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기타쟁이가 담아낸 어쿠스틱 팝 - 조정치, 방사능, 릭 로스(Rick Ross)

한영애, 강산에 등과 함께 작업한 바 있는 기타리스트 ‘조정치’의 앨범은 화려한 테크닉대신 깔끔한 사운드로 승부하는 어쿠스틱 팝입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앨범 두 장은 모두 힙합인데요, 요즘 같은 날씨의 찌뿌듯함을 날려주는 건 둔중한 힙합 리듬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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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세션으로 다져진 연주인들의 앨범이라 하면 치열한 탐구와 빈틈없는 사운드, 너무 반듯해서 재미없는 음악이라 생각하시나요? 한영애, 강산에 등과 함께 작업한 바 있는 기타리스트 ‘조정치’의 앨범은 화려한 테크닉 대신 깔끔한 사운드로 승부하는 어쿠스틱 팝입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앨범 두 장은 모두 힙합인데요, 요즘 같은 날씨의 찌뿌듯함을 날려주는 건 둔중한 힙합 리듬뿐인 것 같습니다. 방사능과 릭 로스의 앨범을 함께 소개할게요.

조정치 <미성년 연애사>(2010)

조정치는 강산에, 윤종신, 한영애 등 뮤지션들의 앨범과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기타리스트다. 보통 한 가지 악기에 전념한 사람이 앨범을 냈다고 하면, 지난 시간 동안 탐구한 연주 기구의 진한 맛과 가치를 담아내려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성년 연애사> 역시 그 공식을 벗어나진 않았지만, 록이 아닌 어쿠스틱 팝을 들고 나온 점에서 짜릿하다.

거칠고 굵은 사운드는 없다. 그 체형을 유지하는 비결은 박자에서 다른 대안을 만들었기 때문. 규칙적인 흐름에선 리듬 기타를 내세웠고, 그로도 모자란 부분에선 프로그래밍이 기존의 드럼을 대신했다. 박진감은 약한 모습이나 속도감은 뒤처지지 않는 것이 사실. 오히려 바이올린, 오보에, 휘슬, 트럼펫 등 어쿠스틱에서 자주 접하는 악기들의 소리가 그 빈자리를 무색하게 할 만큼 풍성하게 만든다.

풍요한 도구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30대인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남녀에 관한 가사는 묘한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제목만으로도 남다른 「사랑은 한 잔의 소주」와 「늙은 언니의 충고」, 서로의 불만을 대화하듯 노래하는 「마성의 여인」 등 가사 속 단어들은 일상에서 익숙하게 쓰이는 표현들이다. 소소하면서도 현실적인 낱말들이 귀를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기타쟁이로서의 사명감도 놓치지 않았다. 통기타와 전자 기타, 베이스 기타를 부지런히 등장시키며 노래의 배경으로서 온 힘을 다한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내세우기보단, 목소리와 어울리려는 노력에 우선순위를 둔 거 같다.

이런 안락한 음향과 재미난 어휘들에 비해 주인공이어야 할 보컬은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음이 올라갈수록 떨리는 목소리는 자연스레 곡의 불안감을 초래한다. 깔끔하지 못한 음정처리와 조마조마한 발성이 충족한 결과물을 뽑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세션 출신으로서 가지는 약점이 발견된다.

첫 앨범임에도 프로듀서, 작곡자, 연주자로서 깔끔한 인상을 가져다주지만, 정작 핵심이어야 할 가창력에서의 부족함은 아쉬움이 남는다. 차라리 피처링 멤버들을 주연으로 세워봤으면 어땠을까. 가수로서의 욕심과 앨범의 완성도 사이에서 좀 더 합리적이 선택이 필요하다.

글 / 이종민()

방사능 <리듬파워>(2010)

앨범이 재생되는 30여 분의 시간만큼은 머릿속이 복잡할 틈이 없다. 가식 없는 유쾌함과 주변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운 유흥의 열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놀기를 종용하는 입자들이 계속해서 방출되니 자기도 모르게 즐김에 동참하게 될 듯하다. 아무리 의식적으로 거부해도 몸은 벌써 동의한 뒤다. 3인조 힙합 그룹 방사능의 데뷔 앨범 <리듬파워>에는 확실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타이틀처럼 앨범은 리듬의 강건한 힘을 자랑한?. 장쾌한 메인스트림 힙합풍의 비트를 내보이는 「인천상륙작전」, 신시사이저 루프에 울림이 큰 드럼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맛을 동시에 낸 「We runnin'」, 간결하면서도 박력 있는 하우스 리듬을 타는 「Ah yeah」, 트라이벌 리듬으로 흥겨움을 크게 발산하는 「긴급상황」 등 몸을 흔들기에 좋은 리듬의 향연이라 할 만하다. 스킷 형식을 제외한 여덟 곡은 각기 다른 댄서블 비트를 찍어 대는 조립라인이나 다름없다.

방사능이 그렇다고 온전히 리듬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세 멤버는 박진감 충만한 래핑과 시원한 멜로디로 더욱 열띤 분위기를 생성한다. 지구인(이상운)은 탄력적인 플로우로 역동성을 높이며 현승민의 음성이 연상되는 행주(윤형준)는 깔끔한 보컬로 곡을 매끈하게 치장한다. 높은음이라 다른 멤버들에 비해 더 돋보이는 성경(김성경, Boi B)은 정돈되지 않은 듯한, 자유분방한 래핑을 펼쳐 노래에 거친 멋을 더해 주고 있다. 음악이 다채로운 빛을 발하는 것은 셋의 각기 다른 매력 덕분이다.

이들은 또한 히트곡 제목이나 익숙한 인물을 가사에 넣어 노래에 관심을 유도한다. 「We runnin'」은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가 언급되며 「긴급상황」에서는 손담비의 「미쳤어」와 여러 유명인의 이름이 등장해 괜히 친근하게 들린다. 「리듬파워」는 티아라의 「Bo peep bo peep」을 끼워 위트 있는 라임을 만들고 한편으로는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과 현진영의 「현진영 go 진영 go」를 섞은 듯한 훅으로 30대 이상의 청취자들이 흥미를 느낄 부분을 마련했다.

「My kind of girl」은 수록곡 중 유일하게 템포가 늦춰지는 노래지만 여기에서도 방사능은 활발함의 원기를 침하시키지 않는다. 부드러움이 전체를 휘감을 뿐 이상형을 발견했을 때의 설레는 마음은 어느 정도 탄성을 띤 비트로 나타나고 있다. 중간 템포의 넘버에서도 이들이 내건 흥겨움의 신조는 어김없이 연결된다.

방사능의 데뷔작은 ‘클럽에 살어리랏다’를 목표로 삼아 시종 즐거움이 넘쳐 나는 음악을 선사한다. 강조의 의미로 사용된 영어 욕설이 간혹 등장하긴 해도 힙합 클럽튠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퇴폐적, 외설적 표현이 거의 없어 불쾌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머리의 노역을 잠시 멈추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을 때,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리고 싶을 때에 만점에 달하는 효과를 낼 작품이다. 옆에 두고 있으면 언젠가는 잘 쓰인다.

글 / 한동윤()

릭 로스(Rick Ross) <Telflon Don>(2010)

주관적인 시각의 차이야 있겠지만, 같은 힙합이라도 삼복더위에 더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기 마련이다. 잘빠진 클럽 튠 사운드를 듣다보면 내 집이 곧 클럽이 되고, 시원한 맥주라도 있다면 그나마 열대야를 극복할 만한 여름나기법이 되지 않을까.

반면에 릭 로스(Rick Ross)는 몽타주를 보는 것만도 땀이 난다. 육중한 덩치에서 기인한 중저음의 래핑과 무슬림이라 오해를 살 만한 무성한 턱수염의 조합은 단숨에 보는 이를 압도한다. 앨범의 면면을 들여다봐도 스테이지 위에 클러버들을 불러 모을만한 말초적인 전자음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마디로 땀내 나는 슈퍼헤비급 매치다.

클럽 친화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 순위간의 괴리가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Telflon Don> 이전까지는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놓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Top 40 싱글 히트곡은 단 하나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티 페인(T-Pain)이 피쳐링을 한 「The boss」다. 클럽에서의 청취 가능여하에 따라 해외 힙합 뮤지션의 인지도가 결정되는 국내 상황 때문인지, 아니면 살벌한 외모 탓인지 국내에서 릭 로스는 ‘완소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릭 로스는 외강내유를 모토로 놀라운 융통성을 발휘하며 래핑을 지휘한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임팩트 강한 악센트를 부여받았을 때에 배가되는 흡인력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암울한 갱스터 비트가 흐르지만 래핑을 유심히 집중하고 들어보면 탄력 있게 완급을 조절하는 유연함이 숨어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갱스터 랩이 가졌던 매력의 정수를 온전하게 계승한 몇몇 래퍼로 릭 로스를 거론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준수한 래핑의 완성은 위엄이 흐르는 비트의 공이 크다. 적재적소에 포진된 음산한 분위기의 비트들은 오랫동안 공생관계를 맺어온 저스티스 리?(J.U.S.T.I.C.E League), 노 아이디(No I.D) 등의 손을 거쳐 낮게 매복하고 있다. 「B.M.F」, 「Maybach music Ⅲ」, 「MC Hammer」같이 갱스터 무비에 어울리는 트랙들이 연이어 꼬리를 문다. 뿐만 아니라,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특유의 유쾌한 멜로디가 코러스를 메우는 「Live fast, die young」도 릭 로스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흥을 돋운다.

필연적으로 남성이 몰려들 만한 요소가 다분한 앨범이다. 날씨가 더워 불쾌지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할 필요는 없다. 피칠갑으로 범벅된 잔혹극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릭 로스의 마초적인 랩을 들으며 순간적으로 자기이입에 빠져보는 것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리만족의 길이 될 수 있다.

글 / 홍혁의 ()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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