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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에게 던지는 세 가지 제언

세 가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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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하기 위한 욕을 배설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JYP와 박진영이 처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고민하려 노력했지요.

2010년 5월 16일 원더걸스의 새 싱글 <2 Different Tears>가 발표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한국 시장에서 그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원더걸스인지라, 가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발매되기가 무섭게 각종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요. 다만 신보에 대한 반응이 예전처럼 호평 일색은 아니었다는 점은 지적해야겠습니다. ‘언제까지 복고로만 밀어 붙일 거냐’라는 비아냥거림도 예전에 비해선 더 많이 보이더군요. 프로듀서 박진영이 본인 입으로 「Tell Me」 - 「So Hot」 - 「Nobody」로 이어지는 ‘레트로 3부작’의 종결을 고한 뒤에 다시 80년대 사운드와 컨셉을 차용해 온 곡이라 그런 반응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저 역시 곡 자체의 완성도는 둘째 친다손 해도, 과거의 사운드에 대한 어떠한 도전이나 재해석도 없이 안전한 차용의 길을 걷는 게 마뜩찮게 보이더군요. 이런 식으로 복고 콘셉트를 당장 먹기 좋게 하나씩 빼먹다 보면 원더걸스는 자칫 다시는 「Irony」 같이 당대 트렌드와 조우하는 곡을 부르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들고요.

한국처럼 음원 시장이 작은 나라에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게 원더걸스처럼 잘 조직된 거대 팬덤을 지닌 걸그룹에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 점을 감안하자면 이번 컴백은 다소 파괴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야박한 평가는 아니겠지요. ‘레트로 3부작’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열광에 비하면 「2 Different Tears」에 대한 평가들은 온도 차이가 분명하니 말입니다. 현재 물론 원년 멤버 선미의 석연치 않은 탈퇴로 인한 팬덤 축소의 여파도 있을 테고,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의 실패에 가까운 세일즈에서 이미 그 기색을 드러낸 걸그룹 열풍의 퇴조도 한몫했을 겁니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진화나 발전의 모습이 아니라 과거에 성공했던 안전한 복고 전략을 답습한 것도 문제일 수 있겠지요.

사실 뭐 그렇습니다. 원더걸스처럼 정상의 자리를 누렸던 그룹이라고 해서 언제나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죠.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더라도 그게 극복 못할 장애물이라고는 말 못 할 겁니다. 활동을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레 새로운 팬들이 기존 팬덤에 유입될 것이고, 새 멤버 혜림이 원더걸스에 잘 적응하게 되면 반감은 많이 희석될 테지요. 곡으로 발생한 문제라면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팬들의 평가를 받는 것으로 정면 돌파할 수 있을 겁니다. 걸그룹 열풍이 퇴조의 길을 걷는다고 해서 걸그룹의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테니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여전히 한 가지, 제가 위에서 정면으로 지적하지 않았던 문제가 남습니다. 섣불리 대중의 의사를 참칭하진 않겠습니다만, 제가 목격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프로듀서 박진영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반감의 대상은ㅡ제 판단에 의하면ㅡ아주 빠른 속도로 그의 제자들과 작품들로 퍼지고 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캡처

한때 SM과 DSP로 양분된 것으로 보이던 아이돌 시장은 DSP가 주춤하는 사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 YG와 JYP가 맹주가 되면서 SM - YG - JYP의 천하삼분지계의 균형을 이뤘습니다. 그 뒤로 재기를 노리는 DSP와 스타제국, 거대공룡 엠넷미디어 등등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는 형태지요. JYP는 전통으로 보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타들의 네임 밸류로 보나 한국 대중가요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명실 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입니다. 문제는 회사의 상징이자 간판인 프로듀서 박진영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회사 자체와 소속 아티스트들에게도 해가 된다는 겁니다. 물론 거대 기획사 사장들이 팬덤의 반감의 대상이 되었던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SM의 수장 이수만은 공공의 저주의 대상이었고, 젝스키스가 강제 해산에 가까운 해체의 길을 걸었을 때, 젝키 팬덤은 DSP의 사장 이호연의 차를 박살내겠다고 달려들었습니다(그 와중에 애꿎은 조영구 리포터의 차만 완파 되었습니다만).

그러나 경영과 음악의 영역이 비교적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는 SM이나 YG와는 달리, JYP는 경영과 음악의 부분이 거의 일치합니다. SM의 음악 색을 조율하는 대표적인 프로듀서라면 유영진과 Kenji, E-Tribe와 같은 이름을 떠올리고, YG의 대표적인 프로듀서라면 Teddy, Kush, G-Dragon, Perry, 용감한 형제 등의 이름을 떠올리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JYP의 대표적인 프로듀서라고 할 때 누구의 이름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는지요? 아마 많은 분들이 박진영과 방시혁 이후로는 다른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실 겁니다. 김창대나 홍지상, 조종수와 같은 작곡가들의 참여 지분이 낮은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습니다. 전면에 나서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색깔을 정의 내리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은 박진영이 혼자 도맡아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2PM과 원더걸스가 새 싱글을 들고 돌아올 때마다 첫 번째 싱글 커트는 어김없이 박진영이 프로듀스한 곡입니다.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2AM의 데뷔 싱글부터 2PM, 원더걸스의 모든 앨범에 박진영은 절대적인 음악적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들과 대중들이 만나는 최초의 접점마다 박진영이 있는 셈입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진영의 본업은 프로듀서이고 그래서 경영보다 음악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대표이사가 박진영이 아니라 정욱이라는 걸 예로 들어 보이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그런 말들을 믿어야 합니까? 작년에 2AM-2PM의 쌍끌이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음에도 여전히 연말 결산에서 40억이 넘는 적자를 면치 못하게 만든 JYP의 미국 진출도 결국 박진영의 결정이었습니다. 모든 이사들이 반대하는 것을 한 명 한 명 설득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노라 말했고 그것을 관철시켰노라고 이야기한 바 있지요. 박진영이 경영에 참여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말하는 건 마치 이수만 회장이 실무를 김영민 사장에게 넘겼다고 해서 SM의 의사결정에 이수만 회장의 의사가 반영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언사일 겁니다.

물론 아직 SM과 YG에서 이수만과 양현석의 무게감이 큽니다만, 그래도 오너 한 사람에게 시스템 전체가 집중된 구조는 아닙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수만 회장이 SM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고 해서 SM이 경영상의 위기에 봉착하진 않을 겁니다. YG에서 양현석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YG라는 기획사의 정체성이 사라지진 않겠지요. 그런데 JYP에 이르면 문제가 조금 까다로워집니다. JYP라는 기획사는 경영에서 음악까지 ‘박진영’ 원맨 플레이로 유지되고 있는 기획사이고, 그런 허약한 구조 때문에 박진영 개인의 신상에 문제가 오면 그 여파가 JYP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거지요.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철저한 분업화와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 구축으로 명실 공히 한국 아이돌 산업의 종가가 된 SM이나, 양현석과 Perry로 대변되는 1세대 프로듀서들 대신 Teddy와 Kush, G-Dragon 등의 신진 프로듀서들이 전면에 나선 YG에 비하면 JYP는 흡사 박진영 개인에게 종속된 사기업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JYP의 구조적 특징에 박진영에 대한 반감이 더해지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현재 JYP 소속 아이돌 가수들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 기저에는 박진영에 대한 반감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지요. 재범 도미 - 선미 탈퇴 - 재범 영구제명 - 영어 교사 폭로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에서 공통적으로 사태의 원흉으로 지목된 것은 JYP의 수장 박진영이었으니까요. 물론 2PM 사태에서는 남은 6명의 멤버들에게 고르게 원성이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연달아 회사의 매니지먼트 능력을 의심케 만드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고 회사 차원의 대응은 극히 미숙했지요. 거기에 박진영의 개인적 사생활이 연예 가십란에 오르내리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미지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이혼에 관련된 일이 안줏거리가 되는 건 안타깝긴 합니다만, 재범의 영구제명 사유가 ‘심각한 사생활 문제’라는 발표가 난 지 얼마 안 되어 터진 일 아닙니까. 미안한 말입니다만 뿌린 대로 거둔 셈입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아내도 기습 퇴출 통보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 제왑”이란 평까지 떠돌아다니고 있으니 말 다했죠. 적어도 제가 보기에 지금 JYP는 회사 차원에서 얻어먹은 욕이 박진영에게 다시 돌아가고, 박진영 개인이 듣는 욕이 다시 회사의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습니다.

전 이 사태가 참 씁쓸합니다. 제가 박진영에게 애정 한 줌이라도 남아 있어서도 아니고, 현재 JYP에 둥지를 튼 가수들 중 배타적인 애정을 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서도 아닙니다. 박진영이 그랬다던가요? “망하더라도 멋있게 망하자, 모든 걸 다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문제는 박진영은 이미 혼자 멋지게 망하고 말아도 좋을 처지가 아니라는 겁니다. 좋거나 싫거나 이미 JYP는 한국을 대표하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업체 중 하나이고, (원더걸스와 박진영이 미주 시장에서 거뒀다고 주장하는 성과는 둘째 치더라도) 범아시아 권역에 충성도 높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들이 한류의 문화적 정체성 규정에 기여하는 것만큼이나, 산업적인 부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도 무시하기는 어렵지요. JYP가 흔들리면 결과적으로 한국 대중음악 시장도 잠시나마 휘청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걸 다 떠나서, JYP의 그늘 아래 젊은 날들을 의탁한 그 많은 젊은이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박진영 말처럼 박진영 혼자만 멋지게 패가망신하고 툭툭 치울 수 있는 일이라면 저도 크게 안타까워하지 않겠습니다만, 한류 산업 자체와 수많은 JYP 사단 식구들의 청춘이 달린 문제입니다. 고로 미우나 고우나 JYP가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박진영=JYP”의 공식이 유효한 상황에선 그게 쉽지 않을 겁니다.

JYP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캡처


이 지점에서 전 박진영과 JYP가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책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물론 위에서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소속 아티스트들의 노래와 퍼포먼스가 뛰어나면 높은 평가의 힘으로 단기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JYP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가 그렇게 다 해결될 만큼 간단하고 단기적인 문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지금껏 JYP에서 있었던 아티스트들의 해체 혹은 탈퇴와 관한 루머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흘러 다니고 있지요. 회사 측에서야 ‘그것은 루머에 불과하다. 루머는 금방 사라진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god나 박지윤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소문들의 연식을 생각해보면 그 생명력이 참 길긴 한 모양이지요. 한 회사의 역사가 의뭉스러운 루머의 연대기로 쓰이고 있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근래 예능에서 JYP 출신이거나 현재 소속된 가수들의 입에서 박진영에 대한 거침없는 폭로가 웃음의 당의를 입고 흘러나오는 걸 보세요. 하나씩 들으면 별일 아닌 거 같아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들으면 아찔합니다. 이 정도면 이미 충분히 위험한 수위까지 왔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그러니 저처럼 제 앞가림도 못 하는 글쟁이가 무슨 기똥찬 복안이 있다고 명민하기로 이름난 성공한 사업가에게 제언을 하겠습니까만, 때로는 초야에 묻혀 사는 이름 없는 문사의 한마디도 곱씹어 볼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첫 번째 제언은 ‘회사의 공식적인 루트로 해야 할 발언을 다른 창구로 돌리지 말라’입니다. 근 몇 년간 이 바닥에서 일어나는 루머나 분쟁에 대해 유독 JYP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기자회견이나 홈페이지 발언의 횟수가 잦았습니다. 최근만 하더라도, 원더걸스의 원어민 영어 교사였던 다니엘 가우스의 원더걸스 부당대우 주장에 대해서 회사 측의 공식 해명보다 선예와 예은의 트위터 반박문이 더 많은 주목을 받았지요. 지난 2월에는 2PM 팬들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을 2PM 팬클럽 간담회가 있었고 말입니다. 물론 저는 선예나 예은, 그리고 남은 6명의 2PM 멤버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서 트위터를 운영하거나 발언 수위를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지적이고 사리분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아티스트들이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하는 걸 막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를 돌아봤을 때, 그들의 트위터나 간담회장에서의 발언은 응당 회사 차원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을 대신해서 발언했어야 하는 사안들이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정리가 되어야 할 해명과 반론들이 소속 가수들의 입과 손가락을 빌려 대중에게 유포되는 현상에 대해서 혹자는 ‘팬들이 회사를 믿지 않으니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소속 가수 본인들의 입을 빌려야 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현재 JYP가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은ㅡ그 진짜 의도가 어떻든 간에ㅡ회사 차원의 발언에 공신력을 실어주기 위해 소속 가수들을 병풍처럼 전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지금 당장에는 회사의 이미지 보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공신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당장에 재범 영구제명 사태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재범에 대한 영구제명 결정이 나머지 멤버들의 의사를 존중해 내려진 결정이었고, 직접 소통을 원하는 멤버들과 팬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날 그 자리에서 멤버들이 날 선 언어로 팬들과 언성을 높이는 결과를 보고만 있는 것은 옳은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녹취록이나 녹취 파일을 접하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습니다만, 잘잘못을 떠나서 이제 갓 20대에 진입한 남자애들과 팬들이 주고받은 언어는 정제되지 않은 채로 감정의 날이 시퍼렇게 서 있어서 아찔할 지경입니다.

팀의 리더의 영구제명에 대해서 회사 차원에서 충분히 납득이 갈 만한 사유를 들고 나와서 설명을 해도 모자랄 마당에, 멤버들을 그 자리에 함께 불러 놓고서는 ‘차마 여러분들께는 무슨 일인지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지만 위법은 아니고, 그러나 용인할 수 없는 심각한 사생활 문제로 제명해야 했습니다’라는 요지의 모호하기 그지없는 발표를 강행하다니요. 정상적인 매니지먼트 회사라면 소속 아티스트를 불필요한 루머와 비난으로부터 보호할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겁니다. 저로서는 아무리 거듭 생각해봐도 JYP는 재범 영구 제명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재범만큼이나 나머지 6명의 인권에 대해서는 숙고해보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런 식의 서투른 퍼블리시티가 반복되다 보면 고의적으로 어린 소속가수들 등 뒤에 숨어 여론의 질타를 피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JYP는 알아야 합니다. 원컨대 JYP의 본의가 그런 것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길거리에 담배꽁초만 버려도 경범죄 위반으로 3만 원짜리 딱지를 끊는 법치국가에서 ‘위법은 아닌데 끔찍한 사생활’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지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의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박진영은 현실 세계의 사적인 논쟁거리를 노래로 만드는 일을 삼가시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예술가에게 자신이 바라본 세계를 자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요. 또한 자신의 삶을 작품 속에 담아서 예술로 승화하는 것도 분명 권장할 만한 일입니다. 제 말은 현실에서 유리된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노래로 쓰란 소리가 아닙니다. 노래로 평가받아야 하는 아티스트들이 지극히 사적이고 논쟁적인 컨텍스트를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노래로 대중의 이목을 사고 그로 인해 이슈 마케팅을 벌이는 일은 하지 말란 이야기입니다.

2009년 12월 박진영은 ‘딴따라라는 게 참 우스운 것이 이혼의 아픔을 가지고 또 곡을 쓴다’고 말하며 자신의 이혼 후 심경을 담은 노래 「No Love No More」를 발표했습니다. 가수로서는 오랜만의 활동이기도 했고 그 나이까지 현역인 몇 안 되는 댄스 가수였기에 그의 컴백은 대중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이목이 유독 집중되었던 이유는 사실 박진영 개인의 이혼 외에는 아무것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직설적인 가사와, 여자를 처형 자세로 총살하고 자기 자신도 자살하는 다소 충격적인 뮤직비디오 도입부 때문이었죠. 유명인이 아니라서 변변한 발언의 기회도 없었을 전처의 입장에 대해서 고려했는지는 다소 의심스러운 마케팅으로 박진영은 가수로서의 자기 영향력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나중에 불거졌지요? 방방곡곡에 그 노래가 신나게 흘러나오던 바로 그 시기, 두 사람은 이혼 합의도 제대로 ? 된 상태였다는 게 올해 초 밝혀졌습니다.

단순하게 ‘이혼 합의가 채 안 된 상황인데 일방적으로 대중들에게 이혼을 공표했다’는 것으로도 이미 타격이 작지 않지요.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의 영역이고 결코 남들의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혼 과정에서의 분쟁이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의 안줏거리가 된 이유는, 박진영 본인이 먼저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가사로 담아서 열심히 홍보하고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논쟁이 남긴 당사자들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그것을 상품화해서 팔아 버리면, 소비자들은 그것을 존중할 만한 상처로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안줏감으로 좋은 가십으로 소비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노래를 단순히 노래만으로 인식하는 게 불가능해지지요. 이제 「No Love No More」 를 박진영 개인의 이혼과 분리시켜서 생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승환이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발표했을 때 ‘이 노래는 내가 겪은 일련의 일들에 대한 노래가 아니다. MBC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감동을 받아서 쓰게 된 곡이다’라고 열심히 설명하고 다닌 덕에 우리는 이제 그 노래를 이승환의 개인사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박진영의 경우는 노골적인 가사와 논란이 될 만한 뮤직비디오에서부터 대(對) 언론 홍보에 이르기까지 ‘이건 내 이혼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요? 이제 그 노래는 나름 빼어난 완성도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만으로 평가 받는 일은 요원할 겁니다.

그래도 본인 노래에서 그러는 것은 그 여파를 본인이 온전히 감당하면 되는 일이니 괜찮습니다. 이번에 새 싱글 앨범 <Don't Stop Can't Stop>으로 컴백한 2PM의 타이틀곡 「Without You」는 그 여파를 고스란히 남은 멤버들이 짊어져야 하게 생겼습니다. JYP는 이번 싱글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관계자’의 입을 빌려 ‘그동안 재범 탈퇴로 각종 루머에 시달리는 멤버들의 아픈 심정과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고 홍보했다가, 비난의 목소리들이 일자 ‘힘든 시간을 보내온 2PM이 겪어가는 시련의 아픔’이라고 홍보 문구를 정정했었지요. 그리고 「Without You」의 가사가 논란이 되자 ‘사랑하는 여자의 거짓말과 배신에 상처를 입은 남자가 다시 일어나기까지의 마음’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재범이 뜨거운 감자인 상태에서, ‘재범 탈퇴’ ‘아픈 심정’ ‘극복’이란 키워드가 유출된 가운데, ‘너 없이 멋지게 더 멋지게 일어날 거야’라는 가사를 적어 놓고 이를 연인의 배신에 대한 노래라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누가 그걸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겠습니까. 현실 세계에서 아직도 끝없이 논쟁거리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재범이라는 이슈가 버젓한데, 이 노래를 현실 맥락과 분리해서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박진영이 작사, 작곡하고 프로듀스한 이 노래에 멤버들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이 되었는지는 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제 이 노래는 아주 오랫동안 재범 영구 제명이라는 태그를 달고 다니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미지상의 피해는 고스란히 남은 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짊어져야 합니다.

JYP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캡처

현실 세계의 사생활 논쟁을 작품 안으로 끌고 오는 것은 그 논쟁의 주도권을 잡고 효율적으로 통제할 능력이 있을 때가 아니면 위험한 일입니다. 창작자 본인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선 이슈 마케팅은 종국에는 작품 그 자체까지 응당 받아야 할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게 하지요. 더군다나 아이돌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팬들에게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지탱되는 사업 아닙니까. 팬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제공받았던 판타지가 다분히 기만이었다고 느끼게 만드는 이슈 마케팅은 단기적으로는 주목을 받아 성공할 수 있겠습니다만 장기적 안목으로는 적을 키운다는 점에서 결코 성공한 마케팅이라 할 수 없을 겁니다.

가장 극명한 예로 최근 <2010 드림콘서트> 무대에서 벌어진 ‘박재범’ 연호를 보세요.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른 가수들의 팬덤이 조직적으로 2PM을 견제하기 위해 재범의 이름을 연호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조금 다릅니다. 재범 영구 제명 사태가 불거졌을 때 독립해 나온 재범 팬덤은 2PM 팬이었던 사람들로만 구성된 게 아니었습니다. 2PM에 애정이나 큰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일련의 사태를 보다가 재범 팬덤으로 흡수된 케이스들도 생각보다 많지요. 심지어는 다른 가수들의 팬덤까지 재범 팬들에게 지지 의사를 밝혔던 사례들도 있었고요.

전 사람들이 ‘빠순이’라고 쉽게 말하는 아이돌 팬들이, 아이돌 산업의 본질이 ‘판타지 제공’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순진한 사람들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재범 영구 제명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JYP는 남은 6명의 멤버들을 앞세운 서툰 퍼블리시티로 팬들이 가지고 있던 ‘의리’라는 판타지를 훼손하는 우를 범했어요. 그 대상이 누가 되었든 간에 아이돌 그룹의 팬질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게 아티스트와 팬 상호 간의 암묵적인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을 겁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드림콘서트>에서의 박재범 연호는 그에 대한 아이돌 팬들의 대답이었을 겁니다.

세 번째로는 ‘박진영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프로젝트의 양을 최대한 여러 사람에게 분산하라’입니다. 물론 박진영은 박지윤, god, 비, 원더걸스, 2AM/2PM을 성공적으로 키워낸 능력 있는 프로듀서입니다. 위에서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오랜 음악적 동반자이자 조력자인 방시혁과 함께 JYP 사단의 음악 색을 책임지고 있지요.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JYP 내에서 성장한 가수들은 박진영 없이는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설명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쉽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당장에 주력이 되는 가수들에만 역량과 지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과거에 JYP에 소속되어 있다가 회사를 떠난 진주의 경우, 박진영이 박지윤, god, 량현량하 앨범 프로듀싱에 집중하는 사이에 자신이 도태되는 느낌을 받아서 결별하게 되었다 고백한 적이 있지요.

원투의 송호범이 털어놓은 일화를 들어보면 더 기가 찹니다. 자신들은 낮은 지명도에도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빡빡한 스케쥴을 소화하느라 녹초가 되어 있는데, 당시 JYP의 주력 뮤지션이었던 비와 김태우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종합검진을 받으러 갔다는 이야기는 웃으면서 말하거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지요. 미국 진출만을 바라보며 몇 년째 제대로 된 활동을 못 하고 있는 임정희나 G-소울은 어떻습니까? 아니,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불과 작년(2009년) 중반까지 2AM이 받았던 대우를 2PM과 비교해 보면 비교적 명확해지지 않습니까? 오매불망 데뷔만 기다리며 7년을 연습생 생활을 한 조권을 보면 명확하지 않은가 말입니다.

또한 이 제언은 단순히 음악적인 부분에만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박진영은 회사 차원에서 결정된 대부분의 굵직한 사안들에 대해 대중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앞장섭니다. 재범이 도미를 했을 때도 결국 마지막 순간에 마운드에 등판해서 성난 팬들을 달랜 것은 박진영이었습니다. 원더걸스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때도 동반 출연해서 소속 아티스트가 해야 할 이야기들을 본인이 다 도맡아 해치워 버렸잖아요. 오해하지 마시길. 소속 가수의 홍보를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게 나쁘단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현재 박진영의 행보는 실제 여부와는 상관없이 마치 JYP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정적 프로세스가 본인의 결정인 것처럼 보이기 딱 좋다는 겁니다. 대중들과 회사가 만날 수 있는 모든 코너에서 제일 처음으로 마주치는 존재가 박진영이니 그럴 만도 하지요.

그 때문에 음악적으로도 비즈니스적인 측면으로도 독립적인 회사로서의 면모가 보이는 게 아니라, 박진영이라는 거물 하나만 보이는 겁니다. 이렇게 한 명에게 회사의 모든 일들이 집중되어 있으니 회사에 좋지 못한 일이 터졌을 때 사람들이 누구를 보겠습니까? 예, 박진영입니다. 박진영 개인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사람들이 어디를 먼저 보겠습니까? 예, JYP지요. JYP와 박진영이 서로 별개의 존재로 인식될 수는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지금처럼 ‘JYP=박진영’인 상태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러려면 본인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들을 최대한 분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진영처럼 에고가 강한 사람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그것 외에는 이 악순환을 끊을 방법이 요원해 보입니다.

요 근래 힐끗 보면 JYP 소속 가수들이 전방위로 활동하면서 마치 조금씩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자세히 뜯어보면 절대 상황이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에요. 원더걸스의 <2 Different Tears> 앨범 초도 물량은 3,000장 가량으로 역대 세일즈 중 최악에 가까운 상황이고, 인터넷 도처에서 JYP의 위기, 박진영의 위기를 말하는 글들이 넘쳐납니다. TV 예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현 JYP 소속 아티스트나 JYP에서 나온 아티스트들이 웃음의 당의를 입혀서 박진영에 대한 폭로를 하고 있지요? 심지어는 회사와 원더걸스 멤버들이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해도 아직 제3자인 전직 영어 교사의 말을 더 믿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 다 했습니다. 게다가 6월에는 4개월 전에 방출을 공표했던 재범이 영화 <하이프 네이션> 추가 캐스팅을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합니다. 사면초가지요. 돌파구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JYP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캡처

전 이번 글을 쓰는 게 참 힘들었습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누군가를 칭찬하거나 옹호하는 게 아니라 비판하는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정황 증거만 있을 뿐 실질적인 데이터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안 하려 노력했습니다. 욕을 하기 위한 욕을 배설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JYP와 박진영이 처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고민하려 노력했지요. 글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돌아보니, 저와 반대 입장을 가지신 분들께서야 제 글이 탐탁치 않으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 앞가림도 못 하는 글쟁이의 헛소리라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으시겠지요.

하지만 제 앞가림도 못 하고 필명 뒤에 숨어서 글이나 끼적이는 이름 없는 문사의 눈에도 문제점이 보일 정도면 이미 심각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위기를 딛고 일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제 볼품없는 글에서 작은 실마리라도 얻어서 한 발짝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면, 글 쓰는 사람으로서 그만 한 보람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의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여기서 좌절하기에는 그에게 젊은 날들을 의탁한 JYP 사단 식구들의 청춘이 너무 덧없지 않습니까?


P.S.
사실 이번에 박진영 말고도 제 글에서 반드시 다뤄보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제 칼럼 성격과는 맞지 않다 판단해서 포기했습니다. 첫 번째로 문화계 인사가 아니었기에 제게 허락된 지면에 맞는 분이 아니었고, 두 번째로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라서 말입니다. 그냥 제가 맡은 본분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 맘 때면 많이 그리워지는 그분의 말씀을 한마디 전하는 건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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