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화, 문성근에서 김상중까지

<무한도전> 못지않은 뜨거운 관심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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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3월 31일 첫 방송된 <미스터리 다큐멘터리-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것이 알고 싶다>)는 SBS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 장수 프로그램에 속한다. 당시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다룬 1회 방송 이후, 이 프로그램은 국내외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 초현상, 음모론 등에 관한 심층취재로 ‘한국형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로서의 입지를 굳혀 나갔다.

초창기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80년 대 말 국내에 방영되기도 했던 미국의 다큐멘터리 쇼 <Secrets and Mysteries>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각종 TV 시리즈에 출연하였던 배우 에드워드 뮬헤어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UFO, 버뮤다 삼각지대, 심령술 등 주로 오컬트 적인 소재를 다루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또한 연극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문성근을 진행자로 영입하여 프로그램이 전달하는 내용에 무게감을 싣고자 하였다. 전문 방송인이나 성우 혹은 PD를 전면에 내세우는 여타의 시사 프로그램과 달리, 배우에게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기는 것은 당시로써는 모험이라 할 만큼 이례적인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문성근 기용은 프로그램의 성공과 장기화에 결정적인 도화선이 되었다. 단순한 내용 전달을 넘어, 빼어난 스토리텔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던 문성근의 진행은 현 진행자 김상중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램 정체성의 맥을 이루는 중심축으로 기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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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었던 주제들은 이후 <토요 미스터리 극장>, <이야기 속으로>, 혹은 현재 MBC에서 방영되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류의 프로그램들을 연상시키는 미스터리한 소재들이 주를 이루었다. 간간히 사회현안에 관한 르포를 방영하기도 하였지만, 심야방송임에도 평균 30%를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은 것은 역시나 오컬트ㆍ미스터리를 소재로 다룬 방영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들은 극히 한정되어 있는데다 흥미 위주의 선정주의 방송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꾸준히 제기되어, 점차 사회고발의 성격을 띤 포맷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이 시기 화성연쇄살인사건, 오대양 집단변사사건, 장준하 의문사 등의 심층취재물은 현재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호평을 받은 방영분에 해당한다. 문성근에 이어 훗날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한 언론인 박원홍이 진행을 넘겨받은 <그것이 알고 싶다>는 소재고갈로 인해 95년 9월 154회 방영을 끝으로 잠정 폐지되기에 이른다.

 

S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그것이 알고 싶다>의 폐지 후, 방송사에서는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생방송, 뉴스 따라잡기>, <송지나의 취재파일-세상 속으로> 등 여러 대체 프로그램을 선보였지만 참신한 시도에도 낮은 시청률을 극복하지 못하여 잇따른 폐지수순을 밟게 된다. 96년 10월 SBS는 폐지된 지 1년 만에 <그것이 알고 싶다>를 재편성하기로 결정하고, 당시 방송인으로도 인지도를 넓혀나가던 오세훈 변호사를 새 진행자로 내세웠다. 이러한 SBS 편성국의 움직임에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서 공익성과 유익성 보다는 높은 시청률과 그에 따른 수익창출에만 혈안이 되어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방송사를 향해 쏟아졌다. 이를 의식하여,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공식 제목을 <미스터리 다큐멘터리-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를 삭제한 <그것이 알고 싶다>로 변경하고, 기존에 다루었던 시사현안과 자극적인 사건 이외에 건강정보, 해외의 풍속, 경제문제 등 보다 다양하며 정통시사프로그램 본연의 성격에 걸맞는 소재를 방영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세 번째 진행자로 나선 오세훈은 1년 간 프로그램을 맡아 특유의 지적이며 차분한 분위기로 방송을 이끌었고, ‘미스터리 다큐멘터리’라는 기존의 매니악한 이미지는 이 시기동안 상당 부분 희석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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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의 오랜 시청자들은 초대 진행자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문성근의 카리스마적인 존재감을 잊지 못했다. 문성근에 이어 프로그램을 맡게 된 박원홍, 오세훈 또한 짧은 기간임에도 나쁘지 않은 무난한 진행을 선보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은 적절한 쇼맨십을 갖춘 연기자에게 적합한 자리임이 드러났다. 기본적으로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태도를 유지하되, 때로는 시청자의 호기심과 공분을 자아내게끔 프로그램을 아우를 수 있는 조율능력은 일정 부분 고도의 연기력을 요하는 작업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요구와 제작진의 필요에 부응하여, 97년 10월 문성근은 프로그램을 떠난 지 3년 반 만에 <그것이 알고 싶다>로 복귀하게 된다. 프로그램의 제목 또한 문성근의 브랜드 가치를 강조한 <문성근의 다큐세상-그것이 알고 싶다>로 변경했다. 문성근은 197회 ‘유부도 정신질환자 수용소’ 편을 시작으로 2002년 5월까지 5년 가까이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을 이어나갔다.

 

프로그램의 횟수가 거듭되면서 그와 관련한 비화들도 적지 않았다. 99년 3월 방영된 ‘구원의 문인가, 타락의 빛인가-JMS’ 편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스스로를 재림예수라 주장하는 JMS 교주 정명석과 국제크리스쳔연합의 비리를 심층취재한 이 날 방송 이후, 5만 여 통에 이르는 신도들의 항의전화로 방송사의 업무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7월, 후속보도인 ‘JMS, 그 후’를 방영하여 여전히 교세를 떨치는 JMS의 실태를 다시 한 번 폭로하였다. 방송을 전후로 제작진에 대한 신변위협과 방송사에 걸려오는 끊임없는 항의전화로 몸살을 앓기도 하였지만, 10개월간의 집요한 취재로 언론의 사각지대에 해당하던 종교 비리문제를 파헤친 제작진의 ‘PD 저널리즘’ 정신은 탐사보도에 관한 세간의 인식을 재고하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 이익집단의 빗발친 항의로 방영이 취소된 아이템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도 불리던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경우 93년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취재에 나섰지만 이를 알아챈 법조계에서 강한 압력을 행사하여 방영이 취소된 경우다. 이 사건은 2007년 12월에 이르러서야 ‘나는 유서를 쓰지 않았다-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진실’편을 통해 전파를 타게 되었다. 

 

2002년 5월까지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했던 문성근은 본연의 직업인 연기활동에 전념하고자 프로그램을 하차했다. 이후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정진영, 박상원, 김상중 또한 모두 연기자 출신으로서, 문성근이 다져놓은 진행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은 채 각자의 이미지에 걸맞는 진행으로 프로그램을 견인했다. 그 가운데 김상중은 문성근의 후임 진행자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왔으며, ‘중년탐정 김상중’이라는 별명과 각종 패러디를 양산할 정도로 독보적인 진행 스타일을 구축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문성근의 복귀 이후 프로그램 제목 앞에 진행자의 이름을 붙여 오던 오랜 관례(<문성근의 다큐세상-그것이 알고 싶다>, <정진영의 그것이 알고 싶다> 등)는 김상중이 진행을 맡으며 사라져 버렸지만, 현재 방영 중인 <그것이 알고 싶다>는 회를 거듭할수록 그 어느 때보다 진행자인 김상중의 역량과 존재감에 의존하는 ‘김상중의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김상중이 진행을 맡은 2008년 이후 <그것이 알고 싶다>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굳혀나가며 알려지지 않은 사회의 일그러진 면모를 더욱 집중적으로 파헤치게 된다. 제작진이 발로 뛰어가며 취재한 결과물을 생생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달하는 연출기법 또한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경쟁사의 시사 프로그램인 <PD 수첩>과 <추적 60분> 등이 외압 논란 등으로 침체기를 맞이하는 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는 기존의 시사 프로그램이 다루지 않았던 미지의 사건들을 끄집어내어 퍼즐조각 맞추듯이 끼워나감으로써 한국사회의 병폐와 비틀려진 자화상을 우회적으로 드러내 보이는데 성공한다.      
 

근래 들어 <그것이 알고 싶다>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관심은 <무한도전> 못지않게 뜨겁다. 방송 전후로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지에서는 ‘그알’과 관련한 여러 의견들을 내놓고 함께 공분하며 방송에서 다루었던 사건들의 의문점에 관해 추리해보기도 한다. 혹자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가 범죄, 미제사건 취재에 지나치게 편중된 나머지 정치권 문제나 사회적 차원의 이슈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지적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문성근에서 김상중에 이르기까지, 훗날엔 다른 누군가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현미경으로 한국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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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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