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그림책으로 마음 선물하기
어른에게도 라이너스의 담요가 필요해요
당신에게는 『알도』 같은 친구가 있나요?
세계적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의 그림책 『알도』 는 어린시절 누구에게나 한명쯤 있었을 상상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내편이 되어주고, 내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찾아와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 아이가 어른이 되면 알도는 사라질 운명이지만, 어른들도 이런 알도 같은 친구 하나 쯤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혹은 친구가 되고 싶은 이에게) “당신에게 알도같은 친구가 돼주겠다”며 이 보다 멋진 고백은 없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3>(2010)의 엔딩을 떠올리면 언제나 마음 한쪽이 뭉클해진다. 이 라스트신은 토이스토리 3편의 엔딩일 뿐 아니라 이 시리즈 전체를 마무리하는 엔딩이며, 어른이 돼 어린 시절을 떠나보내는 모든 이들이 머물 수 없는 시절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작별인사이다.
<토이스토리 3>에서 장난감의 주인 앤디는 대학생이 돼 집을 떠나게 된다. 대학 기숙사로 가야하는 앤디는 카우보이 인형 우디만 챙기고, 나머지 장난감들은 보관하려 한다. 하지만 장난감들이 쓰레기로 버려지면서 ‘토이’들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사랑하는 주인 앤디에게 돌아오지만 앤디는 망설임 끝에 장난감을 들고 이웃 소녀 보니를 찾아간다. 보니에게 장난감을 하나 하나를 소개하고 장난감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신나게 논 뒤 앤디는 떠난다. 차가 떠나기 전 멀리서 자신이 아닌 보니 품에 안긴 장난감들을 보며 앤디는 을컥하며 말한다. “고마웠어 얘들아.” 이렇게 점점 멀어지는 앤디를 보며 우디도 말한다. “안녕 내 친구.”
<토이스토리 3>의 이 엔딩에 마음이 울컥하거나 좀 더 뜨겁게 반응해 눈물을 흘리는 것은 사람들은 누구나 앤디 같은 헤어짐을 겪기 때문이다.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나이’와 ‘세월’이라는 일직선 길에서 어느 순간 아이의 시간을 접고 어른이 돼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스누피의 라이너스는 늘 가지고 다니던 담요를 버려야 하고, 크리스토퍼 로빈은 곰돌이 푸우와 헤어져야 한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세계에 매료됐다. 그림책 『불할아버지』 어린이책 『알고 싶은 게 많은 꼬마 궁금이』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등을 썼고,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문화일보 문화부에서 영화와 어린이ㆍ청소년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존 버닝햄> 저/<이주령> 역12,600원(10% + 5%)
한 여자아이와 그 아이가 좋아하는 토끼 인형간의 우정 이야기. 인형에 생명을 부여하면서 놀 나이가 지나면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환타지 세계를 독특한 화풍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외동이로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방 안에서 저 혼자 노는 시간이 많은 요즘 아이의 우수어린 한 단면이 잘 표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