꼽으라면, 우선 한국은 1987년에 오랜 군부독재를 끝냈다. 그리고 1989년 독일의 통일과 1991년 소비에트 연합의 해체 등으로 동구권이 몰락했다. 이 두 가지 사건과 함께 출판계에의 흐름도 변했다. 흔히 1980년대를 사회과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과 동구권 몰락으로 사회과학의 시대가 저문 것이다.

 

동녘

 

동녘은 변화하는 흐름의 한가운데 있었다. 『영국 노동 운동사』, 『민중과 민주주의』, 『여성과 노동』등 주로 사회과학 서적을 내던 동녘은 1990년대부터는 인문교양, 청소년, 여성학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최근에는 강신주가 쓴 『다상담』이 주목받으면서 인문학을 향한 관심을 드높였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동녘이 내는 분야가 다소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점이 있다. ‘동녘’이라는 출판사 이름에서 보듯, 어떤 조건에서도 ‘깨어 있음’을 지향한다는 사실이다. 동쪽은 해가 뜨는 곳이다. 가장 멀리 해가 떠서, 어둠을 몰아내려 하는 지향은 예나 지금이나 유효하다.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한 사옥에서 구형민 인문사회팀 차장으로부터 동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관해 들어봤다.

 

출판사 역사가 상당하다. 간단히 요약해 줄 수 있겠나.

 

옛날 일은 나도 잘 모른다. (웃음) 동녘의 전신은 1977년도에 세운 광민사다. 김대중 정부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이태복 선생님이 세웠다. 민주화 운동 때문에 출판사가 문을 닫고, 동생인 이건복 사장이 광민사를 받아서 다시 만든 게 동녘이다. 1980년대는 사회과학의 시대였다. 그때는 책을 내면 5천 부 이상씩은 기본으로 팔렸다고 한다. 그러다 1990년대 동구권이 몰락하고 사회과학 출판사들도 변모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그때 동녘도 청소년, 인문 교양, 여성학 책으로 범위를 넓혀나갔다.
 
굴곡도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나.

 

제일 어려운 건 아마도 동구권 몰락이 아니었을까. 사회과학 시대가 저물면서 출판사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했다. 그때 없어진 출판사도 많았다. 동녘도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다양하게 시도했다. 확실하게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다양하게 시도하는 중이다.

 

동녘의 대표적인 책을 꼽아 달라.

 

역사가 오래 됐으니 중요한 책이 참 많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광민사에서 번역되었으니 굉장히 오래된 책이다. 80년대는 저작권 계약 없이 거의 서른 군데에서 나왔는데 2002년에 동녘이 정식 계약하고 독점으로 내고 있다. 『철학대사전』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동양철학에세이』는 20년 전에 나왔는데, 계속 팔리고 있다. 그리고 2권이 20년 만에 나왔다. 그밖에 강신주의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과 『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다상담』 시리즈가 있다. 바우만 책 중에서는.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 바우만 책이 어려운데, 이 책은 그나마 대중적이다. 이 책 이전에는 저명한 사회학자 정도로 알려졌지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이후로 바우만 붐이 일었다.

 

반대로 예상보다 덜 알려진 책은?

 

매우 많다. 최근에는 장석주 시인이 쓴 『철학자의 사물들』. 그리고 평화 만들기 101』. 이 책을 내고 나서 우리 사회가 평화에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았다. 평화를 먼 이야기라 생각한다. 책에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다. 특히 우리 같은 분단 국가에 필요한데 말이다. 지난달에 나온 책이라 아직 말하긴 그렇지만, 『다산 그에게로 가는 길』도 서평으로도 안 다뤄지고 주문도 많이 안 들어온다. 정약용의 삶을 소설식으로 풀어서 청소년이 읽기도 편하다. 많이 읽히면 좋을 텐데 아쉽다.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책을 알리기가 쉽지 않다. 모든 출판사가 고민하는 문제일 텐데.

 

책도 상품이고, 알려야 한다. 그런데 알릴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다. 서평, 지면 광고, 온라인 광고, 블로그, SNS 정도다. 동녘도 기본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동녘

 

독자층이 한정된 인문사회 분야는 책 알리기가 더 힘들지 않나. 그럼에도 인문사회 분야 책을 내야 하고, 독자들이 인문사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문학 열풍이라는 말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렇다. 유명한 저자 책은 잘 나가지만, 인문학다운 책 대부분이 초판 팔기도 힘들다는 것. 인문학 열풍이라고 해도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는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인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공부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우리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공부한다. 주변에 우리를 속박하는 것들이 많다. 벗어나기 위해서는 뭐가 우리를 옥죄고 속박하는지 알아야 한다. 인문, 역사, 철학 등의 책을 읽으면 우리를 가장 불편하게 하고, 우리의 자유를 무엇이 속박하는지 알 수 있다. 인문학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책도 주제 못지 않게 저자가 중요하다. 동녘에서 선호하는 저자는 어떤 유형인가?

 

편집자가 존경할 수 있는 저자. 그렇게 하다 보면 삶과 사상이 일치하는 사람을 찾게 된다. 일차로는 나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지. 출판사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기획할 텐데 동녘은 저자 중심으로 기획한다. 글 찾고, 그 사람의 강연을 들어본다. 책에는 저자의 매력이 느껴져야 하고, 글 속에서 저자의 삶이 보여야 한다. 당연히 좋은 글을 써 달라고 요구하면서도 선생님 본인의 삶이 드러나게 써 달라고 부탁한다. 주제는 다양하다. 동녘의 기본적인 정신에서만 벗어나지 않으면 함께할 수 있다.

 

강연을 듣는다고 했는데, 책을 내기 위해 몰래 가서 듣기도 하나.

 

그렇지는 않다. 미리 연락 드려 청강하겠다고 하면 흔쾌히 다 수락하신다. 등록해서 듣기도 하고. 선완규 편집주간을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항상 강연을 들으러 다닌다. 가방에 우산 하나 꽂은 모습으로.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아, 저게 인문학 편집자의 삶이구나 하고. 편집자가 앉아서 기획하고 인터뷰하기도 하지만, 뛰어다니면서 좋은 강연을 찾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파주출판단지의 건물은 대부분 세계 유수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이다. 동녘사옥도 세즈마 카즈오가 설계했는데, 혹시 동녘이 내는 분야 중 하나가 건축이라는 사실과 관련 있나?
 
그렇지는 않다. 미리 만들어진 건물이고 동녘이 들어왔다. 보통 사람들이 현대 건축물에서 살아볼기회는 없을 텐데 이런 데서 일할 수 있는 게 재밌는 경험이다. 다만, 현대건축이 진정으로 사람을 위해서 설계된지는 의문이다. 인간을 위한 건축인지, 건축가를 위한 건지 하는 문제다. 파주에 있는 다른 출판사 건물에도 가봤는데, 안이 비슷하다. 겉에서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생활하는 사람은 그렇게 편하지는 않다. 예를 들어 동선이 그렇다. 처음 오면 문을 못 찾는다.

 

출판 환경이 급하게 변하고 있다. 올해는 도서정가제가 실시될 예정이고. 출판시장 전반을 예측한다면?

 

확실한 건 독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자책 이야기가 나오지만 책보다 재밌는 게 많은 세상이니 굳이 책으로 시간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전자책은 전체에서 3%도 안 된다. 그래서 큰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다. 전자책 비중이 많이 늘어나긴 할 것이다.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느냐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책도, 종이책도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모든 문화, 스토리의 근원이 책이니까. 편집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자책으로 내도 가공할 사람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2,000부를 기본으로 찍는데 2,000부 다 팔기가 쉽지 않다. 20종을 내면 15종 이상은 초판을 못 판다. 그럼에도 우리가 염두에 두는 독자는 적어도 3,000명은 있다고 본다. 왜 인문학을 공부하는지 고민하는 독자가 3,000명이 있는 한 이런 독자를 보면서 책을 만들고 있다.

 

 

* 동녘에서 낸 책

 

초등학생을 위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J.M. 바스콘셀로스 저/박동원 역/최수연 그림 | 동녘

성장 소설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인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감성적인 삽화와 매끈한 번역으로 초등학생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린이용이라 하여 축약하거나 하지 않았다. 원작의 모든 부분을 삭제하지 않고 수록해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전한다. 어린이들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하고, 판형과 글씨를 크게 했다.


 

 

 


분노의 숫자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저 | 동녘

이 책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그리고 점점 심화하는 불평등에 관한 총체적인 보고서다.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교육, 노동, 성, 주거, 건강 등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지금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모든 세대에 걸쳐 있다.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대학 입시를 위한 경쟁이 끝나면 취업 전쟁이 기다리고 있지만 높은 임금을 받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은퇴는 점점 빨라지고 은퇴 후 자영업을 시작해 보지만 자영업 시장 역시 대기업이 독식해 10곳 중 1곳도 살아남기 어렵다. 서민들은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등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비용들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가난해지기는 쉽지만 부유해지기는 어려운 한국 사회의 실태, 어느 정도일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그문트 바우만 저/조은평,강지은 공역 | 동녘

바우만은 ‘근대성’에 관해 천착해온 유럽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다. 우리는 여전히 ‘유동하는 근대(액체 근대)’라는 사유체계 속에 살고 있다는 게 바우만의 설명. 바우만은 제2의 근대를 이야기하면서 ‘포스트-모더니티’라는 부정적 개념을 사용하기보다는 ‘유동하는 근대’라는 긍정적 개념을 사용해 현대사회를 분석했다. 바우만에 따르면, 세상은 갈수록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의 정치?사회 제도는 빠른 속도로 해체되거나 소멸하고 있다. 정해진 형태를 유지하는 견고성(고체성)과 달리 끊임없이 변화하는 성질을 가진 유동성(액체성)에 빗대어 안정적이지도 않고 확실한 것도 없는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아리랑

님 웨일즈,김산 공저/송영인 역 | 동녘

조정래 작가가 쓴 대하소설 『아리랑』이 아니다. 조선인 혁명가 김산에 관한 이야기인 이 책은 격동의 시대를 한 혁명가의 삶으로 바라본다. 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청년의 고뇌와 투쟁을 통해 조선인 혁명가로 거듭난 김산(본명 장지락). 『아리랑』은 그 시대를 철저하게 호흡해 간 지식인의 생생한 전기이자 숨 가쁜 동아시아 역사의 기록이고 증언이며 역사가 명하는 바에 따라 불화살같이 살아간 한 조선인 독립혁명가의 피어린 발자취이다.

 

 


동양철학 에세이2

김교빈,이현구 공저/이부록 그림 | 동녘

『동양철학 에세이』가 나온 지 20년 만에 나온 제2권이다. 이야기는 동중서에서 시작한다. 동중서는 유가의 뿌리를 내린 큰 역할을 했음에도 언제 태어나고, 또 언제 죽었는지 분명하지 않을 정도로 삶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다. 동중서가 어째서 후대에는 유가 독존 이천 년을 연 장본인으로 평가받게 됐을까. 저자는 공자가 지은 『춘추』와 공양학을 연구한 동중서의 업적과 하늘과 사람을 하나로 본 천인상관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비밀을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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