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꼭 해야 하냐고요? -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모든 것
한 편 한 편 넘기다 보니 ‘내가 생각하던 하루키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사람 , 정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이잖아! 한 작가를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만날 때 우리는 그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물론 소설도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 들게 마련이지만, 자신의 생각과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올 수밖에 없는 에세이의 경우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자신을 숨길 수 없다. 아무리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고 싶어도 절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하루키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첫째, 그는 웃음을 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1Q84》 그 주제의 무거움 때문에). 둘째, 그는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 4차원 세계의 사람일 것이다(《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상상력 때문에). 마지막으로 그는 매우 고리타분하며 보수적인 아저씨일 것이다(이건 특별한 작품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왠지 그럴 것 같아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나의 정신은 온갖 잡다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음이란 정합적이고 계통적이면서 설명 가능한 성분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나도 그러한 내 정신 안에 세세한, 때로는 통제되지 않는 것들을 긁어모으고, 그것들로 픽션=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다시 보강해갑니다.
사실 이 같은 오해 때문에 《잡문집》을 읽기 시작했을 때도 큰 기대는 없었다. 말 그대로 ‘잡!문!’을 모아둔 책이니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를 담았거나, 쓰다 만 조각 원고들, 거기다 자기 잘난 척이 가득한 오만한 글들이 실려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한 편 한 편 넘기다 보니 ‘내가 생각하던 하루키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사람 , 정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사람이잖아! 한 작가를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만날 때 우리는 그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물론 소설도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 들게 마련이지만, 자신의 생각과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올 수밖에 없는 에세이의 경우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자신을 숨길 수 없다. 아무리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고 싶어도 절대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잡문집》을 통해 유쾌한 하루키 씨를 만날 수 있다. 물론 하루키의 작품이라고는 《1Q84》와 《상실의 시대》, 그리고 반쯤 읽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뿐이니 아직 그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난 분명 하루키에게 반해버렸다.
이 책 《잡문집》은 굳이 분류하자면 이런저런 목적으로 하루키가 써왔던 여러 책의 서문과 해설, 영화 평론, 인사말과 메시지, 짧은 픽션 등이 담겨 있다. 그가 머리말에도 밝혔듯이 우리는 여러 글 속에서 소설의 초기 단상을 발견하기도 하고, 작품 탈고 후의 생각의 변화도 읽어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부로 엮은 《언더그라운드》 작품 (1995년, 출근길 일본 지하철에서 옴진리교가 살포한 사린가스로 수천 명의 피해자를 낳은 끔찍한 사건. 하루키는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에 관한 에세이들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작품에 대한 그의 솔직한 생각들 덕분에 그 책을 읽고 싶어졌다. 결국 나는 《잡문집》을 읽는 도중 그 책을 주문했다.
제일 재미없으리라 생각했던 ‘각종 인사말과 메시지’는 하루키의 유쾌함을 의외로 발견할 수 있게 해준 의외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다. “수상은 매우 기쁘지만, 형태가 있는 것에만 연연하고 싶지 않고 또한 벌써 그럴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은 작품이 받는 것이니 나 개인이 이러쿵저러쿵 말할 처지는 못 된다”, “4월 중순에 《1Q84》 3권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품절은 곤란하니 그 직전까지만 활기차게 판매되었으면 합니다” 등 그의 수상 소감에서 평소 하루키의 겸손함과 유쾌함이 묻어났다. 2009년 논란이 일었던 예루살렘상 수상 수락과 상을 받으러 가기까지의 작가로서 느꼈던 번뇌와 고민은 예루살렘상 수상 인사말 속에 녹아 있다.
지인의 따님에게 보낸 결혼식 축사 “나도 한 번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 나는 늘 뭔가 딴생각을 떠올리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는 박수를 보내고 싶을 만큼 멋졌다. 나도 언젠가는 이토록 유쾌한 결혼 축하 인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만들었다.
그 글이 좋든 나쁘든, 그 글이 담고 있는 생각이 옳든 그르든, 30여 년간 묵묵히 소설가의 길을 걸어왔고 게다가 전 세계적인 독자층을 이루고 있다면 그 작가는 누가 뭐래도 대단한 작가임이 분명하다. 《잡문집》에는 그런 하루키의 인생이 담겨 있다.
그 글들은 ‘잡문집’이라 불리지만 그 어떤 소설 한 편보다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었다. 굴튀김을 좋아하는 하루키, 수줍음이 많아 남들 앞에 나서기가 두려운 하루키는 말한다.
그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관찰해 우리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를 소망한다.
“소설가는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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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어느 날 누군가가 버리고 간 책 무더기에서 《리듬》이란 책을 발견하고 그 책에 감명 받아 그날부터 ‘리듬’이 되기로 했다.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바람처럼 하늘처럼 달처럼…… 변하지 않고 있어주는 것이 좋다”는 책 속 구절처럼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를 지켜주는 책의 매력에 빠졌고,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않았지만, 흔들리던 20대 중반 책으로부터 큰 위로를 받아 출퇴근길 지하철을 독서실 삼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읽은 책은 꼭 블로그에 기록을 남겼고, 그렇게 남긴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이제 5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다녀간 유명 블로거가 되었다. 애서가이기는 하나 장서가는 아니라 소장한 책이 1,000권을 넘은 뒤로는 적정량의 책을 유지하게 위해 읽은 책은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22개 성 모두를 여행하는 게 꿈이다. [대학내일] 인터뷰와 [우먼센스], [쎄씨] 등에서 책벌레로 소개되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4년 연속 네이버 책 분야 파워블로거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제이 콘텐트리엠앤비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나?》(공저) 등이 있다.
<리듬의 달콤 쌉싸름한 일상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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