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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 ‘전설’로 남은 노인, 진짜는 누구인가?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1952>

작품의 제목을 지은 사람이 헤밍웨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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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연안에서 항해하던 헤밍웨이가 바다 한복판에서 벌어진 녹새치와 노인의 결투를 목격했다. 헤밍웨이가 탄 배는 길이가 12미터나 되고 겉면을 검은색과 녹색으로 칠한 고급 유람선이었다. 헤밍웨이의 도움으로, 푸익은 마침내 포획물을 배 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완전히 녹초가 된 노인은 헤밍웨이에게 물 한 잔만 달라고 부탁했다. 헤밍웨이는 기꺼이 노인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물 대신 맥주로 말이다. 두 남자는 함께 맥주를 홀짝이며 낚시에 관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금세 친구가 되었다.

돌연 낚싯줄이 팽팽해졌다. 산티아고 푸익과 그의 아들은 허둥지둥 릴을 감았지만, 물밑에서 발버둥치는 물고기의 힘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거대한 청새치가 걸려들었다. 삐걱거리는 조각배에 탄 노인에겐 너무 버거운 상대였다.

마침 쿠바 연안에서 항해하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바다 한복판에서 벌어진 녹새치와 노인의 결투를 목격했다. 헤밍웨이가 탄 배는 길이가 12미터나 되고 겉면을 검은색과 녹색으로 칠한 고급 유람선이었다. 헤밍웨이의 도움으로, 푸익은 마침내 포획물을 배 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완전히 녹초가 된 노인은 헤밍웨이에게 물 한 잔만 달라고 부탁했다. 헤밍웨이는 기꺼이 노인의 갈증을 풀어주었다. 물 대신 맥주로 말이다. 두 남자는 함께 맥주를 홀짝이며 낚시에 관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금세 친구가 되었다.





《노인과 바다》는 노인과 청새치가 벌이는 사투를 묘사한 소설이다. 아들이나 헤밍웨이가 없었다면 푸익이 고스란히 겪었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이 출간되자, 자기가 헤밍웨이 작품의 실제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쿠바인들이 줄을 섰다. 이에 분개한 작가는 이들 사기꾼 중 한 명을 붙잡아 동네 식당으로 데려가서는 사람들 앞에서 진실을 밝히라고 다그쳤다. 심지어 낚시꾼도 아니었던 그 남자는 너무도 태연하게 ‘사람들이 5달러를 주기에’ 거짓말을 했노라고 인정했다.

《노인과 바다》의 그 ‘노인’이 누군지 아는 사람은 오직 헤밍웨이 자신뿐이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 노인이 실재한다면, 그 사람은 차고의 아버지(푸익)일 것”이라고 일축하고는 “푸익은 나와 여러 차례 함께 낚시를 즐긴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져 1958년에 상영됐는데, 이 영화에는 실제 푸익의 배가 소품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영화 제작자에게 푸익의 아들을 소개한 사람이 바로 헤밍웨이였을 가능성도 있다. 푸익의 작은 나룻배는 쿠바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을 거친 끝에 할리우드 영화에 당당히 출연했지만, 진짜 헤밍웨이의 ‘노인’은 그저 문학사의 전설로만 남았다. ‘노인’의 모델을 자처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가짜였다. 그러나 그들 중 극히 일부가 작가에게 영감을 제공하고 바다가 무대인 소설을 쓰도록 이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작고 마른 체형의 그레고리오 푸엔테스는 헤밍웨이의 배 ‘필라 호’ 에서 약 30년간이나 일한 선원이었다. 그동안 그는 세 번의 허리케인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맛좋은 음식을 만들었으며(전갱이 요리가 그의 특기였다), 무수히 많은 물고기를 잡았고, 짐작건대 그보다 더 많은 술상을 차렸을 것이다. 헤밍웨이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필라 호를 잠복 경비정으로 변신시켰을 때도 푸엔테스가 그의 곁에 있었다. 폭탄과 바주카포를 비롯한 갖가지 무기를 배에 싣고서, 헤밍웨이와 푸엔테스는 잠수함을 구경하겠다는 일념하에 해안을 쭉 돌아보곤 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그들이 진짜 잠수함과 마주친 적은 없었다.

이처럼 헤밍웨이와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덕에, 푸엔테스는 작가의 팬들에게 신뢰를 얻게 되었다. 그는 헤밍웨이의 흔적을 좇는 관광객들에게 자기가 실제 ‘노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다. 소설의 탄생에 그가 어떻게 일조했는지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와 사진들을 근거로 내세운 푸엔테스의 ‘자랑질’은 2002년 그가 10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쭉 이어졌다.

물론 푸엔테스는 본인이 주장하는 것만큼 대단한 인물이거나 진짜 ‘노인’의 모델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헤밍웨이가 직접 그렇다고 인정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엔테스가 헤밍웨이와 푸익의 첫 만남을 목격한 것만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1999년 CBS 뉴스 채널의 <선데이 모닝>과 인터뷰를 하다가 그때에 관한 기억을 털어놓았던 것이다.



                                                                 ⓒ정가애

“그날도 바다에 나갔는데, 우리가 거기서 노인과 바다를 발견한 겁니다. 한 노인이 조그만 배에 엄청 큰 물고기를 매달고서 물 위를 떠다니는 장면이었죠. 그러고 나서 헤밍웨이 선생님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적당한 제목을 붙이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제목을 정해드렸죠. ‘노인과 바다’로 말입니다.”

글쎄, 이 작품의 제목을 지은 사람이 정말 푸엔테스일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이 인터뷰가 행해진 때는 푸엔테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밝혀줄 헤밍웨이가 세상을 떠난 후였으니까.

푸엔테스가 오기 전에는 카를로스 구티에레스라는 사람이 필라 호의 선장이었다. 후임자처럼 유명세에 집착하지 않았음에도 구티에레스는 오히려 헤밍웨이의 ‘노인’ 후보에 더 적격인 인물이었다. 1936년 4 월,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가 걸프 만에서 낚시를 즐기는 헤밍웨이를 취재하여 기사로 실었다. 그때 헤밍웨이는 구티에레스에게서 들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카바냐스 해안에서 웬 노인이 일인승 보트에 타고 낚시를 하다가 엄청나게 큰 청새치를 낚았는데…….”

그 청새치가 힘이 얼마나 셌던지, 순식간에 보트를 바다 한가운데로 끌고 갔다고 한다. 불쌍한 노인네는 릴을 감았다 풀었다 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곧이어 굶주린 상어떼가 나타나 노인의 포획물을 마구잡이로 뜯어 먹었다. 헤밍웨이는 이 실제 이야기를 단편소설로 옮기기로 마음먹고, 담당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에게 이에 관한 내용으로 편지를 썼다.

‘카를로스 노인네랑 같이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볼 참입니다. 제대로 해보려고요. 다른 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바다 한복판에서 오랜 시간 조각배 하나로 버티는 거예요. 거기서 카를로스가 하는 행동과 생각 전부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잘만 하면 정말 굉장한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헤밍웨이가 구티에레스를 모델로 ‘노인’을 구상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설령 아니라 해도 이 나이 든 선장의 이야기와 노련미가 헤밍웨이의 작품에 일정 부분 녹아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드넓은 바다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는 낚시꾼의 이야기를 쓸 때, 과연 헤밍웨이는 실존인물을 마음에 두고 노인을 그렸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실존인물은 누구일까? 이러한 의문에 속 시원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작가뿐이다. 그러나 그 작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이제 이 의문은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노인과 바다》는 1952년에 발표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라이프>지에 최초로 실린 데 이어 책으로도 출간된 이 작품은 평단과 독자들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는 데 성공했고, 헤밍웨이는 이 소설로 195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자연히, 이 감동적인 이야기의 탄생배경에 대한 독자들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만 갔다. 헤밍웨이가 현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 것이 처음도 아니건만, 유독 《노인과 바다》에 한해서는 자신이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나타났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미국의 소설가. 1899년 시카고 교외의 오크파크에서 태어났다. 1923년 《3편의 단편과 10편의 시》를 시작으로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며, 전쟁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출간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외에 대표작으로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 등이 있으며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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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실리어 블루 존슨 저/신선해 역 | 지식채널

작가들의 문학적 영감에 대해 늘 궁금해하던 편집자 실리어 블루 존슨은 어느 날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소설의 첫 줄이 탄생하기 이전의 일을 찾아보기 시작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우아한 사교계 명사를 창조하기 위해 밟았던 과정을 직접 따라가면서, 그녀는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문학작품을 품은 작가들의 반짝이는 영감을 캐내보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작가들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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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실리어 블루 존슨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영미문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출판사 랜덤하우스와 그랜드 센트럴 퍼블리싱에서 편집자로 근무했다. 비영리 문예지 「슬라이스Slice」를 공동 설립, 운영하면서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평소 많은 작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어떻게 문학적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글로 옮기는지에 관심이 많았던 존슨은 《댈러웨이 부인》, 《오만과 편견》, 《노인과 바다》, 《어린 왕자》 등 위대한 문학작품들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을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에 오롯이 담아냈다. 현재는 유명 작가들의 독특한 글쓰기 기술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실리어 블루 존슨> 저/<신선해> 역12,4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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