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조 암스트롱(Bille Joe Armstrong) & 노라 존스(Norah Jones) <Foreverly>
그린데이와 컨트리? 빌리 조 암스트롱과 노라 존스? 에벌리 브라더스(The Everly Brothers)의 앨범을 통째로 리메이크? 겉면만 보자면 아연실색할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기획 자체가 각 뮤지션들이 기존의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크게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릴로지 시리즈를 통해 여전히 의욕 넘치는 펑크 키드임을 증명했고, 노라 존스 또한 이미 타 아티스트와 합작해 발표한 여러 작품들을 디스코그라피 상에 전시 중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갑작스레 선보인 이 시디 한 장을 의외라 느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 싶다.
배경은 이렇다. 몇 년 전부터 에벌리 브라더스의
<Songs Our Daddy Taught Us>(1958)에 빠져있던 빌리가 이를 소개하고 싶다는 의도 하에 리메이크 작업을 추진하게 되었고, 그의 아내가 노라 존스를 추천하며 속전속결로 레코딩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후문. 오리지널과 다른 혼성 듀엣으로의 방향 전환은 조금이나마 이 유산의 외연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포인트는, 노라 존스야 그렇다 쳐도 결국 빌리의 음색이 이 장르에 잘 녹아들고 있느냐에 대한 여부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시도는 성공적이다. 힘을 빼고 본연의 목소리에 집중한 빌리의 보컬은 그 시대의 포크, 컨트리 가수들의 보이스 컬러와 비교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의 친화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뒤를 받쳐주는 노라 존스의 유연함은 현 시대와의 시차 탓에 발생하는 약간의 지루함을 상쇄시켜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의외의 조합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하모니에 얼이 빠져 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원작자에게 해를 주지 않는 동시에 자신들만의 색깔을 부여하며 명작에 쌓여있던 먼지를 확실히 털어내고 있다.
또한 그저 ‘재현’에만 그치지 않으면서 주제넘은 ‘재해석’을 영리하게 피해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본인들이 부르고 있는 트랙들의 고유한 의미에 대한 존중을 중심에 두고, 현대적인 요소들을 조금씩 가미하여 감각적인 음악이 난무하는 2013년에도 그 위대함이 걸림돌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Roving gambler」 는 리드미컬한 하모니카로, 「Lightning Express」 는 재지한 피아노로, 「Barbara Allen」 은 고즈넉한 바이올린으로 각 트랙에 플러스 알파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사이키델릭의 분위기를 연출한 「Down in the willow garden」, 로큰롤 리듬을 활용한 「Oh so many years」 등 살짝 다른 길로 접어들며 기존과는 다른 풍경을 비추는 아이디어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에벌리 브라더스는 아버지가 가르쳐 준 노래를 다시 불렀고, 빌리와 노라는 에벌리 브라더스가 가르쳐 준 노래를 또 다시 불렀다. 시차를 두고 이루어진 같은 태도의 ‘명작 다루기’는 점점 음악의 생명력이 짧아져만 가는 시대에, 트렌드만이 강요되는 시대에 중요시되어야 할 고전의 존재가치를 다시금 일깨운다. 빌리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용어를 빌리자면, 그들이 만들어 낸 ‘노라빌리’는 존경심을 담은 트리뷰트 작과 좋은 음악에 대한 가이던스로서의 이중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 이미 공식 사이트에 전곡이 업로드되어 있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이번 결과물에 대한 이들의 생각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을 터. 덧붙여 에벌리 브라더스보다 더 나은 점까지 발견할 수 있다. 그게 뭐냐고? 바로 이 둘의 팀워크가 훨씬 좋다는 것!
2013/12 황선업(sunup.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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