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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드라마, 내일의 당신을 시작하며

드라마가 건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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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만났다고 하는 편이 옳겠군요. ‘알고 보니 이복남매’나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시어머니’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대신 울고 웃고 싸우는, 오늘의 우리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억지로 이해하거나 화해를 청하지 않는, 단지 ‘함께 있음’으로 인해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 내내 재미있는 드라마는 왜 그리도 많던지요.

학교에 다녀오면 가방을 던져두고 TV앞에 앉아 정신없이 빠져들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일 뿐이었습니다. 질투와 복수, 화해와 용서가 60분 안에 펼쳐지는 그곳은 결코 내가 속한 세계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으며 저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드라마잖아’라는 말은 어쩌면 드라마가 가진 한계를 에둘러 부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습니다. 드라마를 좋아하던 어린 날의 나를, 조금씩 무시하는 마음이 들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한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만났다고 하는 편이 옳겠군요. ‘알고 보니 이복남매’나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시어머니’는 그곳에 없었습니다. 대신 울고 웃고 싸우는, 오늘의 우리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억지로 이해하거나 화해를 청하지 않는, 단지 ‘함께 있음’으로 인해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 

이 말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내게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준영이를 안고 있는 지금은 그 말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얘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구나

또 하나 배워 간다.


- <그들이 사는 세상> 중에서


그날 처음으로, 드라마가 내가 사는 세계임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느낀 감정의 순간들을 캐릭터와 플롯과 스토리를 통해 풀어 낸 것이 드라마일 뿐이라는 것을요. 막장이라고 부르는 드라마에도,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풀썩, 소파 위에 내던진 당신, 습관처럼 리모컨을 쥐어 든 당신에게 가만히 말을 건네려 합니다. 당신의 오늘은 어땠냐고, 이렇게 고된 일들이 많지 않았냐고 드라마가 거는 말을 전하려 합니다. 브라운관 속 작은 세계가 보태어져 당신의 세계가 조금 더 새로워질 수 있기를. 오늘의 드라마로 내일의 당신이 더 나아질 수 있기를.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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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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