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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U(성범죄 특수 수사대)가 시즌15까지 장수하는 이유

강간범의 딸로 태어난 상처와 정면승부 하는 ‘올리비아 벤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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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벤슨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강간한 범죄자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뿐만 아니라 강간으로 인한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정신적인 상처를 크게 입은 어머니에게 양육되면서 학대 받았던 불행한 성장과정의 아픔을 이겨내고 성 범죄자, 강간범을 검거하면서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


SVU(Special Victims Unit)성 범죄 특수 수사대는 미국 NBC에서 방영중인 드라마로 현재 시즌 15까지 제작되어 방영중인 장수 인기 드라마다. LAW & ORDER의 스핀오프로 제작되었지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시즌을 거듭하며 제작되고 있다. 이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그만큼 성범죄 발생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꾸준히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SVU는 뉴욕(뉴저지 포함)에서 벌어지는 성 범죄를 다루고 있다.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검거하는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범죄 수사 드라마와 비슷하지만 범인을 검거하고 나서 범인에게 형량을 구형하는 과정까지 다루며 그 과정의 비중이 낮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랜 시간 이 드라마에서 형사 올리비아 벤슨 역할을 맡아 맹활약을 펼치는 배우는 마리스카 하지테이다. 올리비아 벤슨은 피해자들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어루만지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캐릭터다. 올리비아 벤슨의 아버지는 강간범이다. 어머니가 대학생 때 강간을 당했고 그로 인해 올리비아 벤슨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런 아픔 때문에 올리비아 벤슨은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바치는 형사의 길을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서라면 위장 잠입을 하기도 하고 범인 앞에 기꺼이 미끼 역할을 맡기도 하며 이 과정에서 큰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겉모습만 보면 강인해 보이는 여자 형사 캐릭터지만 피해자들의 처절한 아픔 앞에서는 한없이 여려지는 감성을 가지고 있다. 성범죄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피해 여성들이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범죄 발생 내용 및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하는데 남자 수사관에게 이러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진술하다 보면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성 수사관이 함께 동석하거나 여성 수사관이 전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력의 한계 및 기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모든 성범죄 수사가 이렇게 진행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점들을 잘 알고 있는 올리비아 벤슨은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고 수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올리비아 벤슨은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강간한 범죄자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뿐만 아니라 강간으로 인한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정신적인 상처를 크게 입은 어머니에게 양육되면서 학대 받았던 불행한 성장과정의 아픔을 이겨내고 성 범죄자, 강간범을 검거하면서 상처를 극복해 나간다. 처지를 비관하면서 인생의 소중한 기회를 포기하거나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대신 자신의 지독한 아픔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은 굉장히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 아픔으로 인해 자신의 내면을 마모시키거나 자괴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아픔을 극복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강간범의 딸로 태어난 것은 결코 올리비아 벤슨의 선택이 아니며 그것이 올리비아 벤슨의 인격을 침해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이렇게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며 이를 직업으로 삼아 고군분투 하는 캐릭터는 다른 범죄 수사물의 캐릭터에서도 볼 수 있고 의학 드라마 등에도 이와 유사한 캐릭터들이 있다.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경우를 제외하고 인간은 모두 성행위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성을 드러내는 일에 굉장히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흔히 하는 이야기로 남성이 하루 중 섹스에 대해 생각하는 횟수가 몇 번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성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놓고 이야기하기에는 민망한 면이 있어 은밀하게 감추어야 하는 사생활로 인식되어 있다.


SVU의 엄청나게 많은 에피소드를 보면 인간이 성에 대해 이렇게도 탐욕스러울 수 있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이 모든 에피소드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드라마 대본이길 바라는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사건을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이 휘말렸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도 있고, 마이클 타이슨이 성 범죄 피해자로 출연하기도 하는 등 SVU와 현실의 연결고리는 깊고 단단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현재 시즌 15까지 장수하고 있는 셈이다.

남성이 여성에 가하는 성적인 폭력 뿐 아니라 동성 간의 성폭력, 성인의 아동에 대한 성폭력 등은 한 인격체를 잔인하게 짓밟는 끔찍한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신문 지면에 실리는 기사를 보면 ‘술을 마시고 저지른 데다 초범임을 참작한다.’며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피해자에게 범죄 행위 발생을 유도한 거 아니냐는 질책까지 더해져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일도 반복된다. 우리나라의 법에서 강간, 특수강간은 각 10년, 15년의 공소시효를 갖는다. 뉴욕이 사실상 강간, 납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앴다는 점과 비교하자면 아쉬움이 남는다. 어렵게 용기를 내 범죄자를 고소하고 실형까지 언도받게 해더라도 형량이 너무 짧아 출옥 후 재 범죄를 벌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성폭력 피해 범죄 신고율은 여전히 낮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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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진하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누구를 만나도 늘 그 생각을 먼저 하는, 심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TV, 영화, 책, 음악, 여행, 와인, 고양이, 무엇보다 ‘사람’에 기대어 살며 ‘사람’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채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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