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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인 블랙 3>와 함께 본 외계인에 관한 영화들: 머리 큰 그 아이, 나의 적인가? 친구인가?

정작 우리가 두려워해야하는 것은 외계인이 아니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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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맨 인 블랙 2>가 개봉한 뒤 10년 만에 나타난 <맨 인 블랙 3>는 시리즈 최초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시리즈를 이어가기에 나이가 들어버린 타미 리 존스를 계속 등장시키면서도 윌 스미스와 짝패를 이뤄 발랄한 댓구를 이뤄낼 사람을 찾아내기 위한 3편의 전략은 시간여행이다.


벌써 15년 전이다. 1997년 개봉한 <맨 인 블랙> 시리즈의 1편은 세계적으로 약 5억 9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오래 전부터 외계인 1,500명이 맨해튼에 살고 있는데 ‘MIB’(Man In Black)란 조직이 아무도 모르게 그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재기 넘치는 농담이었다. 이미 외계인에 일가견이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프로듀싱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악당이지만, 미워할 수 없게 앙증맞아 지구를 지키기 위한 이 대단한 소동은 시종 유쾌한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2002년 <맨 인 블랙 2>가 개봉한 뒤 10년 만에 나타난 <맨 인 블랙 3>는 시리즈 최초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시리즈를 이어가기에 나이가 들어버린 타미 리 존스를 계속 등장시키면서도 윌 스미스와 짝패를 이뤄 발랄한 댓구를 이뤄낼 사람을 찾아내기 위한 3편의 전략은 시간여행이다.


1969년으로 날아간 <맨 인 블랙 3>는 여전히 식지 않는 복고의 기억상실에 영화의 절반쯤을 기대고,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배치한다. 여기에 조쉬 브롤린은 젊은 시절의 케이가 되어 현재의 케이(토미 리 존스)의 젊은 시절을 효과적으로 현재에 환기시킨다. 60년대 극심했던 인종차별을 가볍게 비꼬는가 하면, 1969년대의 MIB 본부와 현재의 본부를 비교하는 소소한 에피소드도 경쾌하다. 게다가 시대의 아이콘 앤디 워홀이 작전을 위해 위장한 인물이라고 설정하는 재치도 부린다.

<써니>, <건축학개론>과 같은 복고적 영화의 시류는 세계적으로도 여전히 유효해서 <맨 인 블랙 3>엔 히피, 인종차별, 락앤롤, 오노 요코 등 복고 아이템이 등장한다. 지극히 미국적인 정서라 깨알같은 재미를 느끼긴 어렵다는 아쉬움은 있다. 티격거리긴 하지만 좋은 짝패였던 제이와 케이의 관계는 3편에 이르러 우정을 넘어설 정도로 애틋하다. 현재의 케이와 1969년 젊은 시절의 케이를 모두 겪은 제이는 케이가 왜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았는지 이해하게 되는데, 그 감정의 교류는 거의 로맨스처럼 보일 정도로 각별하고 또 일정 부분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또한 이러한 설정은 이미 충분히 나이를 먹은 윌 스미스에게 계속해서 너스레를 떨게만 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담고 있다.


다른 감독에게 넘기지 않고 시리즈의 3편을 모두 연출한 배리 소넨필드 감독은 성공적인 트롤로지를 만들어냈다. 이미 10년이란 세월을 넘어설 만큼 이 시리즈가 지속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회의도 있었지만, 이미 추억의 공상영화가 되어버린 <맨 인 블랙> 시리즈는 훨씬 더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 복고의 힘을 영화에 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여전히 윌 스미스에게 기댄 자잘한 개인기는 윌 스미스의 저력이 여전히 죽지 않았음을 관객들에게 일깨워 준다. 물론 시간 여행에 대한 고전이 된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기시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맨 인 블랙 3>는 충분히 즐기고 만족할만한 영화로 탄생했다.


미지의 침략자, 외계인


<우주전쟁>


<에일리언>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공상과학 영화는 1953년 허버트 조지 웰스 감독의 <우주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1950년대는 UFO에 대한 열풍과 냉정시대의 히스테리가 공존하던 시기였다. 외계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경외감은 동시에 두려움이었다. 50년대는 외계인 침공과 그에 맞서 싸우는 영화가 주를 이루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철학적인 영화도 있지만, 주로 외계인의 침공에 대한 영화는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 두 생명체 사이의 사투를 주로 담고 있다.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은 절대 악으로서의 외계인에 대한 두려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외계인이냐, 지구인이냐 하는 대치적인 싸움 안에서 두 존재는 절대로 공존할 수 없다. 필립 카우프만과 아벨 페라라라는 걸출한 감독들에 의해 두 차례나 리메이크된 돈 시겔 감독의 1956년 작 <우주의 침입자 Invasion of body snatchers>는 지구인의 몸을 숙주삼아 점점 퍼져가는 바이러스 같은 괴생명체에 대한 두려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공포는 외계 생명체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어느 순간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담아낸다.


< X 파일 >


<애스트로넛>

90년대 이후 외계인의 지구 침략이라는 주제는 TV 시리즈 < X 파일 >을 통해 부활했다. 여전히 떠도는 외계인의 지구인 납치에 관한 전설은 이 시리즈를 통해 다시 한 번 재조명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지극히 미국적인 영웅담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끈 저변에 < X 파일 >이 이끌어간 음습한 분위기가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외계인에 적대적인 영화의 틈에 외계인을 통해 지구인을 조롱하는 팀 버튼 감독의 <화성침공>이라는 재기 넘치는 작품도 함께 한다.

장르 영화로서 외계인의 영화는 조금씩 변주를 가하는데, 섹시한 외계 생명체를 다양한 시각적 즐거움을 준 <스피시즈> 시리즈나, <에볼루션> 같은 액션 코미디도 등장했다. 조니 뎁과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한 <애스트로넛>은 우주비행사 스펜서가 지구로 귀환한 이후, 달라진 남편의 존재가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심리적 공포를 담아낸다. 이미 우리가 충분히 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외계 생명체에 대한 상상은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안온한 나의 현실을 위협하는 존재로 귀결된다. 그리고 외계인이 우리의 친구라고 강변하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우주전쟁>을 통해 무자비하게 지구를 학살하는 외계인의 존재를 그려냈는데, 이 영화는 외계 생명체에 대한 두려움에 앞서 9.11 사태를 겪은 미국인의 정신적 공포를 담아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지구를 지켜라!>

외계인 영화 우리나라에는 왜 없나 하는 분에게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를 권한다. 이 영화는 2003년 가장 독창적인 데뷔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홀로 외계인의 지구 점령을 걱정하는 청년 병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다. 병구의 치밀한 연구에 따르면 물파스는 외계인의 신경계를 파괴한다. 여기에 외계인의 발등을 피가 날 때까지 문지른 뒤 물파스를 듬뿍 발라주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한국영화에서도 외계영화가 있다는 점, 무척 반갑지 않은가?


내 친구, 외계인


<인디펜던스 데이>

<인디펜던스 데이>, 외계인이 세계 주요 도시 상공에 출몰한다. 친구처럼 다가왔지만 어느새 그들은 지구 전체를 자신들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공격한다. 팀 버튼이 낄낄거리며 만든 <화성침공> 역시 마찬가지이다.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그들이 어느 날 우리를 찾아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 X 파일 >의 주인공 멀더는 늘 외계의 존재를 믿고, 외계인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으로 그려진다. 우리는 외계인과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E.T >

두려움을 지우고, 경외를 표한 사람은 70년대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그는 1977년 <미지와의 조우>를 통해 외계인에 대한 낙관적인 판타지를 선보인다. 그리고 1982년 < E.T >를 통해 외계 생명체가 순수한 아이들의 친구라는, 외계인의 그 순수함에 비해 지구인의 이기심은 얼마나 더러운지를 보여준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낙관적 정서는 <맨 인 블랙> 시리즈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이 영화 속의 외계인은 무작정 지구인을 공격하는 존재가 아니라, 곳곳에 존재하지만 관리만 잘 하면 공존할 수도 있는 생명체로 그려진다.


<황당한 외계인, 폴>

스필버그 덕분에 외계인에 대한 영화의 층위는 훨씬 다양해졌다. 킴 베이싱어의 <새 엄마는 외계인>은 섹시하고 귀여운 여성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을 그린 떠들썩한 코미디였다. 2011년 <황당한 외계인, 폴>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의 정신을 이어받은 경쾌한 외계인 영화다. SF와 외계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두 남자가 여행 중 상상도 못했던 진짜 외계인 폴과 만나면서 한바탕 해프닝을 겪는다는 얘기다.

외계인 폴은 괴상하게 생겼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아주 오래 지구에서 생활한 덕분에 유창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대해 걸쭉한 욕까지 서슴지 않는다. 영화는 떠들썩한 추격전과 액션 장면 대신 외계인의 눈을 통해 들여다 본 미국문화를 조롱하고 패러디 한다. 거기에 더해 지구인들이 열광하는 대중문화의 탄생에 폴이 기여했다는 에피소드는, 몇몇 연예인의 외계인 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하여, 한국에는 서태지까지)에 힘입어 낄낄거리게 만든다. 영화는 제목과 달리 황당하지 않고, 외계인을 만나 열광하는 순수한 인물들을 통해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다. 괴짜 같지만 사랑스러운 두 남자와 기괴하지만 사랑스러운 외계인이 만나 우정을 나누는 이 영화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흐뭇한 영화이다.




다시 <맨 인 블랙 3>로 돌아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지구에 외계인이 곳곳에 숨어 살고 그들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MIB라는 조직이 있다는 매력적인 설정에도 있지만, 제이와 케이라는 인물들의 관계에 있다. 3편에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두 사람의 관계가 더욱 긴밀하게 엮여나가는 그 과정에 있다. 제이와 케이는 직장 선배와 후배로, 또는 친구로, 나아가 아버지와 아들처럼 비춰진다.

< X 파일 >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순간은 외계인의 존재를 밝혀나가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이 아니라 멀더와 스컬리 사이에서 미묘하게 흐르는 감정의 교류에 있다. 외계인을 침략자로 본 수 많은 영화들에서도 지구인들이 생존을 위해 싸워나가는 중, 발견하게 되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대부분의 감정적 축이다. 심지어 <에일리언> 시리즈에는 외계인과 리플리 사이의 ‘엄마’라는 요소가 묘한 동질감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시리즈의 종말에는 리플리가 외계인을 품어낸다.

결국 외계 생명체를 파괴자로 그리던 우리의 친구로 그리던, 그런 영화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랑,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사랑인 셈이다. 테러와 핵, 국가 간의 이익 때문에 벌어지는 외교전쟁까지 이미 지구인들은 미지의 외계인만큼이나 서로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된 이 마당에 정작 우리가 두려워해야하는 것은 이미 인간을 다 파악한 외계인이 아니라, 외계의 존재만큼이나 그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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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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