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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일보를 위한 그들의 노력 - 김동률 &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 아웃사이더(Outsider)
김동률 <2008 Concert, Monologue> - 콘서트 최고의 순간을 엄선한 라이브 앨범.<br> 카메라 옵스큐라 <My Maudlin Career> - 정겨운 팝튠과 대담한 사운드 연출로 돌아오다.<br> 아웃사이더(Outsider) <Maestro> - 속사포 랩퍼의 감속.
베르디가 여든 살에 오페라 <팔스타프(Falstaff)>를 만들고 나서 “음악가로서 일생 동안 완벽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매번 아쉬움이 남았기에 나는 분명하게 한 번 더 도전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꾸준히 자신을 발전,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베르디뿐만 아니라 현재 대중음악을 하는 뮤지션들도 대중에게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하며 새롭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2005년 발표한 라이브 앨범보다 더욱 방대해진 양과 실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실황 앨범을 선보인 김동률, 멜로디와 분위기를 모두 아우르는 부드러움의 주인공 카메라 옵스큐라, 스피드뿐만 아니라 플로우와 독창적인 은유 화법을 획득한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로, 발전하는 그들을 확인해보세요.
김동률 <2008 Concert, Monologue>(2009)
라이브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아티스트에게 여러모로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정규 앨범의 발매조차 기피하는 요즘 가요계의 현실에서 보컬과 여러 악기들의 라이브 소스를 모으고, 조율하여 최상의 음원을 뽑아내야하는 등의 고된 과정에 비해 합당한 대우를 받기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투자한 만큼의 판매량이나 호응을 기대하기도 힘든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매된 김동률의 <2008 Concert, Monologue>는 주목할 만한 라이브 앨범이다. 2008년 상반기에 발매되어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동시에 받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그에게 라이브 앨범 발매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며, 2005년 2장의 CD와 2장의 DVD로 구성된 <초대>를 발매한 적이 있었다. 클래시컬한 자신의 음악을 무대에서 재현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급의 대규모 인력 투입을 주저하지 않았고, 성의 있는 후반 작업을 통해, <초대>는 그전까지 국내의 라이브 앨범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퀄리티를 지닌 앨범으로 남아 있다.
<2008 Concert, Monologue>는 <초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방대하고 다양하게 구성됐다. 전작이 클래시컬한 자신의 음악을 성공적으로 무대에서 재현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Monologue>의 수록곡들을 비롯해 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1집의 수록곡과 전람회 시절의 곡 등 풍성한 레퍼토리에 스트링 편곡과 탱고, 록적인 분위기를 가미하여 다양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첫 번째 CD <Prologue>에는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과 성남 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등 2,000석 이하의 소규모 공연장에서 진행된 ‘Prologue’ 공연의 실황을 담았다. 「오래된 노래」, 「뒷모습」, 「Nobody」, 「출발」 등 앨범 <Monologue>의 수록곡들을 비롯해, <초대>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전람회 시절 2집 수록곡 「마중가던 길」, 솔로 1집에서의 「배려」, 피아노 재즈 풍의 「걱정」, 「고독한 항해」 등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 실렸다.
곡의 면면에서 드러나듯 화려하고 밝은 분위기보다는 담담하고, 감성적인 분위기 위주의 구성이다. 소규모 공연장에서 느낄 수 있는 악기의 세세한 떨림은 물론이고, 섬세한 숨결을 공유할 수 있는 점은 <Prologue>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1집 수록곡인 마이너 발라드 「배려」는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Fugata」를 차용한 반도네온 연주를 통해 탱고 풍의 분위기로, 아련한 보컬과 피아노만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하던 「고독한 항해」는 일렉트릭 기타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더해 좀더 풍성한 분위기로 재탄생되어 라이브 버전과 스튜디오 버전으로 각각 수록되었다.
반면에 두 번째와 세 번째 CD <Epilogue I>, <Epilogue II>에는 15,000석 규모의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대규모 공연 ‘Epilogue’의 실황을 담았다. 라스베이거스의 쇼를 연상시키듯 화려한 오프닝을 시작으로 「사랑한다는 말」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가 연속으로 이어지며 화려한 쇼의 개막을 알린다. 「기적」에서는 이소은과 함께 했으며, 카니발 시절의 히트곡인 「축배」, 「그땐 그랬지」, 「거위의 꿈」에서는 그의 음악적 동반자인 이적이 힘을 실었다.
빅 밴드 스타일의 편곡이 돋보이는 「여행」과 「J's bar」, 정순용이 함께한 「내 오랜 친구들」, <Monologue> 앨범 수록곡인 「Jump」, 「그건 말야」, 「다시 시작해 보자」를 비롯해, 전람회 시절 발표한 「기억의 습작」, 「취중진담」과 「10년의 약속」, 베스트 앨범에 수록된 신곡인 「감사」, 엔딩곡 「Melody」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80분 간 진행 되는 공연 내내 열광적인 관객의 환호성과 더불어 더욱 풍성하고 강렬한 오케스트라와 밴드의 연주가 더해진 <Epilogue>는 <Prologue>와는 다르게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라이브 앨범 <초대>와 비교해서 공연의 전 곡을 수록한 것이 아닌 점과 각 곡이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아 맥이 끊기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각 곡의 성격에 맞춘 세심한 편곡이나, 그 동안 라이브로 만나볼 수 없었던 그의 초기 곡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녹음된 각각의 음원 소스들을 모아 조율하는 동시에, 현장감을 살리면서도 감상하기 적합한 라이브 앨범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여러모로 힘든 일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 장으로 구성된 라이브 앨범의 발매를 고집한 이유는 판매를 의식했다기보다 순전히 아티스트 자신의 음악적 욕심과 자신의 음악에 지지를 보내는 팬들에 대한 배려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음악에 자부심을 갖고 발전을 위해 심도 있게 접근하는 뮤지션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김동률의 이러한 시도는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