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에게 보내는 편지, 김장훈의 리메이크 앨범
데뷔 10주년, 싸이의 유쾌한 5집
피아노 버전의 「Billie Jean」동영상으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에코브릿지의 신보
2010년은 전설의 가수 ‘김현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해죠.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월을 관통하는 음악의 힘은 위대한 것 같습니다. 생전의 깊은 인연을 맺은 김장훈이 톤을 낮추어 주옥같은 곡들을 리메이크했네요. 11월에 들어선 지금, 옛날을 추억하며 감상해보세요.
2010년은 전설의 가수 ‘김현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해죠.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월을 관통하는 음악의 힘은 위대한 것 같습니다. 생전의 깊은 인연을 맺은 김장훈이 톤을 낮추어 주옥같은 곡들을 리메이크했네요. 11월에 들어선 지금, 옛날을 추억하며 감상해보세요. 기꺼이 우리의 ‘연예인’이 되어주는 가수 싸이의 유쾌한 5집, 마지막으로 데뷔전,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을 피아노로 편곡한 동영상으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바 있는 에코브릿지의 2.5집도 소개합니다.
이 앨범으로 김장훈은 새삼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토해내듯 절규하며 갈라지는 것도 불사하던 그가 상대적으로 톤을 낮추었다. 타이틀 「비처럼 음악처럼」과 이번 앨범의 수작인 「여름밤의 꿈」에서는 심지어 곱게 노래하기도 한다. 김현식이 살아 있을 때 동생으로 통했던 지극의 친한 인연이 작용한 걸까.
그 자신도 앨범을 전설의 예우라는 의미도 있지만 ‘형에게 한번 내 노래 들어봐!’ 하는 성격의 다분히 개인적인 앨범이라고 밝혔다. 앨범제목 ‘김현식에게 띄우는 편지’가 웅변한다. 김장훈이 故 김현식에게 원하는 것도 단순하다. “답장으로 그 웃음 한번…”
김장훈 가창력에 대한 시각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는 일반적인 노래패턴을 따르지 않고 바닥에서 끄집어내는 무언가, 남들은 매끈하지 못하다고 하지만 자신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원시적인 무언가를 최고로 친다. 아직도 그런 주장이 「언제나 그대 내 곁에」의 클라이맥스 대목을 비롯해 수록곡들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김장훈은 이번의 경우 자신의 지향과 타인의 시선의 ‘중간’을 취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위시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의연 중 가져온 효과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히든카드’였다는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김장훈 보컬 색조의 변화는 물론 김현식 곡의 패턴에도 살짝 변형을 주면서 전체적 재탄생을 가져왔다. 무게의 획득이라는 이 소득은 「여름밤의 꿈」은 물론 「이별의 종착역」과 현악의 대선(代旋) 처리가 압권인 「사랑했어요」와 「비처럼 음악처럼」에서 광을 낸다.
빠른 곡조인 「봄여름가을겨울」과 「변덕쟁이」, 「사랑 사랑 사랑」에서도 오케스트레이션은 박진감을 더해준다. 하지만 이 곡들에서도 김장훈은 좀처럼 격하게, 독하게 질주하지 않는다. 그답지 않게 많이 참고 눌러 노래한다. 아마도 이번 작품은 ‘인내의 앨범’이라는 점에서 그에게 새로운 전기(轉機)가 될 앨범이다. 김장훈적이면서 동시에 김장훈적이지 않다고 할까.
부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그 설렘과 자신의 모든 것이었다는 김현식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느껴진다. 평소 김장훈을 싫어하던 사람과 좋아하던 사람이 모처럼 악수할 수 있을 앨범이다. 김현식은 이렇게 죽어서도 음악팬들을 움직인다. 수작 리메이크 앨범이다.
싸이도 어느덧 데뷔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벌써 10년이다. 체감속도가 빠를 만도 하다. 수록곡 「싸군」의 가사 대로 보면 대마 1년, 자숙 1년, 대체복무 3년, 재판 1년, 현역 2년, 합이 8년이기 때문이다. 일반 가수 서너 명은 너끈히 보낼 수 있었던 스캔들에도 인동초 마냥 재기할 수 있었던 요인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미친 존재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보태서 콘서트와 축제 무대를 휩쓸며 지지기반을 다져 놓은 접근법도 한 몫 기여했을 것이다.
물론 「끝」과 「비오니까」 같은 발라드 레퍼토리도 존재했지만, 싸이는 무엇보다도 흥을 제 1강령으로 내세우는 뮤지션이다. 이러한 기조는 다섯 장의 앨범을 관통하며, 강화시켰다. 퍼포먼스의 열정은 로커, 전달법의 측면에서는 힙합, 사운드의 진폭은 댄스비트인 다차원의 난장은 와이지(YG)로 둥지를 옮겼다고 해서 변이될 사안이 아니다.
자기 영역을 고수하겠다는 포고는 「Right now」에서 내 목소리에서 기계소리 빼라는 도입부에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오토튠 보다는 1980년대 뉴웨이브의 잔상을 채집한 신시사이저 루프에 늘 집중했던 과거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게다가 콘서트 무대에서 극한의 엑스터시 재현을 다분히 의도한 점층적인 반복 후렴구의 배열은 「챔피언」과 겹쳐진다. 역시나 단짝인 유건형 싸이 조합의 작품이다.
스펙터클함이 필수조건인 공연용 트랙들이 눈에 쉽게 탐지된다.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웅장한 감흥을 주기에 충분한 ‘예술이야’, 관객들에게 간단한 사전교육을 거쳐 후렴구를 유도할 듯 보이는 「오늘밤새」가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에 「싸군」과 「서울의 밤거리」는 퍼포머로 치우친 이미지의 균형을 조율하는 추로써 작용한다.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진행의 재미를 긴 호흡으로 전달하는 래핑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싸군」에서 데뷔 후 10년간의 시간을 대변하는 주요 키워드를 적절하게 라임화시켜 압축적이지만 익살맞게 써내려간 점이나, 술자리에서 낄낄대며 나눌 만한 밤거리 문화를 과감하게 「서울의 밤거리」에서 묘사했기에 청취자에게는 다음 소절을 기다리게 하는 흥미요소를 제공한다. 다만 이 같은 곡이 전체 앨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에도 싸이는 충분히 예상되는 답안을 내놓았다. 사실 그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별안간 드레드 머리를 하고 레게에 투신한 몽타주를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나름의 독자적인 영역 안에서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결과물이다. 이로써 싸이의 콘서트 레퍼토리에 십 여 곡이 업데이트 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뀐다. 만남과 이별도 마찬가지다. 다 알 것 같다가도 아직도 모르는 감정들의 순환이다. 계절과 사랑 모두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노력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가을 안에서 설렘을 안겨준 사람을 떠나보낸 후의 심상들이 펼쳐진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도 있다. 가을이라는 하나의 테두리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에코 브릿지 혼자만이 풀어내는 이야기가 아닌 정엽, 나얼, 박주원 등의 참여로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 폭을 넓힌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회상, 미련, 아픔, 체념, 후회 등 이별 후의 기본적 요소를 짚는다.
회상이 주제가 된 「가을이 아프다」에는 간결한 피아노 아르페지오 연주와 담담하게 노래하는 에코 브릿지의 음성이 담겨있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나얼은 홀로 맞이하는 처음 날의 아픔을 「첫째 날」에서 노래한다. 에코 브릿지와 허니듀오(Honeydew'o)라는 작곡 팀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정엽은 「나랑 가자」에서 남은 미련을 토로하며, 박주원의 라틴풍 기타 연주와 타악기의 경쾌함은 「사랑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아쉬움과 후회를 부각시킨다. 피아노 연주곡 「또 다시 가을」은 체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아프지만 부담이 없다. 화려한 사운드와 자극적인 어투로 억지로 들추려 하지 않는다. 절제된 악기 편성으로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설득력이 있는 소리가 되었다. 여백을 남겨둬 그 공간에서 느끼고 뒤돌아보며 자가 치유할 수 있는 음악을 선사한다. 우연, 필연, 운명은 더 이상 곁에 없어도 <Fall-Ache>가 만추(晩秋)의 통증을 토닥인다.
서른둘 젊은 호스피스 간호사의 에세이. 환자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겪고 느낀 경험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나눈 이야기는 지금 이순간 우리가 간직하고 살아야 할 마음은 무엇일지 되묻게 한다. 기꺼이 놓아주는 것의 의미, 사랑을 통해 생의 마지막을 돕는 진정한 치유의 기록을 담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