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고질병으로 자리한 세대 갈등의 중추가 조용필의 음악으로 모여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포용성을 보여준 대중가수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말로만 듣던 조용필 신드롬을 몸소 느껴보니 왜 그를 자기 혁신의 가수라고 칭하는지 이해가 간다. 이번 혁신은 깊이보다 편안함을 찾은 과감함이다. 음악 분야에서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이 뮤지션은 권위에 집착하지 않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며 여러모로 귀감을 줬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게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감동이다.
조용필이란 존재를 마주하기에 나는, 음악보다 글이 자연스러운 세대다. 오빠부대의 원조이며 반백개의 히트곡을 지녔고 원하는 음색을 찾아 혹독한 득음의 수행을 이겨냈다는 신화들이 그 위상을 체감시켜줬다. 열 손가락도 채 안 되는 귀에 익은 음악들도 모창으로 접해보거나 경연 프로그램에서 애창되는 곡들이다. 언제까지나 그를 향한 정확한 시선은 오로지 학습이 전제될 것이라 생각했다.
19집 < Hello >가 발매된 2013년 4월 23일, 조용필과 같은 하늘 아래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내 나이보다 무거운 45년 경력의 노장뮤지션이지만 음악에서 거리감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전설의 위엄도 거부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기성 팬들의 향수만으로도 어떤 뮤지션 보다 공연장을 뜨겁게 달굴 수 있는 가왕(歌王)이 말이다.
허울을 벗어던진 조용필이 다가오자 반가웠다. 감각적이며 거침없고 가볍기까지 한, 그래서 때때로 어른들의 혀를 차게 만드는 우리 세대의 표현법을 따르고 있다는 것에 존중 받고 있음을 느꼈다. 그렇다고 젊음에 호소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63세 뮤지션은 지금의 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인정했으며 이를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있다.
나 또한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 Hello >는 연륜을 모두 지우지 않고 있다. 가사는 심심할 정도로 담백한 경우가 있고 창법 또한 세련되기 보단 전성기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 소리가 트렌디할 뿐 그 안의 감성은 나이에 어울렸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흡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먼저 내민 손을 잡아보자 나이테가 묻은 거친 피부의 촉감이 포근하고 좋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우리의 ‘살아있는 전설’을 만난 기분이라고 할까. 2013년의 조용필은 세월의 울타리 속에 전설의 숭고함을 보호하려고만 하지 않았고 설령 그것이 순리라 해도 사양했다. 그때 2012년, 데뷔 50주년을 맞은 롤링 스톤스가 생각이 났다. 그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밴드와 젊은 세대를 음반 재킷으로 연결하며 젊은 감각을 과시했다. 기념 음반 < Grrr! >의 표지는 특정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고릴라가 세계 50개 도시의 명소에서 난장을 피우는 영상으로 변했다. 아랫세대가 봐도 이 거장들은 기발하고 발칙했으며 여전히 악동다웠다. 이렇게 신세대와 교집합을 만드는 노력이야말로 업적에서 독립된 현재의 위대함이자 생동감이다.
나 그리고 내 또래가 일제히 보낸 열호에 그는 뜻밖의 관심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무엇인가 받았고 그것을 표현해야할 입장은 반대가 되어야 한다. 조용필은 세시봉 열풍 이후 높아진 10, 20대의 전설에 대한 관심과 예우에 보답을 주었다. 그를 보며 느낀 친근하고 공감이 가는 존경은 과거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해줬으며 전설과의 순환 관계에 새로운 원동력까지 공급했다. 인터넷으로 쇼케이스에 참여하고, 음반을 사기 위해 생전 처음으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보고, 대학 축제에 그가 오기를 고대하는 것. 이것이 감사를 표하는 진정성이다.
현대 사회의 고질병으로 자리한 세대 갈등의 중추가 조용필의 음악으로 모여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포용성을 보여준 대중가수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말로만 듣던 조용필 신드롬을 몸소 느껴보니 왜 그를 자기 혁신의 가수라고 칭하는지 이해가 간다. 이번 혁신은 깊이보다 편안함을 찾은 과감함이다. 음악 분야에서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이 뮤지션은 권위에 집착하지 않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며 여러모로 귀감을 줬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게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감동이다.
가요 프로그램 순위 1위 후보에 조용필의 이름이 올랐다. 이제 그의 존재는 함께 세월을 보낸 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설이란 시간이 하사한 직함을 떠나 나만의 의미와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고, 그를 회상하는 순간이 되었다. 조용필이 건넨 < Hello >라는 인사는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었다.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조용필, 10년만에 전하는 혁신과 열정의 결과물, 19집 ‘헬로(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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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7분 30초에 완주한 정신과 전문의의 달리기는 무엇이 다를까? 김세희 저자는 '그냥' 달린다. 삶도, 달리기도 그냥 꾸준히 할 때 즐겁고 오래 할 수 있다. 이미 달리는 사람에게는 공감을 주고 아직 달리지 않은 독자에게는 러닝화를 사고 싶게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