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와 같이 놀자~ 무게 잡지 말고! - 싸이, 피오나 애플, 가을방학

싼 티란 이런 것! 현대판 ‘광대’ 싸이의 정규 6집 ‘정상의 잣대’에서 빗겨나간 피오나 애플의 앨범 인디 신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을방학의 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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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국내에 이렇게 특이한 경력의 가수가 또 있나 싶습니다. 처음에는 엽기 콘셉트의 가수로 유명했지만 후에는 히트곡을 연달아 배출하는 스타 작곡가로 이름을 알리고, 이제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연둥이’로 그 이미지를 굳혔으니 말이죠. 싸이의 6집 앨범은 역시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흥을 여실히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하네요.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고 있는 그의 정규 6집 앨범을 소개해드립니다.

생각해보면 국내에 이렇게 특이한 경력의 가수가 또 있나 싶습니다. 처음에는 엽기 콘셉트의 가수로 유명했지만 후에는 히트곡을 연달아 배출하는 스타 작곡가로 이름을 알리고, 이제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연둥이’로 그 이미지를 굳혔으니 말이죠. 싸이의 6집 앨범은 역시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흥을 여실히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하네요.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고 있는 그의 정규 6집 앨범을 소개해드립니다. 광인(狂人)으로도 정의할 수 있을 피오나 애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와 인디 신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을방학의 신보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싸이(Psy) < 싸이 6甲 Part 1 >

싸이는 현대판 광대다. 스스로 망가지는 ‘잡것’을 자처해왔다. ‘싼 티란 이런 것’임을 반짝이 복장에서, 막춤으로, 최근에는 겨땀으로 제시했다. 가히 독보적인 캐릭터다. 유일무이한 아우라로 C급 정서를 건드리다보니 대중도 알아서 쿨하게 반응해준다. 그의 음악을 듣고 왠지 무게 잡고 있으려니 내가 못난 것 같아서다.

흥미롭게도 고려-조선시대의 문법을 빌리자면 싸이는 광대의 씨가 아니었다. 서울 반포동 출신으로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밟은 부르주아의 전형 아닌가. 육중한 몸체에다 끈적하게 몸을 더듬는 춤을 추는 괴상한 데뷔가수가 보스턴 버클리 음대 출신이라는 사실의 기묘한 부조화. 진짜 ‘잡것’이 사고를 저지르면 파행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싸이가 저지른 사고는 파격으로 인식됐다.

중요한 것은 섞여서 같이 논다는 점이다. 「강남 스타일」은 바로 싸이 그 자체다. 할 땐 하고 놀 땐 화끈하게 모여서 논다. ‘강남’ 스타일을 대놓고 바람직한 모델로 정의시켜놓음에도 계층 간에 갈등요인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이트클럽 DJ의 화법과, 무대를 뒤엎는 1980년대 말춤 같은 유쾌한 퇴행을 보고 위화감에 맞닥뜨릴 가능성은 미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싸이는 ‘강남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바로 너’를 계속 호명한다. 사는 곳이 뭔 대수냐. 나와서 같이 뛰자고 팔을 잡아당기는 것이다.

이러한 열정 때문인지 여름과 이벤트가 있는 곳에 그가 있다. 사실 이번 6집 앨범도 딱히 새롭다는 구석을 찾긴 힘들지만 제 6호 태풍마냥 가요 판을 휩쓸고 지나가는 무서운 흥겨움이 단점까지 덮치는 형국이다. 「강남 스타일」의 앞뒤에는 「청개구리」와 「뜨거운 안녕」이 버티고 있다. 「청개구리」에서는 장르는 다르지만 록 스타적 기질을 지닌 지-드래곤과 난장을 벌이고, 성시경과 싸이가 이룰 수 있는 놀라운 조합을 토이의 원곡보다 활기차게 거듭난 「뜨거운 안녕」에서 제시한다. 물론 이 모든 작업 뒤에는 역시 싸이의 단짝 유건형이 내조하고 있다.




[ 3집 - 안녕히 ]
[ 4집 - 싸집 ]
[ 5집 - 싸이파이브 ]



또 다른 장기인 발라드 신공은 9월 발매 예정인 파트 2에 실릴 가능성이 유력하다. 역으로 보면 파트 1은 제1구질인 댄스 리스트로 채웠다는 결론이 나온다. 단순한 전략이다. 데뷔한지 12년 동안 일관된 궤적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정직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싸이의 롱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머리 쓰지 않고 거리낌 없이 같이 놀자는 아이에게는 언제나 친구들이 바글바글했다.

글 / 홍혁의 ([email protected])


피오나 애플(Fiona Apple) < The Idler Wheel Is Wiser Than The Driver Of The Screw And Whipping Cords Will Serve You More Than Ropes Will Ever Do >

피오나 애플의 노래를 감촉으로 축약하자면 ‘축축하고 무거우며 끊어질 듯 조마조마하다’. 1996년 < Tidal >로 데뷔하여 마녀 아티스트의 계보를 이어가는 그의 신보는 무려 7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앨범 아트웍부터가 충분히 도발적이다.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 속에는 피부의 한 꺼풀을 벗겨낸 근육과, 실핏줄과 안구가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이런 풍의 그림, 왠지 낯이 익다. 정신질환을 앓았던 빈센트 반 고흐, 윌리엄 어터몰렌의 자화상이 오버랩된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지친 눈빛. 맞아. 이건 틀림없이 피오나 애플. 그녀다.


툭 터놓고 말하자면 우리는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소위 미치광이들의 작품에 두려움과 희열을 느낀다. 절벽으로 내몰린 그들의 상을 비춰, 삶의 위안과 비범한 미학을 획득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도전’을 목표로 한 실험이나 괴팍한 파격은 시시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대중들은 이런 ‘광기’를 경계하면서도 매료된다. 이는 인간의 기이한 이중성이 아닐 수 없다.

마치 ‘판소리’나 ‘염불’처럼 주저리 자기 말만 늘어놓는 「Hot knife」을 플레이해보자. 뜨겁고 날카롭게 뱉어내는 노랫말은 마치 재즈 스캣을 연상시킨다. 언니 모드 마가트가 코러스로 가세하면서, 두 자매는 우리 머릿속에서 정신없이 떠들어댄다. 단시간에 미친 사람으로 빙의되는 현기증과 메스꺼움이 스친다.


그의 음악은 ‘불’의 연속이다. ‘불안’하고 ‘불온’하며 결국은 ‘불치병’으로 치닫는다. 그녀 안을 태우는 새빨간 불은 걸러지거나 다듬어지지 않고 그대로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나를 보라(Look at, Look at, Look at me - 「Daredevil」)는 비명에 소름이 끼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게다가 「Regret」에 이르러서는 사운드는 축 늘어지며 바닥을 긴다. 이런 선연한 감각은 부드럽고 안전한 가공품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감당하기 힘든 위협으로 다가온다.

The Idler Wheel Is Wiser Than The Driver Of The Screw And Whipping Cords Will Serve You More Than Ropes Will Ever Do (나사용 드라이버 보다는 유동바퀴가 더욱 현명하고, 위핑 코즈(굵은 로프를 바깥으로 묶어주는 가는 끈, 항해에 쓰임)는 로프더미 이상으로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 Tidal ]
[ When The Pawn... ]



신보의 타이틀은 특유의 ‘문장형 제목’의 연작이다. 1999년 역사상 가장 긴 제목으로 기네스북에 등재했던 < When the pawn...>(너무 길어 보통 이렇게 부른다)의 뒤를 이은 함축되고 암시된 예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밤을 샌 후 해가 떴을 때 떠올라 급하게 결정한 제목이라 한다. 앨범의 성격도 비슷하다. 곡의 구성은 종잡을 수도, 얽매임도 없이 직관적이다. 어차피 그의 음악은 ‘정상의 잣대’에서 빗겨나가 있다. 선택받은 체질만이 피오나 애플과 마주하며 그냥 단지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I just want to feel everything은 Every Single Night의 후렴.)

글 / 김반야([email protected])


가을방학 < 실내악 외출 (with 김재훈) >

앨범 제목에서 실내악은 부동적인 클래식의 이미지를 그리고 외출은 신선한 일탈로 대중음악과의 협업을 직감하게 한다. 문득 스트링 사운드로 인한 과도한 감성주의가 우려되지만 두 DNA의 수려한 이음새는 기분 좋은 안도감을 선사한다.

2009년 계피와 정바비가 결성한 어쿠스틱 듀오 가을방학이 앙상블 밴드 티미르호의 리더 김재훈과 만나 ‘외출’을 했다. 언니네 이발관 원년멤버인 정바비의 문학적 감성을 적절히 변환하는 작법과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김재훈의 화성을 이용한 전개의 만남은 대중음악과 고전음악의 공생이라는 실험적인 작품에서 나름의 배역을 소화한다.

< 실내악 외출 >은 올해 3월, 첫 조우를 이룬 < 가을방학, 클래식에 빠지다 > 공연에서 증발한 음악을 응집해낸 소산물이다.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부터 기른 김재훈의 숙달된 연주 음악으로의 넘나듦에 큰 인상을 얻었다는 가을방학의 언급처럼 이들의 조화는 신뢰로 뭉쳐있으며 또한 과감하다. 완성도를 위해 ‘동행’의 편곡 과정에서 원곡의 후반부와 가사를 들추어내는 재건축을 감행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가을방학의 기존 네 곡과 두 개의 신곡 그리고 김재환의 연주곡이 수록된 이 음반은 단출함과 유기적인 사운드 배치로 낯섦을 없앤다. 「한낮의 천문학」에선 티미르호의 피아노-현악(첼로)-관악(클라리넷) 편성을 통해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의 수수한 보컬에 서정성을 덧입히고 「첫날밤」과 「여배우」는 콘트라베이스, 우쿨렐레, 탬버린 등 어쿠스틱의 담백함과 교차한다. 후반부에 위치한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Long story short」, 「이브나」는 하나의 변주곡을 듣는 것 같은 유기성을 자랑하며 두 곡 사이에서 감정을 조율한 연주곡 「Long story short」는 교각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김재훈의 뛰어난 감각을 체감시킨다.

< 실내악 외출 >은 클래식을 가을방학의 음악에 어울리는 맞춤형 사운드로 반전시킨다. 귀로는 어쿠스틱 음악의 가벼움을 체감하지만 이내 감성을 널리 에워싸는 저력을 증대한다. 이렇게 체형에 맞는 옷만으로도 이들의 외출은 상쾌하다.

글 / 김근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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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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